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검절약의 아이콘’ 86세 전원주는 두 아들과 며느리에게 금일봉을 쏘는 어머니다. 봉투엔 “아껴써라”라고 적어서 빳빳한 새 돈을 넣어서 준다. 그가 평생을 아껴온 돈이었지만 며느리가 올 땐 약 100만 원을 줬고, 두 아들에겐 건물까지 사줬다.
2일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 전원주는 집 청소를 해야 하거나 반찬이 떨어질 때 등 도움이 필요할 때 아들을 부른다. 일종의 노력의 대가로 용돈을 꼭 챙겨준다고. 전원주는 “금일봉을 주니까 아무 소리 없이 온다”며 “받아먹는 맛에”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그의 인생에 돈보다 무서운 게 생겼다. “나는 혼자구나, 난 혼자야”라고 전원주는 생각했다. 남편과 사별 후 혼자가 된 전원주는 만약 혼자 있다가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겁이 난다. 그래서 집 문을 다 잠갔다가도 다시 열어 놓는다. 혹시 자기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아들들이 와야 하니까. 그러다 누우면 문득 ‘이러다 갑자기 죽으면 어떡하지?’ 두려움이 든다.
전원주의 아들이랑 같이 살고 싶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런데 같이 살자는 아들이 없다고. 전원주는 “아들 집을 가보면 궁궐 같다. 방이 다섯 개 있다”고 말했다. 전원주가 “여기 빈방이 하나 있네?”라고 말하면 “거기 옷방 할 거예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들이 합가에 철벽을 치는 느낌을 받았다.
전원주는 “오래 보고 싶으면 돈봉투를 빨리 안 줘야 한다”며 “이거 주면 금방 일어나서 간다”고 말했다. 전원주는 “집에 오면 ‘언제 돈을 주나’ 하는 얼굴이 보인다”고 떠올렸다. 금일봉을 받자마자 돈을 세는 며느리의 모습을 기억했다. 전원주는 자기보다 돈을 더 좋아하는 구나를 느끼게 됐다며 “내가 엄마나 할머니로 안 보이고 돈으로 보일 때가 가장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전원주는 ‘아직도 건강하시니까’는 두 아들의 반복하는 말이라며 “그게 모시기 싫단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며느리는 내 눈치를 힐끔 보는데 돈봉투가 언제 나오나 그거만 보는 거 같다”고 말했다.
전원주는 자식들이 나한테 돈 받으러 오나라는 마음도 든다. 이제는 아들이 온다고 하면 얼마를 줄까 부담이 됐던 것. 그래서 금일봉 준비 여부에 따라 약속을 변경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오은영 박사는 루틴을 깨고 불규칙하게 금일봉을 주는 것을 추천했다.
오은영 박사는 “자녀분들이 금일봉을 안 주면 안 올 거라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전원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원주에게 금일봉은 자기를 위해 반찬을 챙겨오는 아들과 며느리에 대한 노력의 대가였다. 자식들에게 고마운 사람으로 남아야겠다는 마음이 커졌다. 그러다보니 “자식이 아니라 상전 같다”는 마음이 들 때도 있다고 속 마음을 토로했다.
양아라 에디터 / ara.yang@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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