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코로나19 유행 당시 치명적인 변이 바이러스 ‘XBB’가 발생했다며 떠돌았던 가짜뉴스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또다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인플루엔자(독감) 등 다양한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하면서 보건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이런 가짜뉴스가 등장해 과도한 공포심을 조장하고 있어 언론 보도 등을 접할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최근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SNS)에는 “긴급 알림”이라는 문구와 함께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인 ‘XBB’가 퍼지고 있다는 글이 돌고 있다.
이 글에는 “XBB는 델타 변이보다 5배 독성이 강하고 사망률이 높다”며 “증상이 극단적으로 심각해지는 데는 훨씬 적은 시간이 걸리고,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비인두에서는 발견되지 않으며 비교적 짧은 시간에 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 글은 과거에도 한 차례 퍼져 질병관리청이 공식적으로 부인한 ‘가짜 뉴스’다.
2022년 가을 글로벌 메신저 왓츠앱에 ‘싱가포르발 뉴스’라며 같은 내용의 글이 다양한 언어로 번역돼 세계 각국의 SNS에 퍼졌고, 질병청은 이듬해 8월 “WHO(세계보건기구)에서 진행된 XBB 1.5., XBB.1.16.에 대한 위험평가 결과에 따르면 XBB 변이가 다른 변이에 비해 더 위험하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XBB 변이가) 빠른 점유율 증가로 세계적으로 발생을 증가시킬 수는 있다고 판단되지만 보고된 사례 중 중증도를 증가시킨다는 증거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질병청은 지난 13일에도 같은 소문이 돌자 “최근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하다 보니 이에 대한 불안으로 과거 루머가 재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해당 뉴스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재확인했다.
WHO도 2022년 10월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현재 데이터에 따르면 XBB의 질병 중증도에는 (기존 변이와) 큰 차이가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오리지널 바이러스와 델타 변이의 중증도가 높았고, 오미크론은 상대적으로 낮다”며 “XBB는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이기 때문에 전파력이 강하고 중증도는 낮다는 오미크론의 특징을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에 퍼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KP.3(점유율 약 35%)과 JN.1(약 30%)로, 해당 글에 등장하는 델타 변이는 2021∼2022년에, XBB 변이는 2023년에 유행했던 형태다.
다만 이동량이 늘어나는 설 연휴를 앞두고 호흡기 감염병 예방을 위해 예방접종을 받는 등 경각심을 가질 필요는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기준 최근 4주간 외래환자 1천명당 독감 증상 환자는 31.3명, 73.9명, 99.8명, 86.1명이었다. 유행 정점은 지난 것으로 분석되나 아직도 2016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2주차 전체 호흡기 바이러스 양성률은 86.7%였으며 검출 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55.0%)가 가장 많았다.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6.9%), 메타뉴모 바이러스(6.0%), 코로나 바이러스(5.4%), 리노 바이러스(4.9%) 등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19는 2.8%였다.
설 연휴를 앞두고 독감이 유행되는 가운데 호흡기 세포 융합 바이러스(RSV) 확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나 고령층을 중심으로 감염환자가 증가 추세에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는 RSV 백신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RSV는 인후통, 발열, 기침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다. 면역력이 강하면 쉽게 지나갈 수 있지만, 면역력이 약하면 폐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지난 16일 “설 연휴를 안전하게 보내기 위해 호흡기 감염병 예방수칙 준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외출 전후 손 씻기, 기침 예절, 호흡기 증상 시 마스크 착용, 2시간마다 10분 이상 실내 환기 등 호흡기 감염병 예방 수칙을 각별히 준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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