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각버섯류’에 포함된 활성 성분 ‘실로시빈(Psilocybin)’이 뇌 신경세포(뉴런)의 성장과 함께 네트워크 연결(시냅스 형성)을 촉진함으로써 신경가소성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제기됐다. 독일 만하임에 위치한 중앙 정신건강 연구소 산하의 헥터 뇌중개 연구소(HITBR)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실로시빈 효과, 정신 활성 작용
실로시빈은 이른바 ‘환각버섯’으로 분류되는 버섯류에 함유된 성분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정신적인 영향을 미치는 성분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규제 대상에 속한다. 다만, 실로시빈에 대해서는 별도로 추출하여 치료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HITBR 연구팀은 최근 줄기세포를 통해 배양한 인간 신경세포에 실로시빈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이달 초 「e 라이프(eLIFE)」 저널에 게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실로시빈은 인체에 투여됐을 때 ‘실로신(Psilocin)’으로 전환된다. 실로신은 궁극적으로 정신 활성 효과를 발휘하는 화합물이라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HITBR 연구팀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실로신은 단 한 번만 투여되더라도 짧은 시간 내에 인간 신경세포에 다양한 변화를 유도한다. 저널에 게재된 논문에는 구체적으로 신경세포가 더 많은 ‘가지’를 형성했으며, 신경세포의 내인성 성장 인자인 뇌 유래 신경 성장 인자(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BDNF)를 더 많이 생성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BDNF는 신경세포의 생존을 돕고, 뇌가 자체적으로 최적화되는 과정인 ‘신경가소성’을 조절하는 주요 인자로 꼽힌다. BDNF의 수치가 낮을 경우, 우울장애나 불안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실로신을 투여함으로써 뇌가 더 유연하게 활성화될 수 있다.

실로시빈, 정신질환에도 효과 있어
실로시빈 효과에 대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비교적 가까운 사례로는 지난 2024년 9월에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가 있다. 실로시빈이 항우울제로 사용되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s)’와 유사한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당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로시빈은 25mg씩 두 번을 복용했을 때 약 6주에 걸친 SSRIs 복용과 유사한 효과를 보였다. 게다가 약 6개월이 지난 뒤까지도 증상 개선 효과가 유지됐다. 이를 토대로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팀은 치료제로서 실로시빈의 가능성을 강조한 바 있다.
실로시빈 효과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소량 투여로도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 그리고 추가 투여 없이도 상당기간 효과가 지속된다는 점. 이 두 가지 특징은 이번 HITBR 연구팀이 내놓은 연구 결과와 비교했을 때도 같은 맥락을 보여준다. 실제로 우울증에 대한 효과와 신경가소성 증진은 매우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
이외에도 전 세계 여러 연구 기관에서 실로시빈에 대한 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HITBR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기존 임상 연구를 통해 제시된 긍정적인 결과들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울증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신질환의 치료 옵션으로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정신건강과 신경가소성의 관계
연구에 따르면 우울, 불안을 비롯한 여러 정신질환에서 BDNF 수치가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들 질환은 구체적인 원인과 메커니즘 등에서 차이가 있지만, BDNF 수치가 감소한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이번 연구를 통해 발표된 실로시빈 효과가 각광받는 이유다.
BDNF 수치가 감소하면 신경세포 간의 연결이 약화되기 쉽고, ‘신경가소성’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다. 즉, 신경회로의 변화 및 적응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정신질환이 더 악화되거나 치료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물론, 약물을 활용한 치료법 외에도 BDNF 수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대표적으로 ‘뇌를 위한 영양소’라 이야기하는 오메가 3 지방산(이하 오메가 3)의 섭취를 꼽을 수 있다. 오메가 3는 불포화 지방산의 일종으로 항염증 성분이 탁월해, BDNF 생산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동물성 식품 중에는 생선류, 식물성 식품 중에는 견과류를 통해 오메가 3를 섭취할 수 있다.
한편,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습관도 BDNF 수치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운동을 통해 전신의 혈액순환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뇌로 가는 혈류도 증가하게 된다. 이는 신경세포에 공급되는 산소와 영양소를 늘려, BDNF 수치 증가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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