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철 주차장에서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찜통 같은 열기.
그 안에 남겨둔 생수병을 보며 “이거 문제없을까…” 하고 망설인 적 있으신가요?
온라인에서는 차 안 고온 환경 속 PET병에서 발암 물질이 녹아 나온다는 주장이 자주 퍼집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PET병에서 나오는 건 BPA가 아니다

많은 분들이 ‘플라스틱=비스페놀 A(BPA)’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생수병 대부분에 사용되는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에는 BPA가 거의 들어 있지 않습니다.
즉, “차 안 생수병 = BPA 폭탄”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전혀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PET병은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다른 화학물질이 미량 검출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안티몬(Antimony)과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입니다.
PET병의 안티몬은 무엇인가요?

안티몬은 PET 제조 과정에서 촉매로 사용되는 금속입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안티몬을 잠재 발암물질(Group 2B)로 분류합니다. 장기간 다량 섭취 시 구토, 설사, 위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캐나다 보건부 연구(2008) 60°C 환경에서 PET병에 물을 16주 보관했을 때, 안티몬 농도가 WHO 식수 기준치(0.02mg/L)에 가까워졌습니다.
미국 애리조나대 연구(2007) 65°C에서 하루만 노출해도 안티몬 농도가 2배 이상 증가. 여름철 밀폐된 차량 내부 온도는 60°C 이상이므로 실제 환경과 유사합니다.
아세트알데히드, 물 맛을 변질시키는 범인

PET병이 고온에 노출되면 플라스틱 구조가 일부 분해되며 아세트알데히드라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 물질은 특유의 달콤·쌉싸래한 냄새와 맛을 내며,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발암 가능 물질(Group 2B)로 분류합니다.
고온 노출 시간이 길수록 농도가 증가하고, 물이 아닌 탄산음료처럼 산성도가 높은 액체에서는 더 쉽게 녹아 나옵니다.
실제로 위험할까?
세계보건기구(WHO)와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PET병에서 검출되는 안티몬·아세트알데히드 양이일반적인 보관 환경에서는 안전기준치 이하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차 안은 ‘일반적인 환경’이 아닙니다. 여름 한낮, 햇볕에 주차된 차량 내부는 60~80°C까지 오르며, 이 조건에서 하루 이상 방치하면 유해물질 농도가 급격히 올라갑니다.
안전하게 생수병 관리하는 방법

1. 차 안에 생수병 두지 않기
특히 여름철엔 짧은 시간이라도 고온에 노출되지 않게 합니다.
2. 투명 PET보다 보온·보냉병 사용
스테인리스 재질의 텀블러는 고온·햇빛 노출에도 안정적입니다.
3. 이미 고온에 방치된 생수병은 음용 피하기
맛·냄새가 변했거나 뚜껑이 부풀었다면 즉시 폐기합니다.
4. 생수 대량 구매 시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 보관
직사광선과 높은 습도를 피하면 변질 위험이 크게 줄어듭니다.
중요한 것은 온도와 시간
차 안에 방치된 생수병이 당장 치명적인 독이 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고온+장시간이라는 조건이 갖춰지면, 안티몬과 아세트알데히드 농도가 올라가 잠재적인 건강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혹시나’ 하는 불안을 피하려면, 차 안에 PET병을 두지 않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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