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속 호모 안테세소르 성인들이 아이를 잡아 나눠먹은 약 85만 년 전의 끔찍한 식인 흔적이 발견됐다. 사람속 최초의 식인종으로 여겨지는 호모 안테세소르의 카니발리즘(cannibalism, 동족포식)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일 수 있어 학계가 주목했다.
스페인 카탈루냐 인류고생태사회진화연구소(IPHES) 연구팀은 최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아타푸에르카 산맥의 고고학 유적지 그란 돌리나에서 나온 호모 안테세소르 유아의 뼈가 이 사람속의 상습적인 카니발리즘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이달 그란 돌리나에서 입수한 호모 안테세소르의 유아 뼈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목을 절단한 점을 알아냈다. IPHES 고고학자 팔미라 살라디에 박사는 “이달 진행한 85만 년~77만 년 전 지층 조사에서 호모 안테세소르 인골 10구가 나왔다”며 “뼈 대부분에서 식용 동물 뼈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절단 및 발골 상처가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중에는 2~5세 정도의 유아 뼈도 있었고, 목이 절단됐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흔적도 파악됐다”며 “이는 호모 안테세소르의 카니발리즘을 보다 자세히 알려주는 중요한 샘플”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카니발리즘에 희생된 유아의 나이가 상당히 어리고, 뼈에 난 칼자국이 상당히 정밀한 점에 주목했다. 추골로부터 머리를 분리할 때 해부학적으로 중요한 부위에 뚜렷한 절단 흔적도 나 있었다. 이는 어린이를 다른 짐승 사냥감과 똑같이 취급하고 처리했음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살라디에 박사는 “뼈의 베인 상처는 여러 명이 낸 것으로 생각된다. 심지어 사람속의 치아 자국도 나 있다”며 “동굴 내에서 동족포식이 이뤄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박사는 “지금까지 30년 이상 걸친 그란 돌리나 발굴조사를 통해 카니발리즘이 의심되는 인골이 20구나 나왔다”며 “샘플들은 모두 호모 안테세소르가 동족을 식량으로 이용했고, 세력을 관리할 목적으로 식인을 일삼았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호모 안테세소르는 그란 돌리나 동굴에서 발굴된 화석군 중 하나로, 1997년 신종 사람속으로 지정됐다. 플라이스토세 중기에 해당하는 120만 년 전에서 80만 년 전 사이 현재의 유럽 지역에 분포하다 멸종했다. 현생인류,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의 공통 조상과 밀접하게 관련됐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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