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들어 혈액 검사로 주요 질환의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여러 차례 발표된 바 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이라면 ‘암 조기 진단’이다. 혈액 검사를 통한 암 조기 진단 기술에 있어 또 다른 진전이 나왔다.
혈액 검사로 질환 찾는 액체 생검 기술
미국 와일 코넬 의과대학과 뉴욕 게놈 센터 연구진은 혈액 검사를 통해 암 세포를 검출하는 새로운 오류 보정 방법을 찾았다는 내용을 11일 「네이처 메서드(Nature Methods)」에 발표했다.
혈액 검사를 기반으로 하는 이른바 ‘액체 생검’ 기술은 환자 부담이 거의 없는 검사법으로 꼽힌다. 과거에 비해 기술이 발달하면서 현재에도 다양한 질환의 초기 징후를 식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혈액 검사를 통해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해당 내용으로 정밀 검사를 진행하는 시스템이다. 여기에 암 조기 진단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다만, 연구팀에 따르면 혈액 샘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암 세포 DNA는 그 양이 매우 적기 때문에, 암 치료에 중요한 암의 돌연변이적 특징을 정확하게 식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약 10년에 걸쳐 표적 시퀀싱 및 전장 유전체 시퀀싱 기반 방법을 동원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해왔다. 지난 해에는 암 샘플의 시퀀싱 데이터에 접근하지 않고도, 환자 혈액 샘플로부터 진행성 흑색종과 폐암을 안정적으로 검출하는 성과를 보인 바 있다.

민감도 높이고 오류 가능성 크게 낮춰
연구팀은 이번 새로운 연구를 통해 액체 생검 기술을 통한 암 조기 진단에서 또 한 번의 진전을 보였다. 바이오 기업 울티마 지노믹스(Ultima Genomics)가 내놓은 저비용의 시퀀싱 플랫폼을 이용했으며, 환자 혈액 샘플로부터 100만 분의 1 수준의 농도(ppm)로 암 세포 DNA를 검출했다.
다음으로, DNA 중복 정보를 활용하는 오류 수정 기법을 통해 검출 방법의 정확도를 높였다. 연구팀은 이 결합 기법의 오류율이 매우 낮으며, 원칙적으로 환자의 종양에 직접 접근하지 않고도 혈액 샘플을 통해 암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다른 연구팀과의 협력을 통해 이 고감도, 저오류 접근법의 잠재력을 검증했다. 그 결과 방광암과 흑색종이 있는 환자의 혈액 샘플으로부터 매우 낮은 수준의 암 수치까지도 탐지해낼 수 있음을 확인했다.
혈액으로 암 조기 진단 가능한 시대
전 세계를 통틀어 혈액 검사를 통한 암 조기 진단 기술은 최근 여러 건의 성과를 발표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류스 대학 연구팀이 혈액 검사를 통해 ‘폐암 발병 위험성’을 평가하는 방법을 제시한 바 있다. 조기 진단은 물론 발병 전 가능성까지 평가하여, 위험성이 높은 사람은 사전에 추적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같은 달에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대장암, 식도암, 췌장암, 신장암, 난소암, 유방암 등 6가지 암을 초기 단계에서 식별할 수 있는 혈액 검사법 ‘트라이옥스(TriOx)’를 공개한 바 있다. 아직 개발이 진행 중인데도 높은 정확성을 보여 향후 진단 능력이 더욱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상대 생존율이 매우 낮기로 악명 높은 췌장암에 대해서도 혈액 검사법이 발달하고 있다. 미국 오리건 건강과학대학에서 지난 2월 발표한 ‘PAC-MANN’ 검사법은 단 한 방울의 혈액만으로도 췌장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현재 암은 초기 단계에서 발견할 경우 매우 높은 완치율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혈액 검사를 통해 조기 진단율이 높아질 경우, 전 세계적으로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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