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 세포가 몸에서 어떻게 에너지를 쓰고 저장하는지에 대해 분자 수준에서 규명한 연구가 발표됐다. 이로써 비만이나 당뇨병과 같은 대사질환의 원인을 더 명확하게 이해하고, 보다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조준 교수와 순천향대학교 순천향의생명연구원 이미혜 교수 공동 연구팀이 지방 세포의 분화 과정을 연구함으로써 얻어낸 성과다.
지방 세포의 종류와 역할
지방 세포에 관해 익히 알려져 있는 내용부터 살펴보자. 지방 세포는 크게 ‘에너지 저장’ 역할을 하는 백색 지방 세포(White Fat Cell)와 ‘열 생성(에너지 소비)’ 역할을 하는 갈색 지방 세포(Brown Fat Cell)로 나뉜다. 여기에 백색 지방 세포에서 유래하는 ‘베이지색 지방 세포(Beige Fat Cell)’가 갈색 지방 세포와 유사하게 에너지 소비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갈색 지방 세포는 에너지 생성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가 풍부해 열을 많이 만들어낸다. ‘지방’에 대한 보편적 인식과 달리, ‘살 빼는 데 도움이 되는 지방 세포’인 셈이다. 하지만 갈색 지방 세포는 태생적으로 분화되는 것이므로 후천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에 따라 비만과 당뇨병 같은 대사질환 치료에 있어서는 베이지색 지방 세포가 유망한 표적으로 주목받아 왔다. 베이지색 지방 세포는 운동이나 추위 등으로 자극을 통해 백색 지방 세포에서 ‘전환’되는 것이므로, 후천적으로 늘릴 수 있는 세포다. 따라서 과도한 지방 축적과 그로 인한 대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핵심 표적으로 여겨져 왔다.
유전자 발현 전체 과정 분석
백색 지방 세포가 베이지색 지방 세포로 전환되는 과정은 ‘유전자 발현 변화’로 조절된다. 전환을 위해서는 베이지색 지방 세포의 기능과 특성을 나타내는 유전자들이 활성화돼야 한다. 이 과정은 크게 전사(Transcription), 번역(Translation), 단백질 후성 및 조절의 3단계로 이루어진다.
전사 단계는 DNA의 정보가 RNA 분자로 복사되는 과정이고, 번역 단계는 생성된 mRNA를 토대로 실제 단백질을 합성하는 과정이다. 이렇게 합성된 단백질이 다양한 화학적 변형을 거쳐 베이지색 지방 세포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 분야에서의 연구는 대부분 ‘전사 단계’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GIST-순천향대 연구팀은 유전자 발현 전체 과정을 포괄적으로 분석하고자 했다.
연구팀은 전사체·번역체·합성 단백체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다중체 분석(멀티오믹스, Multiomics)’ 기법을 도입했다. 지방 세포가 분화하는 과정에서 유전자 번역 및 세포 대사가 어떻게 조절되는지를 체계적으로 추적하고자 한 것이다.

미토콘드리아 내 구성 조절
연구팀은 먼저 세포 내 에너지 생성 기관인 미토콘드리아에 주목했다. 미토콘드리아에서 일어나는 단백질 번역 조절 과정을 분석한 결과, 미토콘드리아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인 ‘복합체Ⅱ’만 상대적으로 비율이 증가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베이지색 지방 세포가 자신의 대사적 특성에 맞춰 미토콘드리아 내 복합체 구성을 조정한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조절이 유전자 발현의 번역 단계에서 정밀하게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한편, 연구팀은 지방 세포가 분화하는 동안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루탐산(glutamic acid)’이 대사 조절에 의해 감소하며, 이로 인해 글루탐산을 다량 함유하는 단백질들의 번역이 억제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번역이 억제된 단백질들은 주로 세포의 뼈대 역할을 하는 것들로, 번역 억제로 인해 지방 세포 분화가 촉진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대사물질과 유전자 발현의 상호작용
위 내용을 보다 간결하게 정리하자면, 운동이나 추위와 같은 자극이 세포에 전달되고, 이에 따라 유전자 발현 과정이 일어나 지방 세포 분화가 활성화되면서 베이지색 지방 세포의 생성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단순화한 설명이며, 실제로 지방 세포 분화는 다양한 내부 신호와의 복합적인 조절을 통해 발생한다.
GIST 조준 교수는 “지방 세포 분화 과정에서의 대사 물질이 유전자 발현 과정의 번역 조절에 직접 관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한 첫 사례”라며, “지방 세포 및 조직 생명이라는 현상 속에서, 대사와 유전자 번역 조절이 능동적으로 서로 관여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어 “이러한 메커니즘을 이해함으로써 차세대 치료 전략 개발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순천향대학교 이미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지방 세포 대사와 연관된 유전자 조절이 전사 단계 뿐만 아니라 번역 단계에서도 정교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라며 “지방 세포 분화에 있어 다층적인 조절 구조의 중요성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9일(수)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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