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는 가장 기본적인 움직임이지만, 제대로 걸으려면 발끝, 무릎, 골반, 척추, 어깨까지 전신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 그런데 걸음걸이에 문제가 생기면 처음에는 발에만 무리가 가는 것 같아 보여도, 시간이 지날수록 관절, 척추, 심지어 얼굴 비대칭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바르게 걷는 건 단순한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의 문제다.
일상 속에서 무심코 반복하는 잘못된 걸음걸이는 결국 특정 근육과 관절에만 부담을 집중시키고, 다른 부위는 사용되지 않아 기능 저하가 생긴다. 이런 비대칭은 체형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만성통증, 관절염, 디스크, 골반 틀어짐 같은 문제의 원인이 되기 쉽다.
‘팔자걸음’은 무릎 연골을 닳게 만든다
팔자걸음은 발끝이 바깥쪽으로 벌어져 걸으며, 고관절이 바깥으로 회전된 채 움직이는 형태를 말한다. 이 걷기 습관은 주로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의 불균형, 혹은 평발이나 O자 다리에서 비롯된다. 문제는 이 자세로 걷게 되면 무릎 바깥쪽 연골이 지속적으로 눌리면서 닳게 된다는 점이다.
또한 발을 디딜 때마다 충격이 고르게 분산되지 않고, 발목과 무릎, 고관절에 회전성 스트레스를 유발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연골 손상뿐 아니라 척추측만이나 골반 비틀림까지 생길 수 있다. 특히 계단을 오르내릴 때 통증이 느껴진다면 팔자걸음 교정이 시급한 신호일 수 있다.
‘안짱걸음’은 고관절과 허리통증의 원인이 된다
안짱걸음은 발끝이 안쪽으로 향해 걷는 자세로, 유아기에는 흔하지만 성인이 되어서까지 지속되면 고관절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특히 이 걸음걸이는 허벅지 안쪽 근육만 과도하게 사용하게 만들고, 외측 근육은 점점 약화되게 된다. 결국 엉덩이 주변의 근육 불균형이 심해지고, 허리와 골반에 부담이 집중된다.
또한 무릎이 안으로 말리는 ‘내반슬’ 자세가 반복되면 무릎 통증이나 퇴행성 관절염으로 이어질 위험도 커진다. 안짱걸음은 보행 시 골반이 앞뒤로 흔들리는 모양이 커지면서, 요추부(허리) 디스크나 협착증을 유발할 수 있는 구조적 변화도 초래할 수 있다. 걸음걸이 하나로 허리 통증까지 유발된다는 얘기다.
‘1자걸음’은 보기엔 멀쩡해 보여도 문제다
1자걸음은 발끝이 정면을 향한 듯 보여 가장 바른 자세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발끝이 너무 일자로 고정되어 걷는 습관은 발목과 무릎에 비정상적인 회전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 특히 하체 근육이 발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1자걸음을 유지하려 하면 종아리 통증이나 무릎 내측 압박이 반복된다.
이 상태가 장기화되면 골반이 뒤로 빠지고 허리까지 과도하게 뒤로 젖혀지는 자세로 보상하게 되는데, 이는 결국 요추 과신전, 엉덩이 근육 약화, 무릎 통증을 부른다. ‘보기 좋은 걸음’이 꼭 건강한 걸음은 아니라는 뜻이다. 내 몸의 근력 상태와 관절 정렬을 고려하지 않은 1자걸음은 부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잘못된 걷기는 ‘목부터 발끝까지’ 체형을 무너뜨린다
걸음걸이가 잘못되면 그 영향은 하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발의 방향이 달라지면 골반의 움직임이 바뀌고, 골반이 틀어지면 척추와 어깨 높이도 달라지게 된다. 심한 경우 한쪽 다리에만 힘이 실리면서, 양쪽 어깨 높이와 목 위치가 비대칭으로 변할 수 있다. 이렇게 체형이 틀어지면 편두통, 턱관절 장애, 안면비대칭 같은 전혀 예상치 못한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체형이 틀어지면 호흡의 질도 떨어지고, 장기 위치까지 변화하면서 소화 불량이나 변비가 자주 나타날 수 있다. 단순한 걸음걸이가 온몸의 정렬을 뒤틀 수 있다는 점에서, 걷기 자세는 ‘운동’ 이전에 몸을 바로 세우는 생활습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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