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방은 가장 청결해야 할 공간이지만, 역설적으로 세균이 가장 빠르게 번식하는 곳이기도 하다. 문제는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는 주방 도구들이 사실상 ‘세균 온상’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매일 사용하는데도 세척이나 교체 주기를 놓치기 쉬운 아이템일수록 세균 번식률이 폭발적으로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이들 물건이 장내 감염, 식중독, 피부 트러블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금부터 당장 주방에서 버려야 할, 위생 사각지대에 놓인 위험한 물건 4가지를 짚어본다.

1. 오래 사용한 도마 – 표면 흠집 속 세균이 숨어 있다
도마는 매일 사용하지만, 가장 위생 관리가 안 되는 도구 중 하나다. 특히 나무 도마나 플라스틱 도마는 반복 사용하면서 표면에 미세한 칼자국이 생기는데, 이 틈새에 음식물 잔여물과 수분이 스며들면 세균이 증식할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이 만들어진다. 특히 날고기나 생선을 다듬은 후 도마를 완벽히 소독하지 않으면 살모넬라,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같은 병원성 세균이 남아 다른 식재료로 옮겨질 수 있다.
세척 후에도 냄새가 남는 도마, 흠집이 깊어진 도마, 물때가 자주 생기는 도마는 단순히 세척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도마를 식재료별로 나누어 쓰되, 플라스틱 도마는 6개월1년, 나무 도마는 상태에 따라 36개월마다 교체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권한다.

2. 오래된 실리콘 주걱 – 보이지 않는 틈이 세균 집합소
실리콘 주걱은 튀김이나 볶음 요리 등 다양한 조리에 자주 쓰이는 도구다. 하지만 실리콘 소재 특성상 열에 강하면서도 유연하기 때문에 틈이 생기기 쉽고, 이 사이에 음식물과 수분이 끼기 쉽다. 특히 손잡이와 헤드 부분이 결합된 형태의 주걱은 이음새 틈에 세균과 곰팡이가 서식하는 경우가 많다.
외관상 깨끗해 보여도 내부는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리콘은 플라스틱보다 유해 성분 용출 가능성이 낮다고 알려져 있지만, 반복된 고온 노출과 마찰로 미세한 표면 손상이 누적되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실리콘 주걱에서 탄내가 나거나 색이 변하기 시작하면 교체 시점이 이미 지난 것이고, 주기적으로 끓는 물 소독을 하더라도 오랜 사용은 세균 번식의 근본적 원인을 제거하지 못한다.

3. 수세미 겸용 스펀지 – 식중독의 시작점
설거지를 깨끗하게 한다고 매일 쓰는 수세미가 오히려 식중독의 시작점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스펀지형 수세미는 수분 흡수율이 높고, 건조가 늦어 세균이 번식하기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미국 주방위생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사용한 지 일주일 이상 된 스펀지 1g 안에 수십억 마리의 세균이 서식할 수 있다는 결과가 있다.
문제는 이 세균들이 식기에 옮겨지고, 음식물에 직접 닿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세척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오염을 퍼뜨리는 도구가 되는 셈이다. 락스 소독이나 전자레인지 소독을 해도 균 전부를 죽이기 어렵고, 되려 세균 저항성을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스펀지 수세미는 사용 후 3~5일, 길어도 일주일 안에 반드시 교체해야 하며, 가능하다면 하루 두 번 이상 완전히 건조시켜야 그나마 위생을 유지할 수 있다.

4. 뚜껑 있는 양념통 – 내부 결로로 세균 번식 최적화
양념통은 대개 위생과는 별로 상관없어 보이는 물건이다. 하지만 뚜껑이 있는 형태의 양념통, 특히 고추가루, 소금, 설탕, 다시마가루 등을 보관하는 통의 경우 내부 결로 현상이 심각한 위생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주방은 열과 수분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환경이다 보니 양념통 내부에 미세한 습기가 생기고, 이로 인해 미생물이 증식하기 쉬운 조건이 만들어진다.
특히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반복하면서 손에 묻은 기름, 음식물, 수증기가 함께 들어가면서 세균과 곰팡이의 주요 서식처가 될 수 있다. 양념은 장기 보관이 많기 때문에 한번 오염되면 수개월 동안 눈치채지 못한 채 사용하게 되는 것도 문제다. 뚜껑이 있는 양념통은 반드시 습기 없는 곳에 보관하고, 내용물을 자주 교체하거나 밀폐형 대신 뚜껑 없는 도자기 그릇이나 건조가 빠른 소재로 바꾸는 것이 더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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