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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글을 읽을 수 없게 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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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못한다는 것은 내게 항상 공포였다.
_조지 로버트 기싱

마틴은 소설책을 펼친 순간 자신에게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왼쪽 눈 위에서 편두통이 느껴질 뿐이어서 별일 아니라고 무시했지만 아니었다. 글을 전혀 읽을 수 없는 것이었다.

마틴은 이렇게 회상했다.
“나는 글을 전혀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공포에 빠졌다. 어느 쪽 눈으로 봐도 글자가 뒤죽박죽되어 전혀 의미를 알 수 없었다.”

그는 병원에 도착해서야 뇌출혈 때문에 갑자기 글을 읽을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75세의 은퇴한 교수이자 독서광인 그는 다시는 책을 읽을 수 없게 되는 것이 아닐까 걱정했다.

“내 일상에서 큰 부분을 잃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되찾을 수 있을까?”

읽기와 뇌과학의 관계

마틴의 이러한 읽기장애는 ‘실독증’이라 불린다. 실독증은 더 이상 손글씨나 인쇄된 언어를 읽을 수 없지만 보거나 말하는 등의 다른 일은 계속 할 수 있는 신경학적 증후군이다.

어떻게 이렇게 하루아침에 읽기능력을 상실할 수 있을까? 읽기능력 상실은 보통 뇌졸중, 종양, 머리손상, 퇴행성 질환으로 인한 뇌손상 때문에 일어난다. 뇌혈관 문제는 눈 깜짝할 사이에 언어능력, 이동성, 인지능력과 함께 해독능력을 앗아간다. 아무리 뛰어난 독자라도 뇌 외상으로 인해 하루아침만에 읽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읽기는 진화적으로 볼 때 비교적 최근에서야 발달한 능력이다. 인지신경과학자인 매리언 울프는 “우리는 읽도록 태어나지 않았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읽기는 후천적으로 습득하는 기술임을 상기시킨다.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읽는다

인간의 뇌는 읽기를 위해 설계되거나 유전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으므로 읽기를 위한 보편적인 설계도는 없다. 문해력을 갖추는 과정은 사람마다 당혹스러울 정도로 다양하다. 읽기에는 굉장히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는 뜻이다.

흥미롭게도 학자들조차 아직 ‘읽기’라는 말의 정의도 내리지 못했다. 읽기라는 행위는 너무 당연하게 이뤄지고 있어서 그 의미를 따질 필요도 없어 보이지만 고쳐 읽기, 깊이 읽기, 소리 내어 읽기, 자세히 읽기, 느리게 읽기, 교차 읽기 등 읽기 방식이 다양한 만큼 그 정의 또한 내리기 어려운 것이다.

“평생 책을 읽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여겨왔지만, 생각해보면 나조차도 늘 매끄럽게 책을 읽은 것은 아니었고, 늘 같은 방식으로 책을 읽은 것도 아니었다. 뒤에서 앞으로 읽고, 소리 내어 읽고, 읽었던 문장을 다시 읽기도 했다. 다른 이들 역시 그러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책은 움직이는 글자의 그릇이고, 보는 순간 사진처럼 남는 페이지의 묶음이며, 알 수 없는 단어들의 모음이다. 그리고 그들도 읽는다. 외우고, 베껴 쓰고, 앞의 내용을 잃어 버리며. 이것을 읽을 수 없다고 누가 말하겠는가?” _김겨울, 작가

어느 날 아침 눈을 뜨자 책을 읽을 수 없게 된 마틴처럼, 세상에는 다양한 독자가 있다. 책을 사진처럼 외우지만 뜻은 이해하지 못하는 과독증 독자, 눈앞에서 글씨가 뛰어다니는 난독증 독자, 글자에서 치킨너깃 맛을 느끼는 독자, 기억을 잃어가지만 여전히 책에서 위안을 얻는 노인 등. 뇌가 고장 나 읽지 못하게 된 사람들임에도 이들은 여전히 읽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과연 읽기는 우리의 삶, 정체성, 기억, 지각에 어떤 영향을 끼치기에 이렇게까지 읽으려 노력하는 걸까? 그리고 읽기가 사라진 자리에는 무엇이 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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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는 읽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우리의 인간다움을 완성하는
읽기와 뇌과학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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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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