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바이러스의 크기가 점점 커지면서 학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아주 작아 직경이 수십에서 수백 ㎚(나노미터)에 불과해 전자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다. 이런 학계의 상식을 뒤엎는 거대 바이러스(giant virus)는 최근 속속 발견되고 있다.
sputnik.kr
최근 바이러스의 크기가 점점 커지면서 학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아주 작아 직경이 수십에서 수백 ㎚(나노미터)에 불과해 전자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다.
이런 학계의 상식을 뒤엎는 거대 바이러스(giant virus)는 최근 속속 발견되고 있다. 이달 핀란드 중부에서 확인된 신종 유바스큘라바이러스(Jyvaskylavirus)가 대표적이다.
이 바이러스는 직경이 약 200㎚로 일반 바이러스보다 2배는 크다. 전문가들은 거대 바이러스가 추운 지역에도 얼마든 분포할 수 있음을 보여준 첫 사례에 주목했다.
핀란드에서 처음 확인된 유바스큘라바이러스. 직경 약 200㎚로 한랭한 지역에서 발견된 첫 거대 바이러스다. 「사진=트롬쇠대학교·유바스큘라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노르웨이 트롬쇠대학교 미생물학자 가브리엘 알메이다 박사는 “바이러스는 단백질 껍질에 싸인 유전정보 덩어리로 스스로 늘어날 수 없어 세포에 감염돼 증식한다”며 “일반적인 바이러스는 직경이 30㎚, 아무리 커도 120㎚”라고 설명했다.
박사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바이러스의 대부분은 인간에 해를 주지 않고, 오히려 미생물이나 조류 등의 개체 수를 조정해 지구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한다”며 “최근 기존 바이러스보다 훨씬 크고 구조가 복잡한 거대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발견돼 학자들에 혼란을 줬다”고 덧붙였다.
거대 바이러스는 몸집이 클 뿐만 아니라 유전 정보의 양도 수백만 염기쌍에 이른다. 2013년 칠레 앞바다 해저에서 발견된 판도라바이러스 살리누스(Pandoravirus salinus)는 지름이 무려 700㎚이며 DNA는 약 250만 염기쌍, 유전자 수는 2550개나 된다.
기존 바이러스와 다른 점이 많은 거대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존재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사진=pixabay」
유바스큘라바이러스의 경우 아메바의 일종인 가시아메바는(Acanthamoeba)와 섞어 배양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2012년 프랑스에서 보고된 마르세유바이러스(Marseillevirus)와 유전적으로 비슷한 특징을 가졌다. 마르세유바이러스 역시 거대 바이러스다.
가브리엘 박사는 “거대 바이러스는 아직 인류가 모르는 점이 많다”며 “지금까지 남미와 남유럽 등 온난한 지역을 중심으로 발견되다가 핀란드 같이 추운 곳에서는 처음 나왔다. 이는 거대 바이러스의 분포 범위가 생각보다 넓다는 의미”라고 언급했다.
이어 “북극권 등 극지에서는 거대 바이러스가 조류에 감염돼 간접적으로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보고도 있어 환경과 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며 “거대 바이러스의 일부는 세포 같은 기능을 가져 생물이니 무생물이니 선긋기가 애매한 지경”이라고 전했다.
바이러스는 지구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해왔다. 「사진=pixabay」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 중간의 존재로 여겨져 왔다. 다만 거대 바이러스를 생물로 분류해야 한다는 의견은 꾸준히 늘고 있다. 미국 옐로스톤국립공원의 온천에서 15억 년 이상 전에 출현한 태고의 거대 바이러스가 파악되는 등 학계가 모르는 것이 많고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브리엘 박사는 “바이러스는 지구의 생명체 진화에 깊게 관여해 왔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유바스큘라바이러스도 지구 역사 속의 거대 바이러스의 역할을 찾는 학자들에게 새로운 통찰을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