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의 성장, 도로의 기괴함… 시민들은 왜 횡단보도를 ‘못 건너는가’
중국의 후난성 천저우시 한복판, 고속성장하는 도시의 풍경 가운데 유독 우스꽝스럽고 불편한 현상이 부각되고 있다. 바로 ‘건널 수 없는 횡단보도’라는 기괴한 교차로다. 도로를 신설하거나 확장하는 과정에서 보상 절차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 도로 중심에 구역이 남아 외부인 출입이 불가능한 구조물이 생기고 말았다.

천저우시 교차로 중앙, 시민들 앞을 가로막은 낮은 울타리와 야자수
실제 인민일보가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천저우 도심 횡단보도 교차로 한 가운데에는 야자수와 철제 울타리가 삼각형 모양으로 둘러쳐져 있다. 시민들은 이 구간을 앞에 두고 ‘건너고 싶어도 지나갈 수 없다’는 황당한 경험을 한다. 일부 주민들은 “무림 고수처럼 하늘을 날아야 된다”며 비꼬기도 했고, 교통 안전 측면에서도 큰 위험성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경찰과 시 당국도 신속한 해결 의지 밝혀
지역 경찰 관계자는 “횡단보도는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만드는 것이 보통”이라며, “이 곳은 오히려 산책을 하거나 교차로를 건너야 하는 사람들에게 잠재적 위험 요소”라고 공식 확인했다. 실제로 반복적으로 불만 민원이 접수되었으며, 해당 당국은 “온라인 상에서 조롱이 이어지자 조만간 울타리를 철거하겠다”는 입장도 밝히고 있다.

보상 불완전, 땅 소유주 미확인 ‘도시 개발의 그림자’
이번 횡단보도가 만들어진 진짜 원인은 소유권과 보상 구조의 불완전함이다. 도로를 설계하고 선형을 잡던 단계에서, 해당 지점의 토지 소유주를 명확히 확인하거나 합의하지 못한 탓에 공사가 반쪽짜리로 마무리됐다. 지방의회 대변인은 “담당 부서도 어쩔 수 없었고, 결국 그 부지에 울타리를 두르고 정원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한다.

온라인 조롱과 현실적 난제, 도시계획의 ‘불협화음’
이상한 횡단보도는 중국 내부 소셜미디어에서 ‘도심의 무인도’, ‘도시공무원의 무책임’이라는 조롱 소재로 떠올랐다. 실제로 시민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설계 담당자가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 “실무자와 행정의 책임 회피가 부실 설계, 시민 불편으로 이어진다”고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유사 사례의 확산, 중국 도시 개발의 어두운 단면
후난 천저우시 사례는 중국 각 대도시에서도 크고 작은 규모로 반복된다. 급속한 신도시 건설과 도로 확장, 인구 유입 과정에서 토지 소유권 확인·보상의 법적 공백을 남겨, 도로 한가운데 집이 남거나 공원·나무·울타리, 심지어 작은 신전이나 상점이 ‘도시의 섬’처럼 남겨지는 사례가 심심찮게 목격된다.

도시의 표정, 시민의 불편, 행정의 반성
이번 사건이 단순한 도시기획 실수가 아니라, 급속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합의·책임·디자인 미비의 상징적 현상임을 보여준다. 특히 건널목 가운데 막힌 구간은 시민 편의, 교통 안전, 행정 책임, 도시 미관까지 복합적 문제를 일으킨다.
천저우시의 ‘건널 수 없는 횡단보도’는 도시 설계의 미흡과 행정 실수, 시민 불편이 한데 얽힌 현대 도시 발전의 그림자다. 결국, 빠른 발전과 책임 없는 관리가 맞부딪힐 때 이런 아이러니한 풍경, 시민을 위한 공간의 상실이 반복된다는 사실을, 이번 사례는 다시 한 번 말해주고 있다.
이제 필요한 건 단순한 철거 이상의, 책임 있는 설계와 보상, 시민 중심의 도시공간 복원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