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포화 지방산은 건강한 지방’이라는 명제는 상당한 신뢰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화된 이야기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에는 위험이 따른다. 당장 불포화 지방산의 일종인 ‘오메가 6 지방산(이하 오메가 6)’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지난 3월 「사이언스(Science)」 저널에 발표된 한 논문에서는 오메가 3 지방산(이하 오메가 3)과 함께 불포화 지방산의 대표 격으로 꼽히던 오메가 6 기능 중 암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는 내용을 다뤘다.
오메가 6 기능, 세포 성장 촉진
미국 루트거스 대학의 에스텔라 하신토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오메가 6 기능과 관련된 두 가지 중요한 포인트를 언급했다. 첫 번째 포인트는 오메가 6는 세포의 주요 성장 경로인 mTORC1 단백질을 직접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세포 속 FABP5라는 단백질이 지방산을 결합하고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FABP5는 다양한 지방산과 결합할 수 있고, 어떤 지방산과 결합하는지에 따라 역할이 달라진다. 이때 FABP5가 오메가 6와 결합할 경우 mTORC1 단백질이 활성화돼 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촉진하게 된다.
여기서 연구팀이 제시하는 두 번째 포인트가 등장한다. 일반적으로 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촉진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는 정상 세포를 대상으로 할 경우의 이야기다. 세포의 성장과 증식 촉진은 암세포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연구팀은 오메가 6의 섭취가 암 세포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준비했다. 먼저 악성 암에 해당하는 ‘삼중 음성 유방암’ 세포를 쥐 모델에게 이식하고, 여러 종류의 지방산을 위주로 한 식단을 제공했다. 특히 오메가 3 위주의 식단과 오메가 6 위주의 식단을 집중적으로 비교했다.
확인 결과 오메가 6를 섭취한 쥐는 암 세포 성장이 빨라졌지만, 오메가 3를 섭취한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FABP5 단백질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는 암 세포는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오메가 6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식물성 기름이 좋다’라는 맹신
오메가 3와 오메가 6는 모두 불포화 지방산의 일종이다. 체내에서 만들어낼 수 없는 필수 지방산으로 꼽히기 때문에 식단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하지만 오메가 3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섭취를 권장하는 것과 달리, 오메가 6에 대해서는 과도한 섭취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지난 2월 토론토 대학의 가정의학 교수가 지적한 바에 따르면, 오메가 6 기능 중에는 염증을 증가시키는 분자를 생성하는 것도 있다. 반대로 오메가 3는 염증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둘의 섭취 균형이 맞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오메가 6의 섭취가 증가하는 데는 ‘식물성 기름’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도 한몫을 한다. 식물성 기름 중 식물의 씨앗에서 추출한 이른바 ‘씨앗 기름’은 오메가 6와 오메가 3의 비율이 균일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중 불균형 정도가 가장 높은 사례로 꼽히는 것이 우리나라 가정에서도 흔히 쓰이는 ‘포도씨유’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포도씨유의 오메가 6 : 오메가 3 비율은 약 700 : 1이다. 오메가 6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축에 속하는 것은 대두유(약 8 : 1)와 카놀라유(약 2 : 1)다.
물론 구체적인 수치는 각 브랜드마다 원료와 생산방식이 다르므로 차이는 있을 것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오메가 6 비율이 높다’라고 구분할 수 있는 지표로 삼을 수는 있다. 현재 시중에서 구매할 수 있는 식용유의 대부분은 식물성 기름이다. 단순히 ‘식물성 기름이 건강에 좋다’라는 말만 기억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어떤 식물성 기름을 선택하든 포화지방 함량이 높은 동물성 지방보다는 건강에 좋은 것은 맞다. 다만 오메가 6 비율이 높은 기름일 경우, 그에 상응하는 만큼의 오메가 3를 함께 섭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암 치료 접근 방식에 영향
연구팀은 암 예방 및 치료 전략에 이 내용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오메가 6는 음식을 통해서만 섭취할 수 있다. 따라서 오메가 6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으로 직접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오메가 6 – FABP5 – mTORC1 경로를 주로 활용하는 암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암의 종류는 다양하기 때문에 모든 암에 이 방법이 주효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연구팀은 검증에 활용했던 삼중 음성 유방암의 경우는 높은 확률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연구팀은 향후 지방산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이 다른 건강 문제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까지 확대해서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면역 세포를 포함한 다양한 세포 유형의 성장과 증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냄으로써, 잠재적인 암 예방에 기여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오메가 6 기능 중 부정적인 영향이 부각됐다고 해도, 여전히 오메가 6는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즉, ‘완전한 제거’가 아닌 ‘균형’을 목표로 해야 한다.
- 경희대한방병원 이승훈 교수팀, 3D 동작분석기술 근골격질환 진단 유효성 확인
-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 물질, 신경계 염증 줄이고 신경세포 보호
- 보건복지부 소관 3개 법률안 4월 2일 국회 본회의 통과
- 골격근 노화 예방하는 핵심 단백질 규명
- 생체주기 변화, 계절만 바뀌어도 영향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