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과는 비타민 C, 식이섬유, 폴리페놀 등 다양한 건강 성분을 함유한 대표적인 과일이다. 혈압 조절, 혈당 안정, 심혈관 질환 예방까지 기대할 수 있어 ‘하루 한 개의 사과가 의사를 멀리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처럼 유익한 사과에도 섭취를 삼가야 할 부위가 하나 있다. 바로 씨앗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과를 먹을 때 씨앗을 자연스럽게 제거하지만, 일부는 씨앗까지 씹어 삼키거나 갈아서 먹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 씨앗 속에 인체에 해로운 독성 물질이 함유되어 있다는 점이다.

씨앗 속 아미그달린, 체내에서 독성 물질로 변한다
사과 씨앗에는 ‘아미그달린(amygdalin)’이라는 식물성 화학 성분이 포함돼 있다. 이 물질은 체내에서 소화 효소와 반응하면 ‘시아나화 수소(HCN)’, 즉 청산가리와 유사한 독성 물질로 전환된다. 아미그달린은 일부 식물 종자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일종의 방어 성분으로, 소량일 경우 큰 문제가 없지만 다량 섭취 시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

특히 씨앗을 갈아 즙으로 만들거나, 씹어 먹을 경우 아미그달린이 더 쉽게 분해돼 독성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단단한 씨앗을 그냥 삼키는 것보다 씹거나 분쇄하는 행위가 위험한 이유다.

청산가리 성분,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시아나화 수소는 체내에서 세포 호흡을 억제하고, 산소 공급을 차단해 중추신경계에 손상을 줄 수 있는 독성 물질이다. 소량만 섭취해도 두통, 메스꺼움,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고농도로 흡수될 경우 호흡 곤란이나 심장마비에 이를 수 있다. 물론 일반적인 식생활에서 사과 씨앗을 한두 개 삼킨다고 해서 곧바로 위험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린이처럼 체구가 작은 사람이나 간 기능이 약한 고령자, 간 해독이 떨어진 사람에게는 적은 양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무심코 넘기는 행동이 누적되면 예기치 않은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씨앗의 독성은 열에도 강하다
일부 사람들은 조리 과정에서 씨앗 속 독성이 사라질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오해다. 아미그달린은 비교적 열에 안정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어, 잼이나 주스, 사과 퓨레처럼 가열 조리된 제품에서도 완전히 분해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수제주스나 건강식품에서 씨앗까지 통째로 갈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방식은 오히려 독성 노출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씨앗이 포함된 상태로 장시간 보관하거나, 발효시킬 경우 아미그달린이 서서히 분해되며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 건강을 위해 먹는 가공식품이라도 원재료의 처리 방식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자연 속에도 ‘먹지 말아야 할 부분’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연식품은 몸에 좋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자연에도 사람에게 해로운 성분이 존재할 수 있다. 사과 씨앗처럼 식물의 생존 전략으로 진화된 방어 물질은 인간에게 독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씨앗뿐 아니라 복숭아, 살구, 체리, 매실 등의 씨에도 유사한 아미그달린이 포함돼 있어 섭취 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아이들에게 과일을 줄 때는 씨앗이 반드시 제거된 상태로 주는 습관이 중요하다. 식품 안전은 단지 위생이나 유통 기한만이 아니라, 자연 상태에서의 성분 이해까지 포함되어야 완성된다는 점에서, 이제는 씨앗의 섭취 여부도 고려하는 식문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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