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에 올라갔을 때, 혹은 비행기가 이륙해 높은 고도에 올랐을 때, 종종 귀가 먹먹해지는 증상을 경험하곤 한다. 요즘은 롯데타워처럼 높이 솟은 고층 건물에 올라갈 때도 비슷한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타면 갑자기 귀가 먹먹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밖에도 귀가 먹먹해지는 증상은 일상에서 종종 경험하게 된다. 귀가 먹먹해지는 증상은 근본적으로 왜 일어나는 것인지,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지 등을 알아보도록 한다.
가장 일반적인 원인, 기압 변화
귀 먹먹한 이유로 사람들이 알고 있는 가장 일반적인 원인은 ‘기압 변화’다. 등산, 비행기 이륙, 고층 빌딩은 ‘높은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공기도 중력의 영향을 받는다. 즉, ‘무게’가 있다는 뜻이다. 낮은 곳일수록 그 위에 존재하는 공기가 많으므로 누르는 힘(기압)이 크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서 기압이 점점 낮아지는 이유다.
소리란 본질적으로 공기의 진동이다. 따라서 인간의 귀는 ‘고막’을 통해 공기의 진동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소리를 전달한다. 진동을 세밀하게 전달하기 위해 고막은 매우 얇은 구조로 돼 있으며, 그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고막 바깥쪽과 안쪽의 압력을 조절해줘야 한다.
이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귀 속에 있는 ‘유스타키오관’이라는 기관이다. 유스타키오관은 귀와 인후(목구멍)를 연결하는 관으로, 귀 내부와 외부의 압력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이 관이 열리고 닫히면서 공기를 받아들이거나 내보냄으로써 압력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원리로 평상시에는 바깥쪽과 안쪽의 압력이 균형을 이룬다. 하지만 높은 곳으로 올라갈 경우 바깥쪽에서 가해지는 기압이 줄어들게 되므로, 고막이 안쪽으로 눌리는 듯한 현상이 발생한다. 이것이 귀가 먹먹해지는 기본적인 원리다.
기압 변화로 귀가 먹먹해지는 것은 사람들에게 익히 알려진 현상이다. 그런 만큼 이에 대한 대처법도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하품을 하는 것이다. 하품을 하면 턱이 아래로 내려가고 입이 크게 벌어지면서 유스타키오관이 열리게 되고, 외부와 내부의 기압이 조절된다.
침을 삼키는 것도 귀가 먹먹할 때 흔히 사용되는 대처법이다. 침을 삼키면서 혀와 목의 근육이 움직이게 되고, 이때 유스타키오관이 열리며 기압 조절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비슷한 원리로 물이나 음료 등을 삼키는 것으로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귀 먹먹한 이유, 다른 원인도 있다?
귀 먹먹한 이유 중에는 건강 관련 증상이나 질환도 있다. 가장 흔한 예로 알레르기가 있다.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노출될 경우, 면역계의 과민 반응으로 인해 귀와 코의 점막이 붓게 된다. 이때 유스타키오관이 막히게 되면 내부와 외부 압력 조절 기능이 차단된다.
감기나 독감 등 호흡기 바이러스도 비슷한 현상을 일으킨다. 원인은 다르지만 유스타키오관이 막히는 현상을 유발한다는 점은 같다. 본래 유스타키오관은 주변 기압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열리고 닫히며 내외부 압력을 조절하게 된다. 그런데 외부 요인으로 인해 관이 막혀버리면 압력 조절 기능이 차단돼 귀가 먹먹한 증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알레르기로 인한 문제는 알레르기 원인이 제거되거나 시간이 지나면 점차 원래대로 돌아온다. 하지만 바이러스나 세균 등 병원체에 의한 감염은 시간이 지나면 더 심해질 우려가 있다.
일례로, 호흡기 바이러스에 의한 상기도 감염은 종종 중이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 유스타키오관이 막히면서 중이 내부의 공기 흐름이 차단되고, 이로 인해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되는 것이다. 중이염이 발생할 경우, 귀를 비롯한 주변부 통증, 발열 등의 증상이 생기며, 심해질 경우 청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상에서 종종 귀가 먹먹해진다면
기압 변화로 인한 귀 먹먹해짐은 그리 심각한 문제는 아니지만, 사람에 따라 느껴지는 불편함은 다소 클 수 있다. 이 증상을 예방하고 싶다면 몇 가지를 유념해두면 된다. 등산을 할 때는 출발 전 수분을 적절하게 섭취하도록 하고, 수분 보충을 위한 대책도 마련해가는 것이 좋다. 비행기에는 물 등을 가지고 탑승할 수 없으므로, 귀마개를 준비해뒀다가 이륙 시 착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한, 기압 변화 외에 귀 먹먹해짐의 이유로 미루어볼 때, 평상시에 귀가 먹먹한 증상을 종종 겪는다면 귀 건강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해발 고도가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것이 아닌 이상, 일반적인 상황에서 기압 변화를 겪을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종종 귀 먹먹해짐을 겪는다면, 무언가 다른 외부 요인 때문에 유스타키오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알레르기 반응이 올 때 귀가 먹먹해지는 경우는 알레르겐 차단에 신경을 쓰면 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알레르기가 없거나 딱히 노출되지 않았는데도 귀가 먹먹해질 수도 있다. 단순하게 귀지가 과다하게 쌓여서 발생하는 현상일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호흡기 건강부터 귀 건강까지 점검해볼 것을 권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