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뜻해지는 봄은 반갑지만, 봄철이면 으레 찾아오는 미세먼지와 황사는 불청객이다. 특히 알레르기 비염을 앓고 있는 아이들은 봄의 불청객으로 인해 더욱 고통스럽다. 어린 아이들은 아직 면역체계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시기라서, 이러한 환경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알레르기성 비염 치료를 위한 여러 방법 중 한방치료 접근법을 알아본다.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축농증도 우려해야
알레르기성 비염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알레르겐)이 코 점막을 자극하면서 나타나는 질환으로, 재채기, 코막힘, 맑은 콧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전연령대에서 흔하게 발병하지만, 그중에서도 주로 5세 이후 소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3년 통계를 보면 연간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 약 740만 명 중 5세 미만 환자가 약 80만 명, 5세~9세 환자가 약 100만 명이다. 10세 이후로는 다소 줄어들지만, 여전히 어린이를 비롯한 성장기 연령대에 대부분의 환자가 발생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적절한 치료를 통해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환자가 단순한 코감기로 혼동해, 자연스럽게 나을 거라고 생각해 방치하는 경우가 생긴다.
특히 소아의 경우는 알레르기성 비염을 방치하면 보다 악화될 위험이 크다. 천식이 생길 수도 있고, 흔히 축농증이라 불리는 부비동염이 생기거나 중이염·인후염 등 다른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코가 막히면 자연스럽게 입으로 숨을 쉬게 되면서 입속이 건조해지므로, 각종 구강 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한편, 코가 막힐 경우 잘 때 코골이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수면장애, 두통, 집중력 저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어린이의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방치료로 증상 개선부터 근본 치료까지
한방에서는 알레르기성 비염 치료를 위해 한약 치료, 바르는 외용제, 침 치료를 활용한다. 이를 통해 증상의 개선은 물론 면역력을 강화시킴으로써 근본적인 치료까지 목표로 한다. 특히 한약은 최근 연구를 통해 소아 알레르기성 비염 치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입증되기도 했다. 19개의 무작위 대조 실험 결과를 메타 분석한 것으로, 한약이 비염 증상을 완화한다는 내용이다.
한약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자연물에서 유래한 성분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부작용 우려가 적다는 데 있다. 또한, 약에 사용되는 자연물마다 고유한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같은 증상이라도 체질을 고려한 맞춤형 처방이 가능하다.
이중 ‘소청룡탕’은 만성 비염 환자의 비강 증상을 완화시키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염을 유발한 모델 테스트 결과, 염증세포의 침투를 줄이고 면역 세포의 활성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미세먼지로 인한 염증 억제에도 도움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소아과 방미란 교수는 “한약은 미세먼지와 같은 외부 요인으로 인한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라면서 “한약이 면역 시스템을 조절하여 염증을 완화하고, 호흡기 건강을 증진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 한약은 환자의 체질에 따라 처방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한의사와 상담하여 소아의 증상에 맞는 처방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알레르기성 비염 치료는 지난 해 4월 말부터 적용된 ‘첩약시범사업 2단계’ 확대와 함께 더욱 수월해졌다. 기존 1단계 시범사업에서는 적용 대상이 아니었지만, 2단계로 대상이 확대되면서 알레르기성 비염을 포함한 총 3개 질환이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들어간다. 대상 의료기관도 기존 한의원에서 한방 진료과목을 운영하는 모든 병원으로 확대돼, 환자들의 부담률도 줄었다.
보건복지부 첩약시범사업은 2020년 1단계를 시행하며 생리통,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증 3종 질환에 적용됐으며, 2024년 4월 2단계로 확대되며 현재 알레르기성 비염, 기능성 소화불량, 요추 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가 포함됐다. 총 6가지 질환 중 1가지 질환에 대해 연간 1개 의료기관에서 최대 20일까지, 개인당 총 2가지 질환에 대해 40일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한편, 알레르기성 비염 치료를 위해 한약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바르는 형태’의 한약 외용제 연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4주간 하루 3회 이상 한약 외용제를 사용한 58명의 비염 환자들은 코 증상이 36.4% 감소하고, 삶의 질 평가 점수가 49.4%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鼻) 내시경 평가에서는 콧속 점막의 색상, 부종 등이 22%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염증을 나타내는 사이토카인 수치도 감소했다.

소아 알레르기성 비염 생활관리법
소아 비염 환자의 증상 개선을 위해서는 가정에서의 세심한 관리도 중요하다. 비염이 있는 아이들은 온도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두꺼운 옷 한 벌보다 얇은 옷을 여러 겹 입히도록 하고, 기온 변화에 맞춰 입거나 벗게 하여 적정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실내는 약간 서늘하게 유지하며, 자주 창문을 열어 환기시켜 바이러스 농도를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침 치료에 자주 활용되는 합곡혈이나 영향혈을 손으로 지그시 눌러 지압해 주는 것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이 외출 시 코가 자주 막히면 목 뒤 머리카락 경계 부위인 풍지혈과 목을 앞으로 숙일 때 튀어나오는 대추혈을 따뜻하게 하고 지압해주면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이러한 방법들은 소아 비염 환자의 불편을 줄이고, 일상생활에서 증상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소아과에서는 미세먼지와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을 위한 소아 비염 집중치료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병원을 방문하여 아이의 성장상태를 점검하며 4주간 주 1~2회 병원을 방문해 한약 치료와 함께 침, 뜸 치료를 받으며 비염 증상을 완화하고 면역력 증진을 위한 치료를 진행한다. 증상이 심한 경우, 집중 치료 이후에도 1~2개월간 경과 관찰 및 치료를 통해 지속해서 비염 증상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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