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걷기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활동이다. 실제로 간편함 대비 효과가 가장 뛰어난 ‘가성비 운동’ 중 하나로 빠지지 않는다. 일일 걸음 수를 주제로 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돼 왔으며, 거의 대부분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았다. 걸음 수와 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한 여러 의문들을 한데 정리해보았다.
걸음 수와 건강의 상관관계
종종 ‘하루에 몇 걸음 이상 걸으면 주요 질환 몇 % 예방’이라는 식의 제목을 접할 때가 있다. 사회 전반적인 과체중 및 운동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하고 있다.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더 많은 활동을 장려하려는 의도라고 할까. 물론 너무 자주 보면 심드렁해지는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하루 걸음 수가 충분히 많으면 심장 질환, 혈관계 질환, 각종 대사 질환을 개선할 수 있다는 건 변하지 않는 진실이다. 걷기를 시작하는 순간 가만히 있는 것에 비해 심장은 더 많은 혈액을 내보내야 하고, 보통의 경우 심장에 무리가 되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심장 근육을 훈련시키는 효과가 발생한다.
혈액 순환이 원활해지면 1차적으로 혈관 내 청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걷기에 사용되는 근육들을 꾸준히 사용함으로써 근손실을 예방할 수 있다. 몸을 움직이기 위해 끊임없이 산소를 순환시키며 에너지를 생성하므로 체내에 축적된 잉여 에너지원(체지방)을 소모하는 기회도 된다. 산책과 같은 느긋한 걷기가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여러 모로 입증된 바 있다.
한편, 현대인에게 있어 ‘건강’이란, 어떤 면에서는 ‘노화를 최대한 늦추는 것’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노화의 본질은 신체 각 조직이 담당하는 기능이 저하되는 것을 의미한다. 위와 같은 건강 효과가 이루어지면 자연스럽게 신체 조직의 기능은 원활한 상태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걸음 수는?
단골처럼 따라다니는 질문을 해결해보자.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걸음’이란 무엇인가?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어떤 전문가는 가볍게 걸어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숨이 찰 정도의 빠른 걸음 이상이어야 운동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차라리 딱 정해주면 좋을 텐데, 매번 다른 의견을 접할 때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실, 양쪽 모두 일리가 있는 말이기도 하고, 사람마다 현재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가 쉽지 않다.
명확하게 정리하자면, 속도와 상관없이 걷기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 다만, 걷기의 목적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적합한 방법이 다르다.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정신건강을 관리하려는 목적이라면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본인이 걷고 싶은 속도로 걷고 싶은 만큼 걸으면 된다.
노화 및 특정 질환 등으로 인해 운동 능력이 약해져 있는 사람, 혹은 평소 식사량이 대체로 적은 편에 속하는 사람이라면 일상적인 수준의 걸음만으로도 충분히 건강 관리가 가능하다. 반면, 걷기를 체중 감량 등 운동 목적으로 접근하려는 사람이라면, ‘빨리 걷기’ 이상의 속도를 유지해주는 편이 효과적이다. 일반적인 걷기로 운동 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그러기까지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꺼번에 많이 걷기’와 ‘틈틈이 걸음 수 채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운동 효과를 높이고자 한다면 당연히 한꺼번에 많이 걷는 쪽이 좀 더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전반적인 체력 관리를 하면서 하루종일 활력을 유지하고 정신적 회복을 도모하는 것이 중점이라면 틈틈이 시간을 내서 걷는 것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적정 걸음 수’에 너무 집착하지 말 것
한때는 ‘하루에 1만 보 이상’을 걸으라고 권장하곤 했었다. 또 언젠가는 8천 걸음이면 충분하다고 하고, 오히려 그 이상은 시간 대비 효율이 좋지 않다고 말하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일상적인 걸음을 제외하고, 운동으로서의 걸음은 6천 보를 목표로 하라는 제안도 있었다.
들쭉날쭉하는 ‘적정 걸음 수’는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게다가 자칫 그만큼의 걸음 수를 채우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듯 강한 어조를 내비친다. 이는 걷기 자체가 스트레스 요인으로 변질되는 흔한 루트다.
실제로 적정 걸음 수를 목표로 한다고 해서, 하루에 딱 그만큼만 걷고 그 다음부터 일절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목표 걸음 수가 조금 부족하다고 해서 잠들기 전 침대 근처를 서성이며 걸음 수를 채우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핵심은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미디어에서 제시하는 적정 걸음 수는 그저 참고만 하면 된다.
걷기는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간단하고 효과적인 운동이다. 그것이 최대의 장점이다. 하지만 적정 걸음 수라는 프레임은 그 장점을 희석시키는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
걸음 수에 집착하기보다, 일상 속에서 기분이 상쾌해질 정도로 충분히 걷는 것을 목표로 하자. 몇 층 정도 계단을 이용하는 습관을 만드는 것, 한두 정거장 빨리 내려서 걷는 것도 모두 그에 포함된다. 수단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본질이 무엇인지 놓쳐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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