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월드스타 됐지만…SNS가 없어서 세계인들이 아쉬워한 韓 여배우

필더무비 2025.01.21 조회수

(Feel터뷰!)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강애심 배우를 만나다

「오징어 게임」은 공개와 동시에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한국의 콘텐츠를 널리 알리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약 3년 만에 공개된 시즌2는 우승으로 456억 원의 상금을 받은 ‘기훈(이정재)’이 복수를 다짐하고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이야기다.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과 치열한 대결,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다룬다.

극 중 강애심은 아들의 빚을 갚겠다는 일념으로 참가한 용식(양동근)의 어머니 금자 역으로 열연했다.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강애심을 만나 작품과 캐릭터, 시리즈에 참여한 소감을 들었다.

시즌1때 ‘오징어 게임’ 관심도 없었는데..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콘텐츠로 자리 잡고 시즌2가 3년 만에 등장했지만. 시즌2가 시즌3을 위한 과정이라 호불호가 갈리는 상황이다. 공개된 작품을 본 소감이 궁금하다.

“혹평이 있어서 처음에는 놀랐다. 각각 오프닝과 엔딩의 클리프행어가 잘 꺾여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재미있게 봤다. 잘 보다가 중간에 끊어버려서 서사가 잘 드러나지 않았던 캐릭터도 있지만. 캐릭터의 필요성, 당위성도 좋았다. 시즌3까지 이어지는 필요 요소였다. 처음에는 혹평이 많았는데 시간이 좀 지나고 나니 호평도 나오면서 오르락내리락하더라. 분위기를 믿지 않기도 했다. 그저 ‘내가 재미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웃음) 오엑스 투표나 7화의 전투 장면도 흥미로웠다. 총 나오는 장면은 스킵 하는데, (물론 팔이 안으로 굽었겠지만) 그 부분도 재미있게 봤다. (웃음)”

-시즌1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기회가 올지 예상했나.

“제목도 재미없고 오징어가 뭐야 오징어가.. (웃음) 이랬었다. 폭력적인 것도 싫어해서 관심이 없었다. 시즌 1에서 알리 역을 맡은 아누팜과 독립영화를 찍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잠시 이야기를 듣기도 했었다. 피가 낭자하니까 실눈 뜨고 보다가 계급 격차가 나고 사람도 차별하는 소재 잖냐. 제가 반골 기질이 있어서 이런 작품은 다들 봐야 하고, 이런 작품은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웃음).

다른 배우들은 SNS로 인기를 실감한다는데, 멀티플레이가 안되는 인간이라 카톡, 메시지, 유튜브만 소화하기에도 벅차다. 동근이가 인스타 만들라면서 계정을 만들어 줬는데, 그냥 안 들어가는 걸로 결론 내렸다. 간혹 유튜브로 정보를 접하면서도 칭찬 하나에 좋아서 춤추다가 악평에 약간 기죽어 버린다. (웃음)

‘할머니가 주인공이냐, 그만 나와라’ 같은 댓글은 주로 잔소리 듣기 싫어하는 젊은 층이라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이분 에미상 탈 거 같다(웃음)’는 좋은 댓글도 있어 힘이 되었다. 수상의 기대는 시즌3까지 가면 해보겠지만. 시즌2 골든글로브까지 욕심내면 안 되었다. 완벽한 결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공유 씨의 임팩트가 상당했는데 그건 아쉽더라”

-40년 넘는 무대 경험과 매체 연기 경력의 배우다. 세계적인 작품의 시즌2에서 비중 있는 역할로 합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소속사가 없어 알음알음으로 소개받았다. 가대본을 읽고 영상 오디션에 참가했다. 혼자 폰으로 영상 찍어서 보냈더니 합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뭔가 있을 거라는 의심이 있었다. 그러다가 동근이와 첫 리딩 때 의상 피팅까지 마치니 현실감이 들었다. 남편에게만 이런 의뢰가 왔다는 소식을 약간 전했지 아무에게도 말 못 할 기쁨이었다.

대본을 읽고 금자가 여기저기 끼어드는 분량에 놀랐다. 그 분량이 반우 편집된다고 생각하면서 욕심내지 말자고 생각하면서 임했다. 그런데 제 분량은 거의 편집 없이 나왔다. 결국 완벽하게 세팅되었고 불필요한 부분 없이 콤팩트하게 짜인 대본이었다는 소리다. 속으로 ‘황동혁 씨는 대체 누구야?’ 싶었다. (웃음) 천재? 외계인?이라고 생각했었다”

-황동혁 감독에게 ‘금자’역으로 캐스팅한 이유를 물어봤나.

“제가 직접 들은 건지, 어디서 인터뷰를 본 건지 기억나지 않지만. 예전에 위안부 할머니의 독백 영상(17분)을 보고 신뢰감이 들었다고 하더라. 배역의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 아들은 둔 엄마이자, 비슷한 캐릭터를 오래 연기한 사람이라고 듣고 준비 없이 들어왔다. 와보니, 가발도 써야 하고 반점도 그려 넣어야 했다. 저도 예뻐 보이고 싶은데 할머니 외모는 싫었다. 그런데 무슨 토를 달겠나. 「오징어 게임」인데.. (웃음)”

-한국전쟁에서도 살아남은 끈질긴 생명력, 무너지지 않는 정신력으로 버티는 다수의 여성 캐릭터 중 하나다. 본인이 해석한 금자는 어떤 인물인가. 비녀라는 의미심장한 물건의 활약도 기대된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누가 비녀를 꽂나. 한편으로는 개성시대니까 연필도 꽂기도 하고 그러니까. 그런대로 잘 봐주신 거 같다. 금자가 6.25 때 살아남았다는 건 허세다. 마치 ‘내가 첫사랑에 실패만 안 했어도..’ 같은 말인데, 6.25 때 총알로 공기놀이했다는 말인즉슨. 엄청난 것도 견뎌 냈다는 상징인 거다. 바람피우는 남편에게 맞고 살았던 금자의 삶을 아들 앞에서 더 강인하게 드러내는 거다”

금자, 성모마리아는 아니지만 아들 바보

-오랜 무대 경험을 쌓은 배우 중 한 사람으로서 거대한 세트에 들어간 기분은 어땠나.

“압도적인 스케일에 놀랐다. 채경선 미술감독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그 안에서 긴장감을 달래려고 주문을 걸었다. 황 감독과 케미가 좋아서 디렉션을 바로 캐치했고 재미있게 촬영했다. 신기했던 점은 극의 흐름처럼 순차적으로 찍었는데 모든 배역이 평등했고 공평하게 연기했다는 거다. 모니터 뒤에 월드 스타 이정재, 이병헌 등등이 두 시간 넘게 (제가 대사하는 신 뒤에 서 있으려고) 기다리고 있더라. 이런 경우 자투리 시간을 빼서 따로 진행하는데 안 그래서 놀랐다. 마치 연극을 하듯이 감정의 흐름과 디테일을 위해서 주요 배역, 장면이 아니더라도 공평하게 기다려야 했다. 그걸 그대로 끝까지 실천하더라”

-양동근 배우와 호흡은 실제 모자 사이처럼 끈끈했을 거 같다.

“항상 잘 맞아서 좋았다. 엑스를 누르기로 약속하고 오를 눌러 미안하다는 말 이후에, ‘사실 빚이 더 있다’고 고백할 때면 내면에서 울리는 느낌을 전해주려고 하더라. 동근이가 눈물이 나게끔 진심으로 연기해 주었다. 사실 금자는 그 소리를 듣고 화를 내야지 울만한 상황이 아니었는데 순간 ‘대단한 배우구나’ 느꼈다.

이후 엄마와 감정 연기 때문에 고사하려고까지 생각했다는 말을 들었다. 사실 저도 부담스러웠다. 어떤 느낌으로 도움을 줄까 고민했다. 우리 아들이라면 어떤 감정으로 다가가야 할까 생각했고, 무조건 아들이 살아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안심시켜 줘야겠다는 순간적인 관계성의 에너지가 그 장면을 구축하게 되었다”

-세 번째 게임을 할 때 목숨처럼 붙어 있던 엄마와 떨어지게 된다. 촬영 에피소드는 어땠나.

“이 장면은 여러 상황을 염두에 두고 찍었다. 무서워서 바로 들어간다거나, 끝까지 버티다가 뒷모습으로 끌려간다거나, 복합적으로 생각할 여지를 둔 거 같다. 엄마랑 같이 가려다가도 제한 시간에 걸려 자기도 모르게 간 거다. 금자는 원망보다는 ‘아들은 살았고 나는 어떻게 하지?, 누구를 찾아야 하지?’ 싶은 고민이 있었다. 사실은 오케이가 난 장면이 있는데 다시 찍었다. ‘가! 가라고!’라는 장면이 있었는데 편집되었다. 금자는 성모마리아가 아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어야 해서 재촬영했다”

-7화에서 아들을 성기훈이 주도하는 전투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시즌3의 신파, 모정, 인간애 등 갈등이 예상되는 인간적인 캐릭터 중 하나다.

“당연히 못 나가게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배 앓고 나온 내 아들이 우선이다. 남을 위해 희생한다는 건 명예심 때문인데, 내가 나갈 수는 있겠지만.. 작품의 캐릭터상 아들의 생사가 우선이지 않을까. 그때 진짜 아들 생각도 많이 났다. ‘더 잘 해줘야지’ 생각했다”

-많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가장 눈여겨 본 배우는 누구인가.

“이병헌 씨가 5인 6각 게임에서 실수할 때는 오른손, 잘할 때는 왼손으로 한다. 오히려 너무 잘해서 NG가 나서 촬영했다. 박성훈 씨도 멋있었다. 첫 장면같이 찍고 신뢰감이 든다고 따로 말해줬을 정도였다. 대사를 주고받는데 편안하게 느껴졌다. 조유리 씨도 대사가 많지 않았지만 화장실에서 우는 장면을 보고 감탄했다”

-강애심 만의 연기론은 무엇인가.

“강애심은 매소드는 없지만.. 상대가 있음으로써 내가 있다는 건 확실하다. 어릴 때는 나만 잘하면 되지 생각했는데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후배라고 해서 가르쳐 줄 것도 없다. 무대에서 경험하고 상대와 같이 진실로 대사를 맞춰가면서 오는 시너지는 똑같다”

-「오징어 게임」은 인생에서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

“인생 전체의 큰 획을 긋는 사건이다. 20대 초반에 고양이 표정의 카드를 골라서 점 보는 게 유행이었다. 그때 화려하고 예쁜 얼굴보다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못할 불쌍한 고양이를 골랐었다. 그때 ‘본인의 능력과 실력은 출중하나 인정을 못 받는다’는 말을 들었다. 이제 운명을 타파했구나 생각 들었다.

「오징어 게임」 이후 제 삶이 달라지는 건 없다. 똑같을 거다.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어디에도 휩쓸리지 않을 거다. 그래서 SNS도 개설하지 않는 거다. 소속사가 없는 것도 연극이 우선이라서 그렇다. 매체와 연극 중에 고르라면 좋아하는 연극이 들어온다면 연극이 먼저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은 합숙 촬영을 해야 해서 때마침 연극을 거절한 적 있다. 눈물을 흘리면서 고사했는데 그쪽에서 오히려 하라고 배려해 주셨다. 배우와 회사가 같이 윈윈해서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연극은 그렇지 못해서 회사와 연결되기 쉽지 않더라. 혼자 편안하게 골라 가면서 하는 게 좋다. 오늘처럼 가끔 조카들이 일 봐주는 게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