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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피부로 감싼 책 인피장정본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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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피부로 책을…인피장정본의 역사

사형수의 피부를 벗겨 표지를 감싼 인피 장정본 전시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졌다. 아무리 범죄자라도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 한편에서는 불편한 역사도 마주해야 한다는 반박이 나왔다. 가디언과 BBC 등 영국 언론들은 최근 기사를 통해 서퍽 주 모이즈홀박물관이 진행

sputnik.kr

사형수의 피부를 벗겨 표지를 감싼 인피 장정본 전시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졌다. 아무리 범죄자라도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 한편에서는 불편한 역사도 마주해야 한다는 반박이 나왔다.

가디언과 BBC 등 영국 언론들은 최근 기사를 통해 서퍽 주 모이즈홀박물관이 진행 중인 인피 장정본 전시 프로젝트가 찬반 논란을 불러왔다고 전했다.

박물관은 1827년 벌어진 일명 붉은 헛간 살인사건(Red Barn Murder)의 범인 피부로 제작된 책을 최근 추가로 선보였다. 붉은 헛간 살인사건은 23세 청년 윌리엄 코더가 25세 불륜 상대 마리아 마튼을 서퍽 폴스테드 지역 명소 붉은 헛간에서 살해한 일을 일컫는다.

붉은 헛간 살인사건을 저지른 윌리엄 코더의 두상 및 그의 피부로 겉면을 싼 인피 장정본 「사진=모이즈홀박물관 공식 홈페이지·Phil Morley」

코더와 마튼은 불륜관계가 발각되자 도피를 준비했다. 다만 코더는 무슨 생각인지 헛간으로 불러낸 마튼을 총으로 쏴 죽이고 시신을 바닥에 파묻어 유기했다.

다른 지역으로 도망쳐 결혼까지 한 코더의 범죄행각은 당분간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붉은 헛간 바닥을 파 보라는 딸의 꿈을 꾼 마튼의 모친에 의해 사건의 진상이 밝혀졌다. 런던에서 체포된 코더는 1828년 8월 11일 공개 교수형에 처해졌다. 당시 법에 따라 시신은 해부됐다. 교수형을 참관한 의사는 코더의 피부를 벗겨내 재판기록을 담은 책 표지로 썼다.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널리 알려졌고 범죄가 발생한 마을은 관광명소가 됐다. 기념품 판매상들도 몰려들었다. 붉은 헛간은 더욱 유명해졌고 코더와 마튼의 이야기를 딴 영화와 연극까지 제작됐다.

인피 장정본 등 모이즈홀박물관이 소장한 윌리엄 코더 관련 전시물 「사진=모이즈홀박물관 공식 홈페이지·Phil Morley」

모이즈홀박물관은 코더의 피부로 싼 인피 장정본을 1933년부터 전시해 왔다. 올해 우연히 인피 장정본 한 권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이 역시 일반에 공개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관내 유물 카탈로그를 확인하던 중 또 한 권의 인피 장정본이 기증된 사실을 알게 됐다”며 “두 번째 책은 박물관 사무실 책장에 오랫동안 조용히 놓여 있었다. 코더를 부검한 의사가 수십 년 전 기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여러 목소리가 나왔다. 역사적 가치를 인정한 전시라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흉악한 살인자라도 시신으로 책을 만들어 전시까지 하는 것은 잔인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올해 새로 발견된 윌리엄 코더의 인피 장정본 「사진=모이즈홀박물관 공식 홈페이지·Phil Morley」

영국 역사학자 테리 디어리는 “사람 피부로 감싼 책은 죄다 소각해야 한다”며 “역사적 가치 운운하며 폐습에 따라 만들어진 책을 전시하는 박물관은 제정신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과거의 경찰 수사는 정황 증거에 상당히 의지한 데다 죄인을 너무 비인도적으로 대했다”며 “사형에 그치지 않고 시신까지 훼손하는 행위는 또 다른 범죄”라고 역설했다.

반면 모이즈홀박물관 소속 고고학자 다니엘 클라크는 “역사의 불쾌한 측면도 마주할 필요가 있다”며 “자극적인 콘텐츠를 전시하려는 의도는 없다. 관람객들에게 폭력적인 법 집행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윌리엄 코더의 피부로 표지를 감싼 인피 장정본. 오른쪽이 최근 새로 발견된 책이다. 「사진=모이즈홀박물관 공식 홈페이지·Phil Morley」

인피 장정본은 16세기 무렵부터 제작됐다. 유럽에서는 범죄자를 사형에 처하는 것만으로 죗값을 치르기 부족하다고 여겼고 사후 육체적 제재까지 단행했다. 코더 같은 악명 높은 살인마는 시신을 해부해 구경거리로 만들거나 피부를 벗겨 이용하는 것이 정의로운 법집행이라고 당시 사람들은 여겼다.

인피 장정본 전시를 둘러싼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3월 미국 하버드대학교는 100년 가까이 보관하던 19세기 프랑스 인피 장정본에 사용된 사람 피부를 깨끗하게 제거했다. 이 책은 프랑스 의사가 병원에서 사망한 여성의 피부를 동의 없이 잘라내 쓴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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