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약 후보물질 발굴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신약 개발 과정 전반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을 통해 개발됐다. 기존에 개발된 기술의 한계들을 극복해, 제약 분야의 연구개발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약 개발 과정 가속화할 새로운 기술
신약 개발 과정은 보통 수년 이상의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각종 절차를 따르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도 있지만, 순수하게 약물을 개발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수백, 수천 가지 화합물 중에서 잠재적인 후보물질을 찾아야 하고, 동물실험이나 오가노이드 등을 통해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걸리며, 결과에 따라 추가 실험이 필요할 수도 있다.
특히 약물의 메커니즘과 안전성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한 번에 한 가지 화합물을 검증하는 방식이 일반적으로 사용돼 왔다. 이는 각 화합물의 생리적 반응이나 특성을 면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지만, 후보물질 발견부터 검증까지의 전체 프로세스가 길어지게 만드는 주된 이유로 꼽히기도 한다.
최근 신약 개발 과정의 효율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DNA-암호화 라이브러리(DNA-Encoded Library, DEL)’ 기술이 등장한 바 있다. 이는 개별 화합물이 고유한 암호화 DNA 태그와 연결된 형태다. 수만, 수억 개의 화합물을 동시에 스크리닝할 수 있는 기술이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후보물질 발견 및 검증 프로세스를 대폭 줄이는 것은 물론 연구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DEL 기술은 DNA의 용해도 문제로 모든 반응이 반드시 물에서만 진행돼야 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DNA는 다양한 화학반응 조건에서 쉽게 손상될 수 있으므로, 활용할 수 있는 반응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도 문제였다.

나노 기술과 접목해 한계 극복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 POSTECH) 화학과·첨단재료과학부·융합대학원 임현석 교수와 서종철 교수 공동 연구팀은 이러한 DEL 기술의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써 ‘나노 기술 플랫폼’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나노입자 표면에 DNA와 화합물을 결합시킨 ‘나노DEL(NanoDEL, Nanoparticle-Based DEL)’을 개발했다. 나노입자는 물뿐만 아니라 유기 용매에서도 안정적으로 분산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DEL 기술로는 불가능했던 ‘무수반응(moisture-sensitive reactions)’ 등 용매 종류에 상관없이 다양한 화학 반응을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다.
* 무수반응(moisture-sensitive reactions) : 수분에 민감한 시약을 사용하는 화학 반응. 신약 후보물질 합성이 널리 활용된다. : 기존 DEL 기술은 수용액에서만 반응이 가능하므로 무수반응을 구현할 수 없다. |
또한, 나노DEL 기술은 DNA 손상 문제도 해결했다. 기존 DEL 기술의 경우 DNA가 쉽게 손상돼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나노DEL에서는 하나의 나노입자에 여러 개의 DNA 태그를 부착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DNA가 손상되더라도 남아있는 태그를 통해 분석이 가능하다.
비유하자면 백업용 USB가 여러 개 있는 셈이므로, 더욱 안정적으로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신약 개발 과정의 시간적, 금전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길을 제시해준다.
논문 제 1저자인 왕희명 박사는 “나노DEL 기술은 기존보다 100배 이상 다양한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에, 난치병 치료제 등의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으며, 신약 후보물질 발굴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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