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면증으로 고통받는 사례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9년 불면증으로 내원한 환자 수는 약 63만 명이었다. 이후 해마다 약 2~3만 명씩 꾸준히 늘어, 2023년에는 거의 75만 명에 가까운 환자 수가 집계됐다.
글로벌 미디어 ‘더 컨버세이션’에 게재된 바에 의하면 미국에서도 ‘수면의 질이 좋지 않은 정도’라고 보고한 사람은 수백만 명 수준이다.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의 공중보건과학 교수인 후리오 페르난데스-멘도사 박사가 말하는 ‘수면의 중요성’에 관한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전한다.
어릴수록 더 많은 잠 권장
후리오 박사의 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젊은 성인의 경우 7~8시간 정도의 수면을 권장한다. 심장 건강 문제의 발생 가능성이 가장 낮은 것은 물론, 신체적, 정신적 측면 모두에서 가장 건강상태가 좋고, 수명이 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권장 수면 시간은 연령에 따라 달라진다. 후리오 박사는 65세 이상인 경우 통상 6~7시간 정도면 되고, 청소년은 가급적 9시간 가까이 자라고 이야기한다. 어린아이는 더 많은 잠이 필요할 수 있다.
후리오 박사의 연구팀이 작년 6월 「수면 의학 리뷰(Sleep Medicine Reviews)」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은 심장 건강 문제를 앓을 가능성이 높다. 고혈압부터 각종 심장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더 높다는 분석이다. 이는 의학적으로 진단된 불면증이 아닌 단순한 수면 부족이 반복될 때도 마찬가지다.
연령을 불문하고 잠이 부족할 경우,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와 염증 수치가 높아질 수 있다. 후리오 박사는 자신의 연구팀이 2017년 발표했던 논문을 예로 들었지만, 이에 관해서는 그밖에도 많은 연구가 수행돼 같은 맥락의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수면 문제 지속된다면 더 많은 변화 필요
일반적으로 수면 문제를 겪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대개 비슷한 조언이 반복된다. ‘카페인과 알코올 섭취를 줄여라’, ‘담배를 끊어라’, ‘규칙적으로 운동해라’ 같은 것들 말이다. 식사를 거르지 말라거나, 야식을 먹지 말라거나, 한 끼 식사에 과식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것도 포함된다. 이는 심장 건강 문제와도 직결되는 조언들이다.
하지만 후리오 박사는 이런 일반론적인 이야기 외에도, 지속적인 수면 문제가 있는 경우 보다 넓은 범위에서 행동 변화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보다 심각한 수면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수면 개선에 도움이 되는 6가지 규칙’을 강조했다.
첫째. 무슨 일이 있어도 같은 시간에 일어날 것.
평소보다 일찍 잠들거나 늦게 잠들더라도,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포인트다. 이는 생체 리듬에 따른 수면-각성 주기를 고정하기 위함이다.
둘째. 침대는 수면 그리고 성생활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지 말 것.
특히 수면 문제를 겪고 있으면서 침대 위에 누워서 잠 이외의 다른 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항목이다. 심지어 보통 건전한 행동으로 여겨지는 ‘책 읽기’도 수면 문제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면 우선은 피하는 것을 권한다.
셋째. 잠들지 못할 때, 뜬 눈으로 침대에 누워있지 말 것.
후리오 박사는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해도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다면, 차라리 침대에서 나와 다른 방으로 갈 것을 권장한다. 즐겁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활동을 하며 몸을 이완시키고, 잠이 오려고 할 때 다시 침대로 가라는 것이다.
넷째. 잠을 제대로 못 잤더라도 일상활동을 시작할 것.
잠을 제대로 못잤을 때, 사람들은 자연스레 부족한 수면을 보상하려는 마음이 생긴다. 늦잠을 잔다거나, 낮 또는 저녁 여유 시간을 이용해 잠을 보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생체 리듬에 영향을 미쳐 불면 패턴을 유발하게 된다.
다섯째. 실제로 잠들 수 있을 만큼 졸릴 때만 잠자리에 들 것.
이는 세 번째 규칙과 어느 정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다. 기상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생각 때문에, 그다지 잠이 오지 않는데도 자리에 눕게 될 수 있다. 그러면 필히 침대에서 다른 행동을 하게 될 것이고, 이것이 수면에 영향을 미친다.
여섯째. 지금 수면 시간이 짧다면 억지로 늘리려 하지 말 것.
5시간 이하인 경우라면 최소 5시간은 잘 수 있도록 하고, 매주 15분씩 늘리는 식으로 천천히 권장 수면시간을 채워가는 것이다.
후리오 박사는 이 6가지 규칙을 단기적으로라도 지속하도록 노력하고,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나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어떻게 변칙 적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이 규칙은 그가 지금껏 연구해온 결과를 비롯해 연구 과정에서 참고한 근거들에 기반한 조언들이다. 만약 이 규칙들을 실천해도 효과가 없다면, 한시라도 빨리 의료적인 개입이 필요한 상태라는 의미다.

청소년기, 늦게 잠들도록 생체 시계 바뀌어
후리오 박사는 특히 청소년들이 ‘아직 발달 중’에 있는 시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춘기를 비롯한 청소년기에는 신체적, 정신적, 행동적 변화가 나타난다. 여기에 더해, 수면 패턴에 있어서도 중요한 변화가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청소년들 중에는 사춘기를 거치면서 생체 리듬이 바뀌어 늦은 시간에 잠드는 경우가 많다. 후리오 박사는 “청소년이 사회적 관계 때문에 밤에 더 활동적인 경향이 있지만, 생물학적인 시계가 바뀌기 때문이라는 점도 있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게다가 대부분 청소년들의 등교 시간은 그들 나이대에 발생하는 생물학적 변화와 맞지 않는다. 즉, ‘등교 시간이 너무 이르다’는 것이 후리오 박사의 말이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학교 성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 시기부터 수면 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누적될 경우, 추후 성인이 된 다음 심장 건강 문제를 겪게 될 위험이 높아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2014년 미국 소아과 학회에서 발표한 ‘청소년을 위한 학교 시작 시간’이라는 논문을 언급했다. 등교 시간이 늦는 학교일수록 아동 및 청소년의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과 과학적으로 일치한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맞지 않는 내용이지만, 눈여겨볼 필요는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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