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투입돼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알려진 육군 수방사 1경비단이 수개월 전부터 국내 주요 방송사들에 건물 내부 도면을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수방사 1경비단은 도면을 요청하고 MBC에 직접 방문해 ▲주조정실 ▲부조정실 ▲본사 외곽을 시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 비상계엄 당일 국회 투입된 수방사 1경비단, 작년 2월경 직접 방문 “작전지역 친숙화”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 방송문화진흥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경비단은 MBC에 건축물 현황도를 요구하며 수방사 소속 군인 5명이 실제로 방문하고 주요 보안지역을 시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에는 ‘작전지역 친숙화 및 현황숙지’라고 표기돼 있다. 수방사 1경비단은 본사 ‘주조’와 뉴스센터 ‘부조’를 시찰하고 본사 외곽까지 둘러본 것으로 확인됐다.
정동영 의원은 이날 출석한 MBC 박건식 기획본부장에게 “‘주조’란 ‘주조정실’을 뜻하며 방송 송출을 최종적으로 조정하고 관리하는 핵심 공간”이라며 “주조정실이 차단되면 실제적인 방송 차단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MBC 박건식 기획본부장은 “2024년 2월 6일자의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에서 MBC 시찰을 요청하는 협조 공문을 보냈으며 이것은 사상 처음이기 때문에 매우 의아했다”고 밝혔다.
■ 1경비단, 동일 도면 요구한 KBS와 SBS에는 방문 안 해… ‘MBC에 이례적’

또한 정동영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방송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동일한 도면 제출을 요구받았던 KBS와 SBS에는 수방사 소속 군인들이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방송공사와 방통위(SBS)는 2024년과 2025년 ‘(KBS와 SBS에)방문하지 않았음’ ‘장소를 시찰하거나 둘러본 적 없음’라고 답변했다.
수방사가 MBC를 방문할 당시 공문의 양태도 다소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평시’에 ‘방호진단’ 명목으로 매년 상하반기 군에서 주요 시설점검을 하긴 하나, 이런 경우에는 해당 관할 ▲시청 ▲경찰청 ▲소방청 등 유관기관이 함께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MBC의 경우에도 그간 받았던 공문에는 ‘마포구청장’, ‘마포경찰서장’, ‘마포소방서장’등이 포함돼 있지만 수방사 1경비단 명의로 받은 공문에는 ‘수도방위사령관(작전과장),’ ‘수도방위사령관(통합방위과장)’ 등이 명시됐고 경찰·소방 등의 유관기관은 없었다. 증인으로 출석한 박건식 기획본부장은 “이전에도 군이 보안시설인 MBC를 찾아온 적이 있었지만, 일반 보병사단이었으며 군만이 온 것이 아니라 항상 군, 경찰, 소방서, 구청 합동점검을 했는데. 2024년 2월 6일자 공문은 수방사만 단독적으로 저희에게 보낸 것이어서 이례적이고 사상 처음”이라고 답변했다.
■ 국방부 국방홍보원, 계엄 한 달 전 MBC에 자재사양 및 단면도 재차 요구, MBC ‘제공 안해’
또한 국방부 국방홍보원은 계엄 한 달 전 MBC에 다시 자재사양과 단면도를 재차 요구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군은 계엄 한 달 전 MBC에 자재사양 등과 함께 단면도를 요구했는가” 라는 정동영 의원실의 질의에 MBC(방송문화진흥회)는 “계엄 한 달 전 요구했으며 답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동영 의원은 “실제로 국회에 투입된 1경비단이 계엄 전에 MBC에 방문해 주조와 부조를 시찰하고 간 것도 이례적”이라며 “이후에도 여러 가지 명목으로 MBC에 수차례 단면도를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정동영 의원은 “계엄의 사전 준비 과정이 일부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방증”이라며 “소위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방송사에 여러 차례 도면을 요구한 것이 아닌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의원은 “방송 3사 중 유일하게 수방사가 방문해 ‘주조정실’과 ‘부조정실’을 시찰하고 간 MBC, 도면이 군에 제공됐지만 요청받은 적도 준 적도 없는 SBS의 사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탄핵심판에서 업무에 복귀하자마자 ‘내란이라고 쓰지 말라’라고 발표한 방통위원장이 진정으로 알아봐야 할 것은 이처럼 침해된 언론의 독립성과 자율성”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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