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적으로, ‘적절한 수준의 계획적 단식’은 건강에 이로운 효과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단식과 면역 반응 사이의 밀접한 관계가 강조된다. 적당한 단식을 통해 면역 시스템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국 맨체스터 대학에서 지난 4일 「사이언스 면역학(Science Immunology)」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실제 단식이 아니어도 면역 활성화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단식과 면역 반응의 변화
맨체스터 대학 연구팀은 단식을 통해 면역 체계의 변화가 나타난다는 기존의 연구 결과를 다시 한 번 파고들었다. 연구팀은 실제로 식사를 하지 않거나 칼로리를 제한하지 않더라도, 뇌가 배고픔 또는 배부름을 인식하면 신체 면역계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단식과 면역 반응 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기존의 견해 중에는 ‘자가포식(autophagy)’이 잘 알려진 편이다. 자가포식 과정을 통해 손상됐거나 불필요한 소기관 및 단백질 등을 제거함으로써 염증 반응을 조절하고 면역 세포의 기능을 향상시킨다.
하지만 단식과 면역 반응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단식은 단순히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영양소 섭취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영양소 결핍으로 오히려 면역 세포의 기능이나 감염 저항력을 약화시키는 등 면역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단식 아니어도 비슷한 효과
연구팀은 단식과 면역 반응의 관계를 다시 살펴보는 연구를 진행하는 데 있어 이러한 기존의 견해들을 모두 참고하고자 했다. ‘낮은 에너지 수준’을 경고하는 뇌 신경세포를 인위적으로 활성화시킴으로써 ‘배고프다’라는 감각을 유도했다. 이를 통해 면역 반응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관찰하고자 했다.
그러자 몇 시간 만에 혈액 내 면역 세포가 빠르게 재편됐으며,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단핵구(백혈구의 일종)가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실제로 단식을 한 것이 아니지만, 단식한 것과 같은 면역 반응 변화가 관찰된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단식과 면역 반응의 관계’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본다면, 단식 그 자체가 아니라 단식을 했을 때 뇌가 느끼는 ‘배고픔’이 면역 체계를 재구성하는 핵심 메커니즘이기 때문이다.
영양 결핍 없이 면역 반응 개선 효과
한편, 이 연구는 ‘뇌의 지각’을 활용하는 치료 접근법을 제시한다. 뇌가 ‘단식’이라고 지각하는 것만으로도, 신체 내부의 조절 및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음식 섭취를 제한하지 않고도 필요한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특정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는 섣불리 식사량에 변화를 주기가 어려울 수 있다. 단식으로 어떤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해도, 영양 결핍으로 인한 부작용을 고려하면 함부로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연구팀이 발견한 방법을 적용한다면, 실제 필요한 영양소는 충분히 섭취하면서 단식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로운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발견이 감염성, 염증성, 대사성 질환은 물론, 정신건강 질환에 있어서도 유용한 치료 가능성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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