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는 몸에 좋다’는 인식은 오랜 시간 이어져 왔다. 실제로 녹차나 보이차 같은 전통적인 차들은 항산화, 혈당 조절, 지방 대사 등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러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다. 하지만 모든 차가 건강에 이롭지만은 않다.
특히 최근 건강 트렌드와 맞물려 부각되고 있는 특정 종류의 차들은 오히려 장기 섭취 시 간에 부담을 주거나 위장을 자극하고, 특정 질환을 가진 사람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이 “오히려 멀리하라”고 지적하는 차들은 대개 너무 과도하게 마시거나, 잘못된 정보에 기반해 오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제부터 소개할 다섯 가지 차는 겉보기엔 건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반드시 주의가 필요한 대표적인 예다.
첫 번째 – 우엉차: 해독 대신 위장 점막 자극
우엉은 섬유질과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건강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엉을 차로 만들어 마시는 경우, 특히 공복에 마실 경우 위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우엉에는 이눌린이라는 프리바이오틱스 성분이 다량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이 위산과 만나면 위장 점막을 자극해 속쓰림이나 위염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이눌린은 장내에서 발효되며 가스를 생성하기 때문에,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나 장내 가스가 잦은 사람에게는 복부 팽만감과 복통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식후가 아닌 공복에 마시는 우엉차는 해독은커녕 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건강을 위해 마셨던 우엉차가 오히려 장기적인 소화기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두 번째 – 옥수수수염차: 이뇨 효과가 부작용이 될 수도 있다
옥수수수염차는 부기 제거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다이어트 목적이나 몸이 무거운 날 자주 마시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이뇨 작용이 있어 일시적으로 체중이 줄어든 것 같은 효과가 있지만, 바로 이 이뇨 작용이 문제다. 수분과 함께 전해질까지 빠르게 배출되기 때문에 장기 섭취 시 체내 나트륨, 칼륨 균형이 깨질 수 있다.
특히 혈압이 낮은 사람이나 탈수에 취약한 노년층이 반복적으로 옥수수수염차를 마시면 저혈압, 근육 경련, 심한 경우 심장 박동 이상까지 유발될 수 있다. 또한 이뇨 효과로 인한 ‘가짜 다이어트 효과’에 중독돼 수분 섭취를 차로만 대체하는 경우, 오히려 만성 탈수를 유발할 수 있다. 옥수수수염차는 특정한 목적이 있을 때 단기간 마시는 게 바람직하며, 상시 음료로는 적합하지 않다.
세 번째 – 레몬밤차: 간 기능이 약한 사람에겐 독이 될 수 있다
레몬밤은 진정 작용과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어 최근 수면 보조 차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레몬밤에 포함된 로즈마린산 성분은 간 대사 효소를 억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간 기능이 약한 사람이나 간 관련 약물을 복용 중인 사람에게는 간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항우울제나 수면제 계열 약물과 상호작용이 있을 수 있어, 복용 중인 약물이 있는 사람은 레몬밤차 섭취에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레몬밤이 간독성 물질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고용량을 장기 섭취한 사람에게 간 효소 수치 상승이 관찰된 바 있다. 심신의 안정이 필요하다면 차보다는 생활습관 조절이 우선되어야 하며, 레몬밤차는 단기간 보조 용도로만 활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네 번째 – 카모마일차: 항응고 작용이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카모마일은 진정과 이완 작용으로 잘 알려져 있어 불면증이나 긴장 완화에 자주 활용된다. 그러나 카모마일 속 쿠마린 성분은 항응고 작용을 하기 때문에, 혈액 희석제를 복용 중인 사람이나 출혈 경향이 있는 사람에게는 부작용이 될 수 있다.
또한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카모마일과 유사한 식물군에 교차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두드러기 증상이 자주 나타나는 사람은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임신 중이거나 수술을 앞둔 사람에게는 출혈 위험성을 고려해 카모마일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권장된다. 편안한 잠을 위한 선택이 오히려 신체 균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다섯 번째 – 히비스커스차: 빈혈 환자에게는 위험 요소
히비스커스는 다이어트 차로 널리 알려져 있고, 시원한 산미와 색감 덕분에 여름철에 특히 인기다. 하지만 히비스커스에는 탄닌과 안토시아닌 외에 ‘옥살산’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은 철분 흡수를 방해하는 작용을 한다. 그 결과, 철분 결핍성 빈혈이 있는 사람이나 생리 주기 중인 여성에게는 철분 보충 효과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히비스커스는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고혈압 환자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저혈압이 있는 사람이나 저혈당 증세가 있는 사람에게는 어지럼증이나 기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다이어트를 이유로 히비스커스차를 하루 3~4잔 이상 마시는 사람은 철분 섭취와 시간 차를 두고 조절해야 한다.
차는 ‘건강 식품’이 아니라 ‘목적성 식품’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차를 물 대용으로 생각하거나 ‘건강에 좋은 음료’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차는 각각의 성분이 특정 생리작용에 영향을 주는 ‘기능성 식품’에 가깝다. 무심코 마신 차 한 잔이 간 기능, 위장, 혈압, 철분 대사 등 다양한 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