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배희준 교수와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이건주 교수 연구팀은 급성 뇌경색 발병 후 심박수가 높은 환자에게 ‘베타차단제’를 꾸준히 투여할 경우, 장기적으로 사망률이 유의미하게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골든타임’이 중요한 질환
뇌졸중은 크게 뇌에 혈액 공급이 차단되는 뇌경색(허혈성 뇌졸중)과 뇌혈관의 일부 지점에서 출혈이 발생하는 뇌출혈(출혈성 뇌졸중)로 나뉜다. 이중 뇌경색은 전체 뇌졸중 환자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뇌경색은 뇌에 산소 및 혈류를 공급하는 혈관이 갑자기 막혀 뇌세포가 죽는 질환이다.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 혈전용해제 혹은 스텐트 삽입술 등을 통해 뇌혈관의 막힌 부분을 다시 뚫어주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뇌경색은 뇌출혈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생존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증상 발생 후 처치까지의 시간이 늦어지면 사망률이 높아진다. 처리가 늦으면 생존하더라도 반신마비, 언어장애, 삼킴장애 등 후유증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골든타임’이 무엇보다 중요한 질환이다.
‘고심박수 뇌경색’의 위험성
급성 뇌경색은 발병 당시의 치료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예후 관리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특히 환자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측정되는 활력 징후(바이탈 사인) 중 하나인 ‘심박수’는 예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뇌에 혈액 공급이 차단될 경우, 심장은 혈액 공급 문제로 인식해 더 많은 혈액을 공급하려 한다. 이로 인해 혈압이 높아지게 되고, 뇌경색을 일으킨 환자의 사망률을 높이거나 뇌 손상이 악화돼 후유증이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성인의 안정 시 심박수는 분당 60~100회지만, 일부 뇌경색 환자들은 발병 초기 분당 100회 이상으로 심장이 빠르게 뛰는 고(高)심박수 상태를 보인다. 이를 ‘고심박수 뇌경색’으로 분류한다.
심장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빠른 것은 뇌 손상으로 인한 자율신경계 불균형, 전신 염증 반응, 또는 심방세동, 관상동맥질환 등 숨겨진 심장질환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고심박수 뇌경색 환자는 심박수가 정상인 환자보다 사망률이 최대 두 배 가량 높다.

베타차단제 복용 효과 검증 연구
문제는 아직까지 고심박수 뇌경색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명확한 치료전략이 없다는 점이다. 심박수를 낮추는 기전으로 고혈압, 심부전 등의 치료에 사용되는 ‘베타차단제’의 활용 가능성이 제시된 바 있으나 뇌졸중 환자에 대한 장기연구가 부족해 표준적으로 사용되지는 않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배희준 교수와 고대구로병원 이건주 교수 연구팀은 심박수가 높은 뇌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베타차단제를 장기 복용할 시 장기 생존율이 얼마나 개선되는지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고심박수 뇌경색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서 베타차단제의 효과를 검증하고자 한 것이다.
연구팀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등록된 5,000여 명의 환자를 최대 10년간 추적 관찰한 대규모 분석 연구를 실시했다. 뇌경색 발병 후 3~7일 사이에 최대 심박수가 분당 100회 이상이었던 환자 5,000여 명을 대상으로, 베타차단제 복용 여부에 따라 ‘지속 복용군’, ‘중단군’, ‘비복용군’으로 분류하고 최대 10년 장기 예후를 분석했다. 이번 연구에는 전국 20개 병원이 참여한 다기관 뇌졸중 코호트(CRCS-K-NIH)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가 연계 활용됐다.
‘지속적인 복용’으로 생존율 향상
분석 결과, 고심박수 뇌경색 환자가 베타차단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할 경우, 베타차단제를 복용하지 않은 환자들보다 사망률이 유의미하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발병 후 1년 시점에서는 복용 그룹의 사망률이 약 18% 낮다가 30개월 시점에는 그 차이가 31% 까지 확대돼, 베타차단제가 고심박수 뇌경색 생존율에 기여한다는 뚜렷한 근거를 보였다.
이러한 사망률 감소 효과는 ▲75세 미만 ▲심방세동 및 관상동맥질환 환자 ▲평균 심박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환자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또한, 베타차단제를 복용하다가 발병 1개월 내에 중단한 환자의 경우, 베타차단제를 전혀 복용하지 않았던 환자보다 오히려 사망 위험이 17%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발병 이전부터 베타차단제를 복용하고 있었다면 뇌경색이 나타나더라도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현재 국내외 진료표준지침에 따르면, 뇌경색 환자에 대한 베타차단제 사용이 제한돼 있다. 이번 연구는 고심박수 뇌경색 생존율을 높이는 데 베타차단제 복용이 분명한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는 향후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신경과 배희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뇌경색 환자 중에서도 고심박수라는 명확한 고위험군에 대한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향후 무작위대조연구(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를 통해 뇌졸중 후 베타차단제의 효과를 추가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단(PACEN)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협회학술지(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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