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생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익히지 않고 섭취하면 영양소 파괴가 적고 효소 작용도 살아 있다는 점에서 건강에 유익하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일부 채소나 과일은 생으로 먹을 때 더 많은 비타민 C나 항산화 물질을 섭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생식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조리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오히려 체내 염증을 유발하거나 소화기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식품도 존재한다.
문제는 우리가 ‘건강식’이라고 믿고 자주 섭취하는 식품 중 일부가 이런 범주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생으로 섭취할 경우 체내 면역계에 자극을 주거나, 장 점막을 자극해 만성적인 염증을 키울 수 있다. 특히 장이 예민하거나 면역계가 과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지금부터 생으로 먹었을 때 오히려 만성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식품 세 가지를 살펴본다.

첫 번째 – 생 콩류: 렉틴과 트립신 억제제가 장 점막을 공격한다
대표적으로 검은콩, 강낭콩, 완두콩 등의 생 콩류는 다이어트나 건강식으로 자주 선택된다. 그러나 조리되지 않은 생콩에는 렉틴(lectin)이라는 당단백질이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장 점막에 있는 세포들과 결합해 영양소 흡수를 방해하고 면역계에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장누수증후군(leaky gut)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로 인해 전신적인 염증 질환이 촉진되기도 한다.
또한 생콩에는 트립신 억제제(trypsin inhibitor)가 포함되어 있어 단백질 소화를 방해하고 소화불량이나 복부팽만을 유발할 수 있다. 콩을 삶지 않고 생으로 갈아 넣은 스무디나 샐러드, 혹은 생콩가루를 활용한 레시피는 오히려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분비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콩은 반드시 8시간 이상 불린 후 삶거나 볶는 조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두 번째 – 생 가지: 솔라닌 독소가 체내 면역 반응을 과잉 활성화시킨다
가지의 짙은 보라색 껍질에는 안토시아닌 계열의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가지에는 솔라닌(solanine)이라는 천연 독소가 소량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익히지 않았을 때 체내 염증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특히 신경계에 작용해 두통, 메스꺼움, 위장 자극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장점막에도 경미한 독성을 가해 면역 반응을 촉진한다.
실제로 가지는 가지과 식물(Solanaceae)로, 같은 계열의 감자, 고추, 토마토와 함께 ‘나이트쉐이드’ 식품군으로 분류된다. 이 식품군은 류머티즘, 관절염, 장 질환 환자에게 악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생가지 샐러드나 즙 형태로 섭취하는 방식은 솔라닌에 더 많이 노출되는 위험이 있으며, 특히 껍질에 솔라닌이 집중되어 있으므로 반드시 익혀서 섭취하는 것이 안전하다.

세 번째 – 생 시금치: 옥살산이 칼슘과 결합해 염증 반응을 유발한다
시금치는 대표적인 철분 공급 채소로 알려져 있으며,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샐러드 재료로 자주 쓰인다. 하지만 생 시금치에는 옥살산(oxalic acid)이 높은 농도로 존재하며, 이는 체내에서 칼슘과 결합해 수산칼슘이라는 불용성 결정체를 만든다. 이 수산칼슘은 신장 결석의 주원인이기도 하며, 반복적으로 체내에 축적될 경우 저급 염증 반응을 유도한다.
특히 옥살산은 장 내벽의 섬모에 자극을 주어 영양소 흡수율을 떨어뜨리고, 장내 면역 세포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면서 과잉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이런 만성적인 면역 활성화는 자가면역 질환과도 연관이 있으며,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게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시금치는 데치기만 해도 옥살산의 대부분이 제거되므로, 가급적 익혀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식이 항상 ‘더 나은 선택’은 아니다
‘날것이 더 신선하고 영양소 파괴가 없다’는 믿음은 일부 식품에서는 사실일 수 있지만, 모든 음식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은 아니다. 특정 식품은 익혀야만 독성 성분이 분해되고, 장과 면역계를 자극하지 않게 된다. 콩류, 가지, 시금치는 생으로 섭취할 경우 오히려 만성 염증의 원인이 되며, 장기적으로 면역 과민 반응이나 대사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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