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조함은 누구나 겪는 증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별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건조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눈과 입에서 동시에 건조함이 나타나는 경우, 극심한 피로감을 동반하는 경우라면 ‘쇼그렌 증후군(Sjogren’s Syndrome)’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김세희 교수와 함께 쇼그렌 증후군의 증상 및 관리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대표 증상 – 구강 및 안구 건조
쇼그렌 증후군은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이다. 면역을 담당하는 항체들이 침샘, 눈물샘 같은 외분비샘을 공격하는 것으로,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
쇼그렌 증후군 증상은 전신에 걸쳐 다양하게 나타난다. 쇼그렌 증후군 증상의 대표적인 것 중 하나는 침 분비 감소다. 이로 인해 음식을 섭취하기가 어렵고, 말을 할 때 입 속이 자꾸 건조해지기 때문에 오랫동안 말을 하는 것도 어렵다. 증상이 심하면 ‘입이 타는 듯한’ 느낌이 나타난다.
구강이 건조해져 세균 번식에 유리한 환경이 되므로 구강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쇼그렌 증후군이 있는 경우, 건강검진 시 입안 점막이 건조하고 붉어져 있거나, 충치와 치주 질환이 확인되는 경우가 많다. 환자의 60%에서는 귀밑샘이나 턱밑샘의 비대가 동반된다.
또한, 눈이 건조해짐으로 인해 이물감, 통증, 시력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눈물샘이 건조해지기 때문에 눈이 뻑뻑하고 이물감에 시달릴 수 있다. 각막염, 결막염 등이 발생하고 광과민성, 홍반,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장시간 독서, 운전, 컴퓨터 사용 등 눈 깜빡임이 적어지는 활동을 오래 하거나, 바람과 먼지가 많고 연기가 나는 환경에 노출될 경우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이외에도 쇼그렌 증후군 증상은 상기도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성대에 진한 점액이 생겨 쉰 목소리와 기침이 유발되며, 피부 건조증이나 질 건조증으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소화기관의 분비 기능 저하로 췌장 기능 장애와 저위산증이 유발되기도 한다.

쇼그렌 증후군 5년간 40% 이상 증가
자가면역질환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쇼그렌 증후군도 마찬가지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쇼그렌 증후군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질병코드 M350)는 지난 2019년 2만1천여 명에서 5년 후인 2023년 3만여 명으로 약 40% 이상 증가했다.
쇼그렌 증후군은 주로 50~60대 여성에게 많이 발생한다. 2023년 자료를 보면 전체 환자 30,051명 중 절반 이상인 15,818명이 50~60대 여성환자였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김세희 교수는 “쇼그렌 증후군이 중년 여성에서 많은 이유는 성 호르몬과 연관성이 크다”라면서 “일반적으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감소하는 폐경 전 시기에 쇼그렌 증후군의 발생이 늘어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다양한 연구를 통해 생식호르몬 노출이 더 많을수록 쇼그렌 증후군 예방되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또한, 유방암 환자에서 에스트로겐 생산을 억제하는 아로마테이즈 억제제를 사용할 경우 쇼그렌 증후군이 증가한다는 사실과도 연관성이 있다.

환경·유전·면역 등 복합적 요인
다른 자가면역질환과 마찬가지로 쇼그렌 증후군 역시 발병 원인이 명확하게 확인된 바는 없다. 환경적 요인, 유전적 요인, 그리고 선천면역과 획득면역의 복잡한 발병 시나리오로 설명할 수 있다. 한 가지 원인보다도 다양한 요인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질병이 발생하는 것이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다양한 감염원, 특히 바이러스가 쇼그렌 증후군의 잠재적 유발 요인으로 간주되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이 선천 면역반응을 활성화하고 인터페론을 증가시킴으로써 쇼그렌 증후군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편, 유전적 연관성도 확인됐다. 쇼그렌 증후군 환자 중 3분의 1은 친인척 가운데 다른 결합조직 질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면역학적 요인으로 자연살해세포(NK세포)와 B세포가 주요 사이토카인을 증가시키는 것이 입증됐다.
만성 통증, 피로, 관절염, 홍반 등 합병증
쇼그렌 증후군은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쇼그렌 증후군 환자는 만성적인 광범위 통증을 겪는 경우가 흔하며, 환자의 70~80%가 극심한 피로를 호소한다. 관절염, 피부에 고리 모양 홍반, 혈관염, 간질성 폐렴, 신경병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특히 쇼그렌 증후군 환자는 ‘림프종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일부 항-Ro 또는 항-La 항체를 가진 쇼그렌 증후군 산모의 경우,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되어 ‘신생아 루푸스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태아 심장초음파 검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쇼그렌 증후군의 근본적인 문제는 진단 자체가 까다롭다는 것이다. 진단을 위해서는 최소 3개월 이상의 구강 건조나 안구 건조 증상이 있어야 한다. 먼저 이러한 전조 증상이 있을 경우, 진단을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여러 가지 검사가 필요하다.
입술 타액선 생검(3점), 항-Ro/SSA 또는 항-La/SSB 항체 검사(3점), 눈물샘 기능을 확인하는 눈 염색 검사(1점), 혹은 셔머 검사(1점)와 침샘 기능을 확인하는 타액 흐름 속도를 측정(1점)한다. 검사 결과 총 4점 이상이 되면 쇼그렌 증후군으로 진단한다.
물론, 전조 증상이 있다고 해서 모든 검사를 다 시행하지는 않는다. 셔머 검사와 타액 흐름 속도 검사에서 불충분한 결과를 보일 경우 눈 염색이나 입술 타액선 생검을 시행할 수 있다. 그 밖에 침샘 스캔을 하여 진단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침샘 조직 검사를 대신하여 침샘 초음파 검사가 앞으로 분류 기준에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완치 없는 질환, 꾸준한 치료·관리 중요
쇼그렌증후군은 만성질환으로 현재 완치할 치료법은 없으며, 주로 건조 증상을 완화하고 조절하는 치료가 진행된다. 구강 건조는 먼저 카페인 및 흡연, 알코올을 피하도록 하고 입으로 숨 쉬는 부비동염 등을 치료해야 한다. 자주 물을 마시고 무가당 사탕이나 껌을 섭취하며, 불소가 함유된 치약, 구강 스프레이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약물 치료로는 필로칼핀과 같은 콜린성 부교감신경절 촉진제를 사용해 볼 수 있다.
안구 건조 증상을 위해서는 건조하고 바람이 많은 부는 환경에서는 보호안경이나 고글 착용을 해볼 수 있고, 장시간 눈 깜박임이 적어지는 활동을 제한해야 한다. 안구 건조의 약물 치료는 인공눈물과 윤활 연고를 기반으로 하며 염증이 동반될 경우 국소 스테로이드, 국소 시클로스포린을 사용하기도 한다.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는 눈물점 폐쇄와 같은 시술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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