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가 ‘식중독 유발 식품’이라고?

김치는 본래 저온에서 발효되고, 유산균이 풍부해 ‘살균 효과’까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초반 발효 과정에서는 식중독균이 번식하기 어려운 환경이 맞다.
그런데 문제는 ‘김치를 썬 후’에 발생한다.
칼과 도마, 손을 거쳐 다듬어진 김치는 외부 공기와 온도, 수분 등에 노출되면서 금세 오염되기 쉬운 상태로 바뀐다. 특히 채 썬 형태로 길게 썬 김치는 표면적이 넓고 수분 증발이 빨라, 오히려 균이 번식하기 좋은 조건이 된다.

채 썬 김치가 위험한 이유
썰린 면적이 넓다
김치를 채 썰면 단면이 공기와 직접 접촉하게 되고, 수분이 표면에 고루 퍼지며 세균이 쉽게 번식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든다.
보관 시간이 애매하다
한 번 썬 김치를 바로 먹지 않고 반찬통에 넣어 두면, 특히 냉장고 앞쪽이나 문 쪽에 둔 경우 온도가 올라가면서 빠르게 부패가 진행될 수 있다.
칼과 도마에서의 교차 오염
생고기나 생선, 과일을 손질한 칼과 도마를 제대로 씻지 않고 김치를 썰 경우, 살모넬라나 리스테리아균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덜 익은 상태일수록 더 위험
숙성되지 않은 김치일수록 pH가 낮지 않기 때문에, 살균 효과가 약하고 세균이 살기 좋은 환경이 된다. 여름철에 김장김치보다는 햇김치, 겉절이 형태가 많아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환경에서 식중독균이 자란다
여름철 식중독의 주범인 병원성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은 대개 20~40도 사이에서 급격히 증식한다.
채 썬 김치를 실온에 2시간 이상 방치할 경우, 세균 수는 수십 배로 증가할 수 있고, 이를 먹었을 때 복통, 설사, 구토, 발열 등 전형적인 식중독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어린이나 고령자, 임산부,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나 병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적지 않다.

김치인데, 왜 식중독 증상을?
다음과 같은 증상이 김치 식중독 의심 시 흔하게 나타난다.
밥이나 반찬 중 김치만 먹었는데 갑자기 속이 뒤틀리듯 아프다
설사보다는 복부 팽만, 구토가 먼저 나타난다
대체로 2~6시간 이내에 증상이 시작된다
다른 반찬을 같이 먹은 사람은 멀쩡한데, 채 썬 김치를 먹은 사람만 증상을 보인다
이런 경우 병원 방문과 함께, 남아 있는 김치 샘플을 따로 보관해 두는 것이 원인 파악에 도움이 된다.

이렇게만 관리하면 김치도 안전하다
1. 김치는 먹기 직전에 썬다
대량으로 미리 썰어두지 말고, 한 끼 분량만 먹을 만큼만 써는 게 가장 좋다.
2. 칼과 도마는 뜨거운 물로 한 번 헹군다
고기나 생선을 손질한 도마는 특히 철저히 소독하고, 김치 전용 칼과 도마를 구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3. 썬 김치는 2시간 내에 소비
상온 노출 시간이 길어질수록 위험하므로, 가능한 한 빨리 섭취하거나 냉장 보관하되 문 쪽은 피해서 넣자.
4. 겉절이 형태는 하루 이상 보관하지 않는다
겉절이는 유산균 발효가 덜 된 상태로, 식중독균 번식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남기더라도 하루 안에 소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는 늘 김치가 ‘안전하고 건강한 음식’이라고 생각해왔다.
그 믿음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잘못된 관리로 오히려 식중독을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은 이제 조금은 낯설게 다가온다.
맛있는 밥상 위에 놓인 채 썬 김치 한 젓가락.
그 작은 한 조각이 여름철 건강을 지키는 고비가 될 수도 있다는 걸 기억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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