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변과 관련해 겪게 되는 가장 흔한 증상은 ‘설사’와 ‘변비’ 두 가지다. 하나는 너무 묽은 배변이 이루어지는 경우, 다른 하나는 대변이 단단해져 배변 자체가 어려운 경우다. 사실상 정반대의 증상이라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 상반되는 증상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점성 섬유질의 특성에 대한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건강 매거진 ‘셀프(SELF)’에 게재된 내용을 재구성하여 소개한다.
점성 섬유질과 비점성 섬유질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하라’는 조언은 익숙하다못해 식상하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섬유질’은 단 하나의 물질을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다. 일단 섬유질 자체가 필수 영양소인 탄수화물의 한 분류에 속하는 데다가, 그 안에서도 또다시 세부 종류로 나뉘기 때문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구분으로는 ‘수용성(용해성) 섬유질’과 ‘불용성(비용해성) 섬유질’이다. 각각의 분류 아래로도 세부적인 종류들이 있지만, 보통은 이 기본적인 구분만 알고 있어도 충분하다.
다만, 설사와 변비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특별한 섬유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 차례 더 세부적인 구분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수용성 섬유질을 세분화한 것으로, ‘점성 섬유질’과 ‘비점성 섬유질’이다.
본래 수용성 섬유질이라 하면, 몸 속에서 물과 결합해 젤 같은 형태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바탕으로 소화 속도를 늦춰, 혈당 상승 속도를 늦추고 영양소 흡수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젤 같은 형태를 이룬다’는 것은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다. 점성 섬유질의 특성은 다소 점도 높은 형태를 이루고, 비점성 섬유질의 특성은 상대적으로 점도가 높지 않은 형태를 이룬다는 것이다.

수분 함량이 높은 점성 섬유질의 특성
점성 섬유질과 비점성 섬유질은 물과 결합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기본적으로 소화기관 건강에 유익한 효과를 제공한다는 점은 같다. 다만, 물과 얼마나 잘 결합하는지에 따라 점도의 차이가 있고, 구체적인 작용 방식이 다를 뿐이다.
바꿔 말하면, 점성 섬유질은 수분을 더 많이 머금을 수 있는 특성을 갖는다. 이것이 바로 설사와 변비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의 의학 교수인 대런 브레너 박사는 셀프(SELF)를 통해 설사 또는 변비일 경우 점성 섬유질의 작용 원리를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대변을 스펀지에 비유할 수 있고, 설사는 수분을 너무 많이 머금은 과포화 상태의 스펀지, 변비는 수분이 빠져나가 딱딱해진 메마른 스펀지라 할 수 있다.
이때 수분을 머금은 점성 섬유질이 포함돼 있다면 어떨까? 과포화 상태의 스펀지일 경우, 점성 섬유질은 그 안의 수분을 자신이 흡수함으로써 적정 수준의 수분 함량을 유지하게 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수분이 부족한 상태의 스펀지라면, 점성 섬유질이 소화기관에서 수분을 빨아들여 적정 수준의 수분 함량으로 만들어주는 식이다.
브레너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점성 섬유질과 비점성 섬유질 모두 같은 작용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점성 섬유질이 더 많은 수분을 머금을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다.
점성 섬유질을 섭취하려면?
사실, 특별히 점성 섬유질만 따로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보통 섬유질이 풍부한 식품들은 수용성과 불용성 섬유질 모두를 함유하고 있으며, 그중에서 어느 한쪽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거나 할 뿐이다. 같은 원리로, 점성 섬유질과 비점성 섬유질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도 가급적 수용성 섬유질을 더 많이 섭취하고자 한다면, 껍질째 먹을 수 있는 과일류(사과, 배 등)와 키위, 자두 등의 과일을 추천한다. 또, 물에 불려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치아씨드, 그리고 건강기능식품으로 흔히 만나볼 수 있는 차전자피 등이 도움이 된다.
단, 브레너 박사는 어떤 종류의 섬유질을 섭취하든, 한꺼번에 너무 많이 늘리지 말라고 조언한다. 기존에 소화기관이 수행하던 방식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조금씩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며,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복부 팽만감이나 가스 발생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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