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절에 존재하는 ‘관절 활액(Synovial Fluid)’을 통해 10분만에 관절염 진단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또한, 골관절염인지, 류마티스 관절염인지 여부와 증상의 심각한 정도까지도 높은 정확도로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 결과는 나노과학 분야를 주로 다루는 국제 학술지 「스몰(Small)」에 지난 3월 30일 게재됐다.
관절을 감싼 물, ‘관절 활액’
우리 몸의 관절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관절부를 감싸고 있는 관절낭의 안쪽 벽에서는 ‘관절 활액’이라 불리는 점성 액체가 분비된다. 관절 활액은 뼈와 연골 사이의 마찰을 줄여주는 윤활제 역할을 하면서, 관절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도 겸한다.
한편, 관절 활액은 연골 건강을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연골에는 혈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혈액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없다. 따라서 연골 세포는 관절 활액으로부터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받아 제 기능을 유지하게 된다.
정상 상태일 때 관절 활액은 무색의 투명한 상태를 유지하며 점성도 높다. 하지만 관절에 염증이 생기거나 하면 이 액체의 색, 투명도, 점도에 변화가 생긴다. 소위 ‘무릎에 물이 찼다’라고 표현하는 증상은, 관절부에 염증이 생김으로써 관절 활액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것을 말한다.

관절염 진단의 한계
한국재료연구원(KIMS) 첨단바이오헬스케어 소재연구본부 정호상 박사는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과 공동 연구를 통해 관절 활액 특성을 분석해 10분만에 관절염 진단 및 종류, 중증도를 확인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골관절염과 류마티스 관절염은 둘 다 ‘관절염’이라는 명칭이 붙기 때문에 언뜻 비슷해보인다. 하지만 둘은 만성 질환이라는 공통점만 있을 뿐, 발생 원인부터 치료법까지 서로 다르다.
골관절염의 경우, 65세 이상 인구 둘 중 한 명이 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퇴행성 질환이다. 반면, 류마티스 관절염은 약 1~2%의 유병률을 보이는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이다. 면역 체계가 자신의 관절 부위를 공격하는 것이 주된 기전이다.
명백히 다른 질환이기 때문에 초기 진단이 정확해야만 올바른 치료가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통상 X-레이, MRI, 혈액 검사를 통해 진단을 해왔는데, 이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정확도도 높지 않다는 한계가 있었다.
분자 신호 증폭, 10분만에 관절염 진단
KIMS와 서울성모병원 연구팀은 관절 활액 내에 존재하는 대사 산물이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즉, 관절 활액의 구성 성분을 분석함으로써, 관절염이 발생했는지, 진행되고 있는지 등을 구분하고, 그것이 골관절염인지 류마티스 관절염인지를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인 경우 중증도를 평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공동 연구팀이 개발한 이 기술의 최대 장점은 ‘시간’이다. 관절 활액의 성분을 분석함으로써 단 10분만에 관절염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분자의 광학 신호를 증폭시키는 ‘표면 강화 라만 산란(SERS)’ 기술을 활용했다. 관절 활액 속 미량 분자가 발산하는 신호를 증폭시키고, 이를 AI 기반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관절염의 원인이 되는 미세 물질을 감지해내는 원리다.
KIMS 연구팀은 서울성모병원의 협력을 얻어 12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기술의 정확도를 검증했다. 그 결과, 골관절염과 류마티스 관절염을 94% 이상 정확도로 구분해서 진단할 수 있었다. 또한, 류마티스 관절염의 중증도를 95% 이상 정확도로 판별해냈다. 간편성과 정확도를 모두 잡은 획기적인 성과다.
정호상 박사는 “이 기술은 진단뿐만 아니라 치료 경과 모니터링에도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분자의 광학 신호를 증폭시켜 분석하는 원리는 더 넓은 범위로의 응용 잠재력도 가지고 있다. 정호상 박사는 “관절염 뿐만 아니라 향후 더 다양한 질병으로 연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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