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들어 집중이 잘 안 되고 자꾸 깜빡깜빡한다면, 단순한 건망증이 아닐 수도 있다. 특히 의욕이 줄고, 기분이 우울한 상태가 지속되면서 이런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우울증의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감정의 문제라고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뇌의 기능과 깊이 관련된 신경계 질환이다.
그래서 우울증이 지속되면 치매처럼 뇌의 인지기능에도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자꾸 깜빡하고, 말이 느려지고, 일상 속 판단력이 떨어지는 것도 다 우울증의 일부일 수 있다.

1. 우울증은 기억력과 집중력을 저하시킨다
우울증이 있으면 단순히 기분만 가라앉는 게 아니라, 뇌 기능 전반이 둔해지기 시작한다. 특히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가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로 나타난다. 이유는 우울증이 해마와 전전두엽 같은 뇌 영역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해마는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전전두엽은 판단력과 사고력을 주관한다. 이 두 부위의 활동이 저하되면 기억을 저장하거나 필요할 때 꺼내는 능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평소와 다르게 자꾸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대화 도중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 일이 잦아질 수 있다.

2. ‘뇌 에너지’의 소비가 줄면서 반응 속도도 느려진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뇌가 평소보다 적은 에너지를 쓰려고 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것은 뇌의 대사 활동이 전반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인데, 그 결과 신경세포 간의 신호 전달 속도가 느려진다. 반응 속도가 떨어지고, 뭔가를 처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무기력하거나 멍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심할 경우 스스로 생각을 멈추고 싶은 충동까지 생긴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현상은 일상적인 업무나 학업, 대인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쳐 사회적 고립을 유발할 수 있다.

3. 스트레스 호르몬이 장기적으로 뇌세포를 손상시킨다
우울증은 스트레스와 불안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장기간 상승하게 된다. 이 코르티솔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시간이 지나면서 뇌세포를 손상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특히 기억력과 감정 조절에 중요한 해마는 스트레스에 민감해 쉽게 위축된다.
실제로 만성 스트레스 상태에 있는 사람의 뇌를 MRI로 촬영하면, 해마의 크기가 줄어 있는 경우도 많다. 뇌세포가 손상되면 복구가 어렵기 때문에, 우울증을 단순히 마음의 문제로만 여기고 넘기면 장기적으로 뇌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4. 고령자의 경우, 우울증이 치매 초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노인 우울증은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나이가 들면 우울증이 기억력 저하, 혼동, 언어능력 저하 같은 증상으로 나타나는데, 이것이 치매와 매우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그래서 ‘가짜 치매(pseudodementia)’라고도 불린다. 문제는 이 두 가지를 구분하지 못하고 치매로 오진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우울증이 원인이라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인지기능도 함께 회복될 수 있다. 따라서 고령자의 경우 집중력 저하나 말이 느려지는 증상이 있을 땐, 단순한 노화로 치부하지 말고 우울 증상을 함께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