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체를 이루고 있는 세포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노화’된다. 이는 세포가 더 이상 분열하지 않으며, 맡고 있던 기능이 점점 저하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세포 노화는 다양한 질병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건강한 노화’가 화두에 오르면서 세포 노화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는 이유다.
세포 노화가 발생하는 메커니즘과 원인은 무엇일까? 길어지는 노년기를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세포 노화 속도를 늦추거나 회복할 수 있는 전략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세포 노화의 메커니즘
세포는 본래 일정한 주기(cycle)에 따라 지속적으로 복제와 분열을 거듭한다. 이 과정에서 DNA를 복제하고 두 개의 딸 세포로 나뉘는데, 이는 ‘세포의 성장과 재생’을 이루는 중요한 과정이다.
각각의 세포는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전문화’돼 있다. 운동을 가능하게 하는 근육 세포, 신호를 전달하고 정보를 처리하는 신경 세포부터 체내의 각 장기들은 저마다의 기능을 맡고 있는 세포로 구성된다. 이들은 복제와 분열 후에도 본래 맡고 있던 기능을 대대로 이어가며 지속하게 된다.
하지만, 세포의 분열은 무한하지 않다. 매 분열마다 세포의 ‘텔로미어’가 조금씩 짧아지게 되고, 일정 횟수 이상 분열하게 되면 그 세포는 ‘노화 상태’에 접어든다. 노화된 세포는 더 이상 분열을 하지 않으며, 본래 맡고 있던 기능도 저하된다. 또한, 자극에 취약해져 더 쉽게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은 세포의 자연스러운 수명이 줄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흔히 알려진 ‘산화 스트레스’ 또는 ‘만성 염증’ 등도 세포 노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작용들은 텔로미어 단축과 무관하게 정상 세포를 노화된 세포로 만드는 요인이다.
장기나 조직을 이루는 세포의 수는 천문학적으로 많지만, 그들 모두가 언젠가는 세포 노화라는 운명을 맞이한다. 다만, 수많은 세포들의 노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며, 저마다 다른 시기에 이루어진다. 인체가 점진적으로 노화되는 기본 메커니즘이다.

세포 노화 원인과 생리적 영향
세포가 노화되는 핵심적인 요인을 나누자면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노화(텔로미어 단축), 그리고 유전이나 환경, 습관 등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노화(후천적 요인)다.
텔로미어 단축은 생명체의 순리로 불가항력적인 요인이니 배제하도록 한다. 유전적 요인의 경우 개인의 특정 유전자가 세포의 자연스러운 노화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 또한 기본적으로 어찌할 수 없는 요인이지만, 현대 의료 기술은 유전자 단위까지 다루고 있으니 향후 어느 정도는 희망을 걸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외의 나머지 요인은 개인이 일상에서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자외선 노출, 오염물질 흡입, 불건전한 생활습관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이런 문제들은 세포에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가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노화가 더 빨리 이루어지도록 하는 원인이 된다.
세포 노화로 인한 생리적 영향도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하나는 내부적인 영향, 즉 본연의 기능 저하다. 예를 들어, 근육을 이루는 세포(근섬유)들은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노화돼 본래 기능을 잃는다. 100개의 근육 세포가 수행하던 기능을 80개 세포가 수행하게 되면 당연히 근육의 힘은 약해질 것이다. 전신의 장기와 조직들이 이런 식으로 점차 기능을 잃어간다.
또 하나의 예는 뇌 기능의 저하다. 뇌를 이루는 기본 단위는 신경 세포(뉴런)다. 인지력과 기억력, 감각과 운동 등 뇌가 관장하는 수많은 기능들은 각기 수많은 신경 세포들이 네트워크를 형성(시냅스)해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이루어진다. 여기서도 100개의 뉴런이 담당하던 기능을 80개 뉴런이 맡게 되면 기능이 상대적으로 저하될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외부적인 영향, 즉 ‘자극’에 약해진다는 점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면역 기능의 저하다. 모든 세포가 활발하게 제 기능을 수행할 때는 감염원이나 유해한 물질에 의한 자극을 효과적으로 이겨낼 수 있다.
하지만 노화된 세포가 많아지면 이 싸움에서 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병력이 많으면 유리하고, 적어질수록 불리해지는’ 지극히 간단한 논리다. ‘퇴행성 질환’이라는 말에 사용된 ‘퇴행’이라는 현상의 본질이다.

세포 노화를 늦추기 위한 ‘균형’
세포 노화는 시간의 흐름을 따른다. 시간이 흐르는 것은 멈출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현상이다. 하지만 생체 시계가 돌아가는 속도를 늦추는 것은 가능하다. ‘건강한 생활습관’이라 불리는 것들이 그것이다. 각각의 습관들은 어떻게 세포 노화를 늦추는 데 기여할까?
한 가지 포인트는 ‘항산화 균형’이다. 인체의 대사 과정에서는 ‘활성산소(ROS)’라는 물질이 생겨난다. 보통 ‘활성산소 = 나쁜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 활성산소는 비유하자면 ‘무기’와 같다. 예를 들면 면역 세포들이 체내에 들어온 병원균을 파괴할 때 사용하는 것도 활성산소다.
즉, 활성산소 자체를 완전히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히 사용될 수 있도록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다. 무기가 너무 많아져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면 사회에 혼란이 초래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것이 바로 ‘산화 스트레스’라 불리는 현상이며, 항산화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핵심이 된다.
항산화 물질은 보통 섭취가 부족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더 많이 섭취하라’고 권장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답은 ‘균형’이다. 항산화 물질이 너무 많아버리면 면역 기능 유지 등 꼭 필요한 수준의 무기(활성산소)마저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에, 적당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중요한 또 한 가지가 바로 ‘운동’이다. ‘규칙적인 운동’을 강조하며, 보통 일주일 단위로 적정 운동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제시하곤 한다. 이는 ‘너무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세포 노화를 가속화하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을 하면 기본적으로 대사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그만큼 활성산소도 활발하게 만들어진다. 항산화 물질이 그에 맞춰 충분히 공급된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몸 속에 ‘무기’가 잔뜩 돌아다니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스트레스 관리를 강조하는 이유와도 같은 맥락이다. 만성적 스트레스는 면역 활동을 억제해 지속적인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세포 노화가 한층 빠르게 진행된다. 스트레스 관리 기법으로 면역력을 원상복귀시키면 적어도 세포의 생체 시계가 더 빨라지는 일은 막을 수 있다.

노화 속도를 극복하는 길
상식적으로 세포의 노화는 멈추거나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과학 및 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의 상식도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줄기세포 연구와 세포 배양 기술, 유전자 편집 기술, 항노화 치료법 등 다양한 방면으로 연구가 이루어지고, 일부 성과를 거두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멈출 수는 없고, 늦추는 것이 최선’이라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뿌리째 뒤흔들 수 있는 근거로 쌓여가는 중이다. 과거로부터 기술의 발전 속도가 계속 가파르게 상승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정말 ‘세포 노화를 멈추거나 되돌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질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그렇게 된다고 해도 각자의 노력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기술적인 혜택을 똑같이 누릴 수 있게 된다고 해도, 건강한 습관으로 세포 노화를 늦추려 노력한 사람들이 더 큰 효과를 볼 가능성이 높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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