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뇨는 이제 중장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30대, 40대에서도 공복혈당이 높아지는 ‘당뇨 전단계’가 급격히 늘고 있다. 당뇨는 단순히 혈당 수치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신장, 혈관, 시신경, 심장에 이르기까지 전신에 영향을 주는 질환이다. 그래서 조기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혈당 조절을 위해 약물 복용이나 운동도 필요하지만, 실제로 의사들이 가장 강조하는 건 식단이다. 특히 채소 섭취는 혈당 스파이크를 막고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모든 채소가 혈당에 좋은 건 아니다. 고구마처럼 당질이 높은 뿌리채소나, 조리 방식에 따라 당을 빠르게 흡수시키는 채소도 존재한다. 오늘은 내분비내과 전문의들이 실제 임상에서 환자에게 권하는, 당뇨 관리에 효과적인 채소 3가지를 소개한다. 단순히 섬유질이 많다거나 식후 포만감이 높다는 수준을 넘어서, 인슐린 저항성, 글루코스 흡수, 지방 대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채소들이다.

첫 번째 – 브로콜리: 혈당을 낮추는 ‘설포라판’의 실질적 효과
브로콜리는 오래전부터 항암 식품으로 주목받았지만, 최근 들어 혈당 조절과 인슐린 민감도 개선 측면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브로콜리에 포함된 설포라판(sulforaphane)은 간에서의 글루코스 생성을 억제하고, 혈중 인슐린 수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스웨덴 룬드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설포라판 농축 추출물을 12주간 투여한 결과, 공복 혈당이 평균 6.5% 이상 감소했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이 성분은 단순히 식후 혈당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간의 당 생성 자체를 차단하기 때문에 혈당 전반에 영향을 준다.
또한 브로콜리는 수용성 섬유질이 풍부해 식후 혈당 상승 속도를 늦춰주고, 장내 유익균 환경을 개선하는 데에도 기여한다. 조리할 때는 데치기보다는 쪄서 먹는 방식이 설포라판 파괴를 최소화한다. 브로콜리를 그냥 삶아 먹는 대신, 살짝 데친 뒤 오일과 함께 섭취하면 흡수율이 훨씬 높아진다.

두 번째 – 가지: 장내 지방 흡수를 억제하고 인슐린 감수성을 높인다
가지의 당뇨 개선 효과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의외로 임상에서 꽤 주목받는 채소다. 가지 껍질에는 나스닌(nasunin)이라는 안토시아닌 계열 항산화제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이 성분은 혈관 내피세포를 안정화시키고, 인슐린 수용체의 민감도를 높여 당 대사를 효율적으로 만든다.
또한 가지는 지방 흡수를 억제하는 천연 작용제로도 분류된다. 가지에 포함된 식이섬유는 장에서 담즙산과 결합해 지방의 흡수를 줄이고, 동시에 혈중 중성지방 농도를 낮추는 데도 도움을 준다. 이는 당뇨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고지혈증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한 연구에서는 고지방 식단을 섭취한 실험군에서 가지 추출물을 함께 섭취했을 경우, 포도당 내성이 유의하게 향상됐고, 인슐린 반응이 안정됐다는 결과도 있다. 가지는 볶거나 튀기는 방식보다는 구워서 먹거나, 에어프라이어에 살짝 오일을 뿌려 조리하는 방식이 당뇨 환자에게 더 적합하다.

세 번째 – 치커리(또는 엔다이브)
치커리는 국내에서 흔히 먹는 채소는 아니지만,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당뇨 환자 식단에 자주 등장해왔다. 그 이유는 치커리 뿌리와 잎 모두에 ‘이눌린(Inulin)’이라는 수용성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눌린은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로 작용하면서, 포도당 흡수 속도를 늦추고, 인슐린 분비를 안정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이눌린은 위장에서부터 젤로 변해 소장에서 당의 흡수를 천천히 진행시키고, 동시에 GLP-1(식욕 조절 호르몬) 분비를 자극해 식후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킨다. 이로 인해 식사량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혈당의 스파이크를 완화하는 데 유리하다.
치커리는 씁쓸한 맛 때문에 기피되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이 쓴맛을 내는 성분인 락투신(lactucin)은 간 기능을 안정시키고, 인슐린 저항성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생으로 샐러드로 섭취하거나, 기름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볶아 먹는 방식이 가장 이상적이다.

당뇨 식단은 양보다 질, 채소도 제대로 선택해야 혈당이 반응한다
채소가 혈당 관리에 좋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채소를, 어떻게 섭취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는 전혀 달라진다. 오늘 소개한 브로콜리, 가지, 치커리는 단순히 섬유질이 많아서가 아니라, 혈당 대사 경로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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