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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E-트론 GT 타고 유럽 그랜드 투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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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GT는 결국 순수한 환상일 뿐일까?

자동차를 몰고 유럽 전역을 가로질러 달려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마음속 깊은 곳에서 샘솟는 기묘한 행복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행복감을 완성하는 요소들은 이렇다. 절묘한 노래 선곡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빠른 속도,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주행(단지 재미 삼아 텅 빈 아우토반을 냅다 달리는 것과는 다른), 몇 시간의 고독과 늦은 밤까지 어슬렁거리는 야행성 활동, 그리고 단 하루에 경험할 수 있는 사계절.

하지만 당신이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할 단 한 가지 요소를 꼽아야 한다면, 그건 바로 잘 달리는 자동차다. 누구나 ‘멋진 진보’라고 부르고 싶어지는 지칠 줄 모르는 동반자. 그러므로 이 같은 일을 제대로 해내는 차는 아무래도 늘씬한 스타일에 강력한 심장을 품고 있는 GT다. 하루에 세 번 정도는 주유를 해줘야 할 요정처럼 예쁜 애스턴 마틴, 아무렇지도 않게 시속 225km를 넘나드는 회색빛 M5, 프랑스 칼레의 출입국관리소 앞에서 배기 사운드를 씩씩대며 뿜어내는 911. 형태와 기능이 교차하는 독특함으로 마니아들의 경외심을 이끌어내는 이러한 차들 이면에는 가장 모호한 뭔가가 스며있다. 바로 영혼이다.

유럽대륙을 가로질러 베로나까지 달리는 이 특별한 여정은 영국해협에서 약 75m 해저에 있는 터널에서 시작되었다. 유로터널 열차의 에어 스프링이 꿈틀댄다. 넉넉한 휠베이스와 떡 벌어진 트레드, 그리고 뚜렷한 윤곽의 앞머리를 향해 매끈하게 깎아놓은 근육질 차체를 지닌 이 차는 열차 안 희미한 조명 아래에서 마치 포식동물 같기도 하고 외계생명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외모에는 행복감을 선사하는 GT의 특성이 뚜렷하다.

523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파워트레인은 시속 322km를 찍으며 지금까지도 가장 강력한 그랜드 투어러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는 2004년형 애스턴 마틴 뱅퀴시 S에 견줄 만하다. 이 차의 그 모든 파워는 앞뒤 차축에 하나씩 자리 잡은 전기 모터에서 나온다. 93.4kWh 용량의 배터리를 가득 충전했는데도 주행 가능 거리는 426km 정도다.

이는 E-트론 GT의 강력한 능력뿐 아니라 멀리 떨어진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실질적인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베로나까지 이어진 910km의 매끈한 도로를 문제없이 달리는 건 이 차에게 부당한 요구일까? 만약 11만2000파운드(약 1억8390만 원)의 비용을 들여 본인 명의의 ‘GT’를 손에 넣었다면, 이처럼 기나긴 여정에 나서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기꺼이 도전하는 이 여정은 ‘기술을 통한 진보’를 추구하는 아우디 E-트론 GT의 면모를 낱낱이 벗겨줄 것이다.

단순한 성능이 아닌 ‘영혼’의 측면에서 본다면? 흠, 만약 우리가 프랑스 칼레에 도착하자마자 페라리 로마의 시동을 걸 수 있다면 멀리 볼 것도 없이 아마도 순식간에 뒷머리가 바싹 곤두서고 말 것이다. 그래도 예단하지는 말자. 이번 여행은 객관적이고 주관적인 자료 수집을 위해 무척 흥미로운 도전이다. 전기차는 이제 대다수 주요 시장에 ‘도착한’ 것으로 보인다. 피닌파리나 바티스타는 페라리 SF90 스트라달레(Stradale)만큼 운전하기 좋지는 않지만 분명 합법적인 슈퍼카다.

강력한 전기 슈퍼 미니(피아트 500)와 하드코어 오프로더(먼로 Mk1)도 있다. 매일 탈 수 있는 전기 크로스오버? 지금 나와있는 전기차 대부분이 그렇다. 최고급 리무진? BMW i7의 인기는 가히 놀라울 정도다.그러나 전기 GT에 관해서라면 별개의 문제다. 훨씬 더 구현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GT는 속도와 멋진 핸들링, 편리함, 감히 넘볼 수 없을 그 어떤 감각, 그리고 무엇보다 ‘로맨스’를 보여줄 수 있어야만 한다. 지난 2021년 등장한 E-트론 GT는 이 모든 것을 시도한 최초의 전기차였다.

하지만, 이 차가 그 모든 걸 설득할 수 있을까? 거의 고요한 침묵 속에서 당신을 휘젓는 차가 진정 당신의 마음속으로 파고들 수 있을까? 그처럼 제한적인 주행 가능 거리와 현실을 한번 직시해보자. 몇 시간마다 급속 충전기 앞에서 최소한 20분 정도씩 멈춰 있어야 하는 게 과연 ‘훌륭한 진보’라고 할 수 있을까? 전기 GT는 결국 순수한 환상일 뿐일까? 칼레에서 남쪽을 향해 달리며 우리는 몇 가지의 의문을 품고 있었다.

E-트론은 에코를 비롯한 다양한 주행 모드를 갖추고 있다. 에코 모드를 선택하면 차체를 낮춰 R8 슈퍼카와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서 노면 저항은 최소화할 수 있다. 영국에서는 스프링 작동거리가 짧을수록 열악한 도로에서 서스펜션의 충격 흡수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게 항상 가장 현명한 선택은 아니다. 하지만 매끄러운 프랑스 자동차 도로에서 이 차는 마치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처럼 매끈하게 달린다. 잔 진동조차 거의 없다. E-트론은 차분하면서 비할 바 없이 확실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 차는 분명 매우 바람직한 GT다. 포르쉐 파나메라에서 파생한 태생적 기반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매끈하게 달리는 아우디의 능력도 매력적이다. 아우디는 기계적 구성이 특유의 차별점을 갖고 있다. 이 차의 무게는 2347kg으로 꽤 육중한 편이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매끈한 공기역학적 구조와 드라이브 라인에 힘입어 요철이 심한 도로에서도 달콤한 추진력을 뽑아낼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직선주로를 달릴 때 마치 전설적인 ‘아바스 모노포스토 다 레코드’(Abarth Monoposto da Record)를 몰고 최고속도 기록에 도전하는 것처럼 하는 건 V8 트윈터보 엔진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라 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충전소까지 약 128km를 기분 좋게 달렸다. 다음 충전소는 메츠(Metz) 부근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살짝 벗어난 지점에 있다. 칼레에서 약 466km 떨어진 곳이다. 두 곳 모두 조용하고 분위기 좋은 충전소로, 70kWh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 25분 정도가 걸린다. 그 정도면 대략 338km 정도를 주행하기에 충분하다. 독일로 들어간 다음 퓌센 패스(Füssen Pass)를 넘어 인스부르크(Innsbruck)까지, 그리고 볼차노(Bolzano)를 지나 남쪽으로 향하는 게 우리의 경로다. 그러면 베로나로 여행하는 내내 장거리 운전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론상 정말 빠른’ 아우디를 몰고 일말의 망설임 없이 마음껏 즐길 수는 없었다. 아마도 RS7을 탔을 때보다 훨씬 더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고 점잖은 주행이 될 것이었다.

수시로 멈춰 충전해야 하는 건 GT로서 E-트론의 낭만, 즉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특성을 어쩔 수 없이 해치고 만다. 이는 명백한 단점인데, 사실 GT라면 이런 단점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GT를 시도하는 미래의 전기차에 이 문제를 제기하고 싶지는 않다. 상황은 개선되어야 한다.

메르세데스는 지난해에 EQXX를 공개했는데, 이 차는 1001마력의 완전한 슈퍼카로 꼽혔던 부가티 베이론(Bugatti Veyron)의 공기역학 성능을 구현해낸 콘셉트였다. 전동으로 조작할 수 있는 캄(Kamm) 테일을 확장하면 EQXX 전기차는 0.17이라는 엄청나게 낮은 공기저항계수를 기록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는 이상 아우디와 다를 바 없는 합리적 4도어다. 그리고 중요한 건, 이 일회성 콘셉트카는 한번 충전하면 다음 충전소에 멈출 때까지 약 1207km나 주행한다는 사실이다. 방음장치를 추가하고 241마력인 전기 모터 출력을 450마력까지 끌어올리면 주행 가능 거리가 다소 줄어들긴 하지만, 약 804km의 실제 주행 가능 거리도 전기 GT에 적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자동차 전용도로만 달린다면, 지금의 아우디 GT와 같은 너댓 번의 충전 없이 단 한 번의 충전만으로 베로나까지의 여행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꽤 설득력 있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고속도로를 고수하며(?) 대륙횡단을 하면서 빨리 달리고 심지어 즐겁기까지 하다면? 말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메츠에서 진델핑겐(Sindelfingen, 우연히도 EQXX의 본거지다)에 있는 숙소까지 가는 경로는 3차선 도로다.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바덴바덴(Baden-Baden)을 거쳐 B500(블랙 포레스트 고속도로)을 질주하고 싶은 유혹은 너무나 크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달리는 게 합리적이기도 하다. 그래야 GT의 탁월함을 만끽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가? 고속도로와 호텔 사이의 흥미로운 도로에서 수백 km의 거리를 빠르게 질주한 다음, 바에서 시원한 맥주를 한잔 들이켜기 전에 우선 화려하게 빛나는 차의 훌륭한 성능을 향해 우리끼리 건배를 하는 게 옳다. 포토그래퍼 에들스턴과 나는 추가 충전 없이도 그 모두를 할 수 있을 것이라 계산했다.

그렇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고, 그게 우리가 감수해야 할 모든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바덴바덴에서 멈춰야만 했다. 그곳은 아마도 알디(Aldi, 50kW 충전기가 있는)의 주차장에서 피스커 카르마(Fisker Karma)를 볼 수 있는 지구상 유일한 장소일 것이다. 맞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유별한 카르마다. 2011년에 미국 정부의 지원까지 받아가며 완성한 최고출력 403마력의 이 10만 달러(약 1억3486만 원)짜리 뒷바퀴굴림 장거리 주행 모델은 초고효율 GT를 위한 가장 가능성 있는 본보기였다. 하지만 시속 201km에 불과한 최고속도와 0→시속 100km 가속에 5.9초가 걸리는 가속력으로는 애스턴 마틴이나 포르쉐를 긴장시킬 수는 없었다. 게다가 실내는 비좁았으며 소프트웨어 품질도 떨어졌다.

2012년 피스커의 배터리 공급업체가 파산했을 때 이 프로젝트는 함께 사라졌으며 결국 2500대 미만의 완성 모델이 고객에게 전달되었을 뿐이었다. 대당 대략 60만 달러(약 8억916만 원)의 비용이 들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는 새로운 GT를 향한 피스커의 시도가 안고 있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타고 온 아우디는 여러 면에서 표면적으로는 헨리크 피스커의 어리석음을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물론 시속 245km의 속도와 0→시속 100km 가속 4.1초의 성능이 최고라고 할 수는 없을지라도, E-트론은 단지 도로를 달리기 위한 실험에만 그치진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분명히 주고 있다. 전반적인 조립 품질과 소프트웨어는 훌륭하다. 차체 앞뒤의 수납공간을 모두 포함하면 BMW M5에 살짝 못 미치는 490L의 수하물 적재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 거대한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의 무게로 인해 주행가능거리 몇 km 정도를 손해 보는 건 분명하지만, 그래도 실내 거주성을 생각하면 가치 있는 선택이다. 페라리 296 GTB와 같은 초고성능 PHEV에서 느꼈던 것처럼 어딘가에 멋지게 등장했다가 조용히 떠나는 특별한 매력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카르마는 2011년에 등장한 유일한 핫이슈는 아니었다. 최초의 대중적 전기차인 닛산 리프(Leaf)가 그랬듯 형태보다 기능을 우선시했다. 리프와 E-트론 GT의 등장 시점이 불과 10년 정도 차이 나는 걸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게다가 곧 나올 로터스 에메야(Lotus Emeya)와 폴스타 5(둘 다 중국 지리 자동차의 지원을 받는다)는 고성능 4도어 전기차 게임을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가득 충전한 E-트론은 B500 고속도로를 마음껏 경험할 수 있다. 주행모드는 다이내믹 모드. 이렇게 하면 스로틀이 짧아지고 차체 제어가 강화되며, 스티어링 무게가 증가할 뿐 아니라 2단 감속기어가 성능을 최적화한다. 빨간색 그래픽과 인공적인 사운드를 빼면 실내에 큰 변화는 없는데, 이것이 바로 이 차의 스타일이다. E-트론 GT에게 B500 도로는 마치 내 집처럼 편안하다. 이 같은 유형의 도로는 긴 거리에 걸쳐 큰 반경의 숨겨진 코너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힘겹게 만든다. 또한 노면도 고르지 않아 서스펜션의 내부를 모래로 채우더라도 그 차이를 거의 알아채지 못할 정도다.

그래도 도로는 넓고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풍광은 아름답다. 이곳에서 아우디는 간결하고 정확하며 부드럽게 움직인다. 마치 스로틀 조정기능을 갖춘 엔진을 감추고 있는 것만 같다. 몇몇 약간 타이트한 커브에서는 911 터보처럼 빠른 거동도 느껴진다. 고속도로에서의 거동처럼 아우디 전기차에 대해서는 칭찬할 만한 것들이 많다. 하지만 이 경험은 일차원적이기 때문에 내게 감동을 안겨주지는 못했다. 이 숲을 흔적도 없이 흘러가는 건 실로 만족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부러 선택한 우회로가 불편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매력적인 모터가 변화를 가져왔을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어쨌든 사실이다. 미리 알았더라면 우리는 아마 바덴바덴을 향해 곧장 달렸을 것이다.

미래 GT 타입 전기차의 주행가능거리는 지금 우리가 타고 있는 아우디보다 더 길어질 것이다. 어떤 차들은 6기통 이상의 엔진을 얹고 차동제어장치까지 갖춘 고성능차에나 어울렸던 역동적인 면모를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럭셔리 고성능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네바퀴굴림 방식을 선호하는 것 같다. 파워 또한 풍부하다. 엔진 사운드 없이도 빠르고 유능한 자동차를 만들 수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약간 진지해질 수도 있다. 그라고 그건 GT에게는 무척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다.

숙소에 도착하는 늦은 시간에는 충전을 할 수가 없다. 이는 곧 이튿날 아침에 급속 충전기까지 무사히 도달하기 위해 아우토반의 첫 40km 구간을 천천히 달려야만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는 전기차 주행 거리 관리의 실질적인 부분이지만, 이런 차를 타고 애처롭게 표류하며 320d 투어링에 추월당하는 건 뭔가 잘못된 일이다. 아우토반의 속도 무제한 구간을 마음껏 즐기려면 이미 평균 4.6km/kWh의 효율은 엄청나게 떨어질 것이다. 아마도 1.6km/kWh로 내려갈 수도 있고 총 주행 가능 거리는 145km 정도로 줄어들 수도 있다.

과연 누가 진정 이 문제를 고민할 수 있을까? 우리가 볼차노 북쪽에 위치한 펜네 패스(Passo di Pennes)에 접어들었을 때, 주행가능거리가 64km 정도 남은 E-트론 GT는 ‘전력 굶주림’ 걱정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비상 충전도 필요 없었다. 마치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사실은 죄라고 할만한 게 별로 없었다. 런던을 떠난 이후로 충전이 간단해졌을 뿐 아니라 아우디의 안락함도 뛰어났다. 그리고 이 차의 섀시는 가장 재미있는 것은 아니지만, 날카롭게 반응하고 무게감 적당한 가속 페달에 힘입어 기술적 타협을 함으로써 매력과 정확도까지 더할 수 있었다. 베로나에 도착하기까지 115분간 충전하고 199유로(약 28만2,000원)를 썼으며, 268kWh의 전력을 소비했다. 나쁘지 않다. M5였다면 300유로(약 42만5,100원)의 비용으로 160L의 연료를 사용했을 테지만, 대신 연료를 채우는 데 단 몇 분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다.

또한 아우디를 타고 달리면서 배터리 전력을 모두 소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다음 어디쯤에서 놀랄 일이 일어날지 미리 고민해 본 적도 없다. 충만한 행복감에 대해 말하자면,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전기차를 타고 장거리를 주행하겠다는 건 현재로서는 지나치게 양심적인 행위일 뿐 아니라 정밀하게 측정한 노력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기계의 힘에 자신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돌격과 돌진’은 전기차를 위해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목표지점을 분명히 알아야 하고 충전을 위해 얼마간 기다리는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인간은 감정적인 존재다. 어딘가에 도착하려 할 때는 단 5분이 고문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고 나서도 우리가 그래왔던 것처럼 광고에서 봤던 충전률의 절반만 얻게 될 수도 있다. 이 전기 아우디 투어처럼 ‘외견상 바람직한 장거리 주행’이 꼭 기대심리 관리 연습이 되어야만 하는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래도 나는 미래를 더욱 낙관적으로 바라본다. 전기 아우디는 심장을 뛰게 하진 않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늦은 아침 햇살 속에서 아우토반을 달리기에는 실망스럽지 않았다. 이 차는 마치 유령처럼 순식간에 시속 225km로 속도를 올려 마치 경마장을 질주하는 명마처럼 그 속도 그대로 나아갔다. 끝없이 이어진 곡선을 차분히 공략해 나가는 질주는 그저 약간의 영감을 줄 뿐이었다. 주행 거리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제품에 진짜 영혼을 불어넣는 일은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환경친화적인 전기 GT의 개념에는 분명 잠재력이 있다. 어떤 제조사가 먼저 그것을 실현할 것인가?

글 리처드 레인(Richard Lane)
사진 맥스 에들스턴(Max Edles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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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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