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를 사이보그로 만들어 미지의 심해를 탐사하는 시도가 미국에서 진행 중이다. 심해는 수압 때문에 무인 탐사선에 의한 조사에 의존하고 있지만 막대한 비용이 들어 대안이 요구돼 왔다.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볼더(UCB) 해양학 연구팀은 27일 실험 보고서를 내고 생물의 움직임과 최신 기술을 융합한 해파리 사이보그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지구상에서 가장 개척하기 어려운 심해를 들여다보기 위해 보름달물해파리(Moon Jellyfish)의 사이보그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심해는 고압과 어둠이 지배하는 공간으로 어떤 생태계가 펼쳐져 있는지, 또한 어떤 자원이 묻혀 있는지 불분명하다.

현재 연구팀은 마이크로칩과 센서를 부착한 보름달물해파리를 조종하는 실험 중이다. 이들의 시도는 무인 심해 잠수정 운용에 따른 천문학적 비용이 들지 않고 에너지 효율도 뛰어나 많은 기대를 모은다.
실험 관계자는 “해파리에 초소형 전자장치를 부착해 헤엄을 제어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며 “마치 심장박동기와 같이 헤엄칠 때 사용하는 해파리의 근육을 자극해 나아가는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파리에 부착한 센서에 의해 수온이나 산성도 등 심해 각지의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사이보그 해파리는 최신형 탐사선도 접근 불가능한 깊이까지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사이보그 해파리는 아주 작고 자연스러운 이동이 가능해 지금까지 조사가 어려웠던 심해를 누빌 수 있다. 이 기술은 심해 탐사뿐만 아니라 해수온 상승이나 산성화 같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원격으로 관측할 수 있어 지구 환경 모니터링에도 유용하다.
연구팀이 보름달물해파리를 프로젝트 대상으로 삼은 것은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로 헤엄치는 생물 이어서다. 몸의 구조는 대략 5억 년 전부터 거의 변하지 않았다. 뇌나 척수 없이 신경망으로 움직이는 보름달물해파리는 통증을 느끼는 침해 수용기를 갖지 않아 동물실험에 뒤따르는 윤리 문제도 다소 자유롭다.
실험 관계자는 “보름달물해파리는 지름 1㎝에서 30㎝ 이상까지 크기가 다양하며, 짧은 촉수로 동물플랑크톤이나 소형 갑각류를 잡아먹는다”며 “연안부를 떠도는 생물이지만 사실 지구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 같은 심해에도 적응했고 관측 장치로서 잠재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폴립 상태에서 수조에서 기른 성체 보름달물해파리는 충분한 유영 능력을 가져 장치에 의한 제어나 심해 관측에도 대응한다”며 “성체의 수명은 대략 1년으로, 그 사이에 많은 해양 데이터를 수집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지난 2020년 미국 매사추세츠 우즈홀 앞바다에서 실전 테스트도 가졌다. 여러모로 실험 과정이 매끄러운데, 일부 무척추동물이 유해 자극에 반응하는 점을 들어 연구팀의 행위를 비윤리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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