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각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감각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3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망막에 발생한 다양한 질환으로 인해 시력 상실의 위험에 놓여 있다. 카이스트(KAIST) 연구팀이 손상된 시력 회복을 위한 신약 개발에 성공했다.
망막 회복이 어려운 이유
전 세계적인 인구 노령화와 함께 망막질환자의 숫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망막질환 치료제들이 개발돼 병증의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를 보이고 있으나, 이미 손상된 시력 회복을 가능하게 하는 실효적 치료제는 없었다.
인간의 망막 세포가 스스로 회복하거나 재생하는 능력이 제한적이다. 즉, 망막에 손상이 발생할 경우 자연적으로 재생되지 않으므로 이로 인해 손상된 시력 회복은 어렵거나 불가능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일부 동물의 경우 손상된 망막을 스스로 재생할 수 있다. 이 점에 착안해 망막을 회복시키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지속돼 왔다.
망막 재생이 활발한 어류, 양서류와 같은 변온동물을 대상으로 연구한 바에 따르면, 망막이 손상됐을 때 망막 내부에 존재하는 ‘뮬러글리아(Müller glia)’라는 세포가 신경전구세포로 역분화한 후 새로운 신경세포를 생성한다. 그러나 인간과 같은 포유류에게는 이 기능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망막 재생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손상이 영구적으로 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상된 시력 회복 방법 찾았다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김진우 교수 연구팀이 망막 신경을 재생함으로써 손상된 시력 회복이 가능한 치료법을 개발했다고 30일(일) 밝혔다.
김 교수 연구팀은 포유류의 망막 재생이 불가능한 원인으로 ‘프록스원(PROX1)’이라는 단백질을 발견했다. 프록스원은 망막과 해마, 척추 등의 신경 조직 내 신경세포에서 생성되는 단백질로 신경줄기세포의 분열을 억제하고 신경세포로 분화를 유도하는 단백질로 알려져 있다. 이것이 포유류 뮬러글리아 세포의 역분화를 억제하는 인자로 작용한 것이다.
실제로 망막 손상 질환이 유발된 쥐 모델의 안구에 프록스원의 작용을 차단하는 물질을 투여한 결과, 망막 조직의 신경이 재생됐으며, 손상된 시력 회복이 이루어졌다. 게다가 그 효과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재생 기능이 없는 포유류의 망막에서 신경 재생을 유도하고 장기간 유지시킨 세계 최초의 사례다. 치료제가 전무했던 퇴행성 망막질환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망막 손상 치료제 메커니즘
한편, 연구팀은 프록스원 단백질이 손상된 생쥐 망막 내 뮬러글리아에는 축적이 되지만, 재생이 활발한 어류의 뮬러글리아에는 축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뮬러글리아에 있는 프록스원은 망막 내부에서 생성된 것이 아니라, 주변의 신경세포가 분해하지 못하고 분비한 것을 뮬러글리아가 받아들인 것이라는 것도 증명해냈다.
이러한 프록스원 단백질의 이동 현상에 착안해, 신경세포에서 분비된 프록스원이 뮬러글리아로 도달하기 전에, 세포 외부에서 제거함으로써 뮬러글리아의 신경재생 능력을 복원하는 방법을 개발하였다.
손상된 시력 회복을 가능하게 하는 치료제의 기본 메커니즘은 프록스원에 결합하는 항체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 항체는 김진우 교수가 연구실 벤처로 창업한 ㈜셀리아즈에서 발굴한 것으로, 기존 항체들보다 탁월한 결합력을 보였다.
실험에 사용된 망막 질환 쥐 모델에게 프록스원 중화항체를 투여하자, 신경 재생이 활발히 일어났다. 또한, 선천성망막퇴행성질환이 있는 생쥐의 망막에 유전자 치료제 형태로 프록스원 중화항체를 전달하자, 신경세포가 지속적으로 생성되며 6개월 이상 시력 회복이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2028년 임상시험 목표
손상된 시력 회복을 가능하게 하는 망막 재생 유도 치료제는 카이스트 교원 창업 기업인 ㈜셀리아즈에서 개발 중이다. 현재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여러 퇴행성망막질환에 적용할 계획으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2028년 임상시험 돌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논문의 제 1저자인 ㈜셀리아즈 소속 이은정 박사는 “프록스원(PROX1) 중화항체(CLZ001)의 효능을 개선하는 작업이 마무리 되어 곧 여러 동물을 이용한 시력 회복 효능과 안전성 평가를 마친 후 망막질환자에 투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ˮ 라며 “적절한 치료제가 없이 실명의 위험에 노출된 환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연구를 진행하겠다ˮ 라고 말했다.
이은정 박사와 카이스트 김무성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26일(수) 온라인 발표됐다. 논문 제목은 ‘세포 간 프록스원 전달 방해를 통한 뮬러글리아의 망막 재생 잠재력 복원(Restoration of retinal regenerative potential of Müller glia by disrupting intercellular Prox1 transfe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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