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위암 발생률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독 높은 편이다. 국가암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여전히 위암 발생률과 사망률 모두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60세 이상 남성에서 두드러진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 중 하나로 꾸준히 지목되는 것이 ‘식습관’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간과되기 쉬운 요인이 바로 식탁 위 소금통이다. 단순히 소금의 존재 자체가 아닌, 그것이 식탁에 있다는 ‘행동 유도 환경’이 위암 위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들이 쏟아지고 있다.

소금통이 식탁에 있으면 ‘무의식적 과잉 섭취’를 유도한다
식탁 위 소금통은 단순히 조미료의 배치가 아니다. 이는 반복적인 습관 형성과 무의식적 행동 강화로 이어진다.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 연구진은 소금통을 식탁에 상시 두는 가정의 경우, 식사 중 평균 나트륨 섭취량이 그렇지 않은 가정보다 1.4배 이상 높다고 발표했다.

이 차이는 조리 단계에서의 간 맞춤이 아니라, 식사 도중 습관적으로 소금을 더 뿌리는 행동에서 비롯된다. 국, 반찬, 밥 등 모든 음식에 대해 ‘간이 약한 것 같다’는 심리적 착각이 강화되기 때문에, 별 필요 없이도 소금을 더하게 되는 것이다.

위 점막은 소금에 의한 손상에 매우 민감하다
과도한 나트륨 섭취가 위암과 관련 있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 원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고염식은 위 점막을 직접 자극하고, 점액층을 약화시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의 감염 가능성을 높인다. 이 균은 위암의 주된 발병 인자로, 세계보건기구(WHO)도 1급 발암요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소화기내과에 따르면 나트륨이 위 내 환경을 알칼리화하고, 이로 인해 위산 분비 패턴이 바뀌면서 위 점막 세포의 재생 주기를 교란시키는 과정이 위암 발생의 초기 단계를 촉진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인의 식문화는 이미 염도가 높은 구조로 형성돼 있다
김치, 된장, 고추장, 젓갈류, 찌개류 등 한국 식탁에는 본래 염도가 높은 음식이 많다. 이러한 음식에 별도로 소금을 더하는 행동은 위암 발생 위험을 중첩적으로 높이는 셈이다. 실제로 2019년 일본 국립암센터에서 진행된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하루 나트륨 섭취량이 WHO 권장량(2g)을 초과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암 발병 위험이 1.6배 높았으며, 특히 식탁에 소금통을 두고 먹는 그룹은 위험률이 2배 이상으로 올라갔다. 이는 단순한 식품 종류의 문제가 아니라, ‘식사 환경’이 인간의 행동에 끼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결과다.

소금 자체가 발암 물질은 아니지만, 발암성 환경을 만든다
중요한 것은 소금 자체가 직접적인 발암 물질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위 점막에 염증성 자극을 주는 환경을 형성하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의 위험성을 증대시키는 점에서 간접적 발암 촉진 인자로 작용한다. 게다가 나트륨은 위 점액 생성을 억제하고, 세포 재생과 방어 능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한 번 손상된 위 점막은 외부 공격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소금이 암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암이 자라기 쉬운 환경을 꾸준히 만든다는 데 그 위험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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