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레스 하면 보통은 정신적인 영역에만 관여하는 것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정신적인 건강도 결국 신체에서 이루어지는 작용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므로 스트레스는 곧 신체 건강과도 연결된다. 특히 스트레스로 인한 소화불량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스트레스와 위장 건강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스트레스와 위장 건강의 연관성을 자세히 살펴본다.
스트레스 작용과 영향 범위
‘스트레스란 무엇인가’라고 직설적으로 묻는다면, ‘신체가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생리적 과정’이라 답할 수 있다. 보통 스트레스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사실 원칙적으로는 긍정적인 자극도 스트레스의 범위에 들어간다. 예를 들어,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긴장하는 것은 ‘긍정적 스트레스’에 해당한다.
이때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들은 신체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함으로써, 중요한 순간에 신체가 ‘적절한 반응’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돕는다.
바라보기에 따라 다르다고, 이렇게 이야기하면 스트레스가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는 것은 공짜가 아니다. 일반적인 상태에서 외부에 대응할 수 있는 에너지 효율이 낮은 이유는, 신체 내부의 대사 기능에 에너지가 적절히 분배되기 때문이다.
즉, 외부 대응을 위한 에너지 효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자극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체내 대사 및 면역 기능과 같이 다른 곳에 할당되던 에너지를 일시적으로 낮춰서 끌어온다는 의미다. 그 결과로 다른 신체 부위에 기능 저하가 발생할 수 있게 된다.
스트레스 상태가 길게 이어진다는 것은 이러한 에너지 불균형 상태가 지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경전달물질, 호르몬, 각종 효소 등이 영향을 받게 되므로 신체 전반적으로 기능 저하로 인한 문제가 이어지는 것이다. 스트레스와 위장 건강이 연결되는 지점도 이 대목에 있다.
스트레스와 위장 건강
위장은 소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특히 위는 음식물을 원활하게 소화할 수 있도록 반액체 상태로 만드는 역할을 하며, 장은 실제로 대부분의 영양소를 흡수하고 처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즉, 위장의 기능이 저하되면 음식물의 소화 과정에 전반에 걸쳐 지장이 생긴다.
스트레스 호르몬에 의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다른 체내 기관과 마찬가지로 위장에 공급되는 혈류가 감소한다. 이로 인해 소화 효소가 충분히 생성되지 못하게 되므로, 평상시와 같은 수준의 식사량도 원활하게 소화해낼 수 없게 된다.
교감신경의 활성화는 대부분의 신체 기능을 저하시키지만, 예외인 것도 있다.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데 필요한 호르몬은 더욱 왕성해진다. 이들 중 하나가 ‘가스트린’이라는 호르몬인데, 이는 위산 분비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즉, 위산은 과다 분비되지만 소화 효소가 그에 맞춰 충분히 만들어지지 못하는 불균형 상태가 된다. 음식물 소화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과도한 위산으로 인해 위벽이 자극을 받아 위염이나 위궤양과 같은 위장 질환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장내 미생물 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 코르티솔은 장내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특정 미생물의 비율을 바꾸는 작용을 한다. 장내 미생물군은 영양소 및 수분의 최종 처리를 비롯해 면역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 스트레스는 장 운동성에 영향을 미쳐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유발하거나, 면역 기능 이상으로 염증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위장 건강을 위한 식이요법
스트레스 상황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스트레스를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기법들이다. 익히 알려져 있는 심호흡이나 명상과 같은 방법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식이요법이다.
스트레스 관리 기법은 당장 발생한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와 달리 식이요법은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신체 반응을 조절하고, 영향을 받은 신체 기능을 원래 상태로 회복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스트레스로 인해 위장 기능 문제가 생기면, 우선적으로 살펴야 할 두 가지는 장내 미생물 균형 회복과 염증 완화다. 섬유질 함량이 높은 식단으로 장내 미생물 균형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고, 면역 기능이 약해지면서 호발하는 체내 염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오메가 3 지방산이 풍부한 음식을 챙겨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항산화 물질 섭취를 늘리면 스트레스 자체에 대한 저항력도 높아진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술, 커피를 비롯해 당분 함량이 높은 음식은 삼가는 것이 좋다. 소화 기능이 떨어진 상태가 계속된다면, 조금씩 천천히 먹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도록 한다. 부드러운 음식이나 수분 함량이 높은 음식 위주로 섭취하면 소화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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