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이나 밤에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올빼미족’이라 부른다. 이들은 대개 생체 시계가 저녁 위주로 맞춰져 있어, 밤늦게 잠들고 아침에 상대적으로 늦게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밤 시간에 더 높은 에너지를 느끼고 창의적이 되는 유형이다.
그런데 올빼미족처럼 밤늦게 활동할 경우,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제기됐다. 사회적으로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관심이 촉구되는 요즘, 가볍게 넘길 수는 없는 대목이다.
올빼미족과 우울증 위험의 관계
영국 서리대학교 연구팀은 오픈 액세스 저널 「플로스 원(PLOS One)」에 19일(수) 발표한 연구에서 ‘저녁형 크로노타입’ 즉, 올빼미족들이 상대적으로 우울증 증상이 더 많다는 내용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대학생 546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 및 그 결과를 분석한 내용을 담았다.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된 설문은 수면 패턴, 마음챙김, 특정한 생각을 반복하는 경향, 음주 정도, 우울 및 불안 증상 수준에 대해 학생들이 스스로 답하도록 돼 있었다.
설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연구팀은 올빼미족들이 ‘아침형 크로노타입’인 사람들에 비해 우울증 위험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구체적인 원인으로는 수면의 질, 마음챙김 수준, 음주 정도가 지목됐다. 올빼미족들은 전반적으로 수면의 질이 낮고, 마음챙김 활동을 덜 했으며, 알코올 소비량도 많은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보편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표본 수가 많지 않고, 대학생이라는 특정 연령대만을 대상으로 했으며, 자가 보고 방식으로 특정 시점에만 이루어진 설문 결과에만 의존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 항목들과 우울증 위험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언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수면, 스트레스, 음주… 우울증과 관련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가 아니더라도, 수면의 질과 마음챙김 정도, 알코올 소비가 우울증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는 기존에도 있었다.
수면 시간이 부족하거나 충분한 시간을 잤음에도 수면의 질이 낮을 경우, 신체적·정신적 회복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호르몬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일상에서 집중력이 떨어지고, 감정적으로 불안정해지며, 지속적인 피로감에 시달릴 수 있다. 이는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증상들이다.
마음챙김은 ‘현재 순간’에 집중하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온전히 수용하기 위한 기법으로, 스트레스를 줄이고 감정적 회복력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로 꼽힌다. 마음챙김 외에도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한 기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체로 마음챙김을 소홀히 하는 사람들은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각을 잘 관리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알코올 역시 대표적인 우울증의 원인으로 꼽힌다. 알코올은 중추신경을 억제하는 작용을 함으로써, 처음에는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기분을 저하시킬 수 있다. 어느 하루에 과도한 음주를 하거나, 꾸준히 오랫동안 과음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을 경우, 부정적 영향이 축적돼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과도한 음주로 취한 채 잠이 들 경우, 수면 후반부의 렘(REM) 수면을 방해해 전체적인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는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패턴 중 하나다.

성인 초기 정신건강 위한 기초 자료
서리대학 연구팀은 발표한 연구 결과를 통해 “젊은 성인들 중 정신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이 연구 결과는 특히 의미가 있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와 함께 기존까지 알려져 있던 정보를 종합해보면, 젊은 성인들의 우울증 위험을 줄이기 위해 어떤 식으로 개입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대학생을 비롯한 성인 초기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기획한다면, 수면의 질과 마음챙김 기법, 음주 습관 조절을 포인트로 삼아 접근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연구는 비록 한정적인 결과만을 보여줬지만, 성인 초기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보다 나은 정신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기초 자료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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