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들, 꽤 많다. 흔히 이를 ‘술이 약하다’고 간단하게 넘기지만, 사실 이 반응은 단순히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진다는 걸 넘어 중요한 건강 경고일 수 있다. 실제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일부 암의 위험이 더 높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췌장암, 식도암, 간암 등의 발병 가능성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이 반응을 무심코 넘기면 안 된다. 왜 얼굴이 붉어지는지, 그 안에 어떤 생리학적 의미가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1. 알데하이드 분해 효소 부족이 핵심 원인이다
술을 마셨을 때 얼굴이 붉어지는 건 알코올이 분해되는 과정 중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물질 때문이다. 이 물질은 발암 가능성이 있는 독성 화합물로, 정상적인 경우 몸속 효소가 이를 빠르게 분해해 제거한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알데하이드를 분해하는 효소(ALDH2)가 부족하거나 비활성화돼 있다.
이 경우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체내에 쌓이면서 얼굴이 붉어지고, 두통, 심박수 증가 같은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얼굴이 붉어진다는 건 결국 발암 물질이 분해되지 않고 오래 머물고 있다는 신호다.

2. 발암 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의 체내 축적이 암 위험을 높인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인체 발암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이 물질이 DNA를 손상시키고, 세포 돌연변이를 유발해 암 발생률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적은 양의 술에도 이 물질이 체내에 오래 남게 되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식도 점막, 위장, 췌장, 간 등 다양한 장기에 만성적인 자극을 줄 수 있다. 특히 췌장은 해독 효소가 적어 장기간 노출될 경우 손상되기 쉽고, 이로 인해 췌장암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3. 얼굴이 붉어지는 반응은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술을 마시면 금방 얼굴이 달아오르는 사람은 몸이 보내는 강한 경고를 받고 있는 셈이다. 즉, 지금 해독을 못 하고 있고, 발암물질이 체내에 축적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 술을 마시는 건 몸의 방어기전을 억지로 무시하는 것과 같다.
실제로 술에 얼굴이 붉어지는 체질을 가진 사람이 과음할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식도암 위험이 약 10배 이상 높다는 통계도 있다. 자주 얼굴이 붉어진다면 술을 줄이거나 금주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

4. 술에 민감한 체질은 음주습관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자신이 술을 마시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고, 그에 맞춰 음주 습관을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얼굴이 붉어지거나 속이 불편해지는 사람은 음주를 즐기는 방식이 아니라 절제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특히 야간에 술을 마신 뒤 피부에 열감이 오르거나 가슴 두근거림이 느껴지는 경우는 이미 체내 독소가 해독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런 체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주 마시는 건 췌장뿐 아니라 간, 위장에도 지속적인 부담을 주게 된다.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붉어진다면, 더 이상 즐거움으로만 술을 받아들여선 안 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