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개가 사람과 더불어 우주 탐사에 나설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달이나 화성 탐사에 로봇 개를 투입하기 위한 실전 테스트에 많은 관심이 모였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4일 공식 SNS를 통해 로봇 개가 지구 외 천체의 지표면을 이동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래시(LASSIE, Legged Autonomous Surface Science in Analog Environments)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프로젝트 이름은 영국 작가 에릭 나이트의 소설로 유명한 명견 래시에서 땄다.
현재 NASA는 오리건주립대학교,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와 사족보행 자율형 로봇 개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동하는지 살피고 있다. 날카롭고 거친 암석 부스러기나 모래가 널린 평원, 얼음 경사면 등 테스트 지형을 다양하게 구성했다.

NASA 관계자는 “에릭 나이트가 창조한 래시는 인간의 단짝으로 맹활약한 친근한 캐릭터”라며 “우리 프로젝트는 인간의 편에서 우주 탐사에 도움을 주는 로봇 래시를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로봇 개의 훈련지는 광활한 사구가 펼쳐진 미국 뉴멕시코주 화이트샌즈 국립공원과 얼음이 뒤덮인 오리건주 후드산이다. 화이트샌즈 국립공원의 새하얀 사구는 달이나 화성 표면과 비슷하다. 고운 입자의 모래 지형은 매우 불안정하고 걷기 힘들어 로봇 개 훈련에 적당하다.
NASA 관계자는 “사람에 의한 원격 조작에 의지하지 않고 로봇이 판단해 이동하는 자율 보행을 실현하려 한다”며 “땅의 상태를 감지할 뿐만 아니라 이동 경로도 알아서 선택해 넘어지지 않고 진행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라고 전했다.

이어 “로봇의 발에 탑재된 고감도 센서는 걸을 때마다 지면의 미끄러움, 기울기 등 정보를 읽어 실시간으로 진로를 판단하고 장애물을 회피하도록 프로그램됐다”며 “달이나 화성 탐사에서는 지구와 통신에 시간이 걸려 명령 전송이 필요 없는 자율형 로봇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프로젝트에 투입된 로봇 개는 사람의 명령 없이 불안정한 사구를 이동하고 진로를 조정하는 것까지 실현했다. 인간이 발바닥으로 땅의 안정성을 판단하는 것처럼 로봇도 훈련을 거쳐 네 발로 얻은 감각을 보행에 적극 동원하고 있다.
화이트샌즈 국립공원에서 훈련 중인 로봇 개는 낮 기온 40℃가 넘는 폭염 속에서 걷기를 반복했다. 로봇의 전원이나 시스템이 더위에 얼마나 견디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후드산에 투입된 로봇은 거친 레골리스와 얼음이 뒤섞인 달 극지를 가정한 가혹한 환경에서 테스트를 받고 있다.

NASA가 추진하는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 자율형 로봇 개가 투입되면 보다 원활한 탐사가 가능하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NASA 관계자는 “사족보행이 가능한 자율형 로봇 개는 우주개발의 양상을 확 바꿀 수 있다”며 “바퀴를 장착한 기존 탐사 로버가 이동하기 어려운 지형도 척척 진입하는 로봇 개를 달이나 화성 탐사에 투입할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로봇 개는 아직 많은 과제가 있지만 이번 성과는 최종 목표를 향한 큰 발걸음이 됐다”며 “명견 래시가 미디어에서 활약했던 것처럼, 미래의 우주 탐사는 든든한 로봇 개가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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