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은 우리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조미료이자 식재료다. 특히 고소한 풍미를 더해주는 참기름과 들기름은 나물 요리나 밥 비빔, 국물 요리에 널리 쓰인다. 하지만 이 기름들이 생각보다 쉽게 산패되고, 잘못된 보관이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은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다.
문제는 보관 방식이다. 대다수는 기름을 한 번 개봉한 뒤 별 생각 없이 상온에 두고 쓰는데, 이러한 보관 습관이 오히려 유해 물질을 생성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참기름과 들기름은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산소와 빛, 열에 매우 민감하다.
들기름, ‘산패’되면 발암물질 생성 가능성
들기름은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심혈관 건강에 이롭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바로 이 성분이 산소와 접촉하면 쉽게 산화되며, 그 과정에서 유해산물인 과산화지질이 생성된다.
과산화지질은 체내에서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세포 구조를 손상시켜 장기적으로는 암세포 성장과도 연관될 수 있다. 특히 열에 오래 노출되면 아크롤레인(acrolein)이라는 독성 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참기름보다도 들기름은 산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개봉 후 1개월 내 사용을 권장하며, 반드시 냉장 보관이 필요하다.
참기름도 예외 아냐, 고온·직사광선에 특히 취약
참기름 역시 산화에 취약하긴 마찬가지다. 열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향미는 물론, 영양성분이 빠르게 파괴되고 산패가 시작된다. 이때 기름에서 비릿한 냄새가 나거나, 색이 탁하게 변하면 이미 산패가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대개 이를 눈치채지 못한 채 계속해서 섭취한다는 점이다. 산패된 참기름에는 지방산이 분해되며 생성되는 유해 화합물들이 포함될 수 있으며, 이들이 장기적으로 세포 변형을 일으켜 암 유발 가능성을 높인다.
일반적으로 냉장고 문 쪽이나 어두운 찬장 안쪽에서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3개월 이상 지나면 남은 기름은 폐기하는 것이 좋다.
보관 용기도 중요하다 – 투명 플라스틱은 금물
기름을 어떻게 담아두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일부 시판 기름은 여전히 투명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판매되는데, 이는 산화 속도를 촉진시킬 수 있다. 빛은 산화 반응을 가속화하는 주범 중 하나다. 따라서 진한 색의 유리병 혹은 불투명한 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집에서 기름을 옮겨 담아 사용할 경우 반드시 빛을 차단할 수 있는 용기를 선택하고, 입구가 넓은 제품보다는 산소 노출을 줄일 수 있는 좁은 입구의 용기가 적합하다. 또한, 국자나 손가락 등으로 직접 닿는 것도 산패를 촉진시키므로, 항상 깨끗한 도구로 덜어 사용하는 위생 습관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
기름의 향이 바뀌었다면 절대 사용 금지
기름이 상했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가장 빠른 기준은 향이다. 들기름이나 참기름 특유의 고소한 향이 줄고, 찌든 듯한 냄새 혹은 비린내가 느껴진다면 이미 산패가 진행된 것이다.
산패된 기름을 지속적으로 섭취할 경우 위장 장애뿐 아니라, 지방 조직에 쌓인 유해 화합물들이 세포 돌연변이를 유발할 수 있어 장기적인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
특히 요리에 사용한 뒤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튀김 요리에 사용한 기름은 반드시 식힌 후 밀봉해 냉장 보관하거나 1~2회 재사용 후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름은 음식이 아닌 ‘살아있는 성분’으로 다뤄야
참기름과 들기름은 단순히 풍미를 더하는 조미료가 아니다. 이들은 우리 건강과 직결되는 지방산을 포함한 살아있는 식품이다. 그렇기에 보관 방법이나 사용 습관을 조금만 소홀히 해도, 건강을 해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집에 있는 참기름, 들기름 병을 꺼내어 포장 상태와 보관 장소를 다시 한 번 점검해보자. 빛, 열, 공기 이 세 가지 요소를 차단하고, 짧은 시일 내 소비하는 것이 최선의 관리법이다.
건강한 식탁은 식재료의 선택뿐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다루고 보관하는가에서부터 시작된다. 매일 쓰는 작은 조미료 하나라도, 올바른 관리가 건강한 삶을 만든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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