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에 고춧가루가 있지 않은 집은 거의 없다. 김치부터 찌개, 나물 무침까지 한국 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 재료지만, 문제는 고춧가루의 ‘보관’이다. 잘못 보관하면 색이 변하고, 향이 날아가고, 심지어 곰팡이가 피거나 산패해 쓴맛이 돌기도 한다. 고춧가루는 수분, 열, 공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보관 상태에 따라 맛과 영양 상태가 완전히 달라진다.
특히 여름철 장마나 환절기에는 습기를 머금으면서 곰팡이 번식 위험이 급격히 올라간다. 많은 사람들이 냉장고에 넣어두거나 밀봉만 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고춧가루의 곰팡이와 변질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필요한 초간단이지만 강력한 꿀팁들을 지금부터 하나씩 짚어보자.

1. 고춧가루 보관의 핵심은 ‘산소 차단’이다
고춧가루는 공기에 노출되는 순간부터 산화가 시작된다. 공기 중의 산소는 고춧가루 속의 지방산과 반응해 산패를 유도하고, 이 과정에서 곰팡이균이 더 쉽게 자리잡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흔히 지퍼백이나 일반 밀폐용기를 사용하지만, 이 방식은 미세한 공기 유입을 완전히 막지 못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진공 밀폐’다. 진공 포장기를 사용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고, 그렇지 않다면 지퍼백 안에 빨대를 꽂고 최대한 공기를 빼낸 후 밀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때 중요한 포인트는, 자주 꺼내 쓰는 대용량 통 하나에 보관하는 것보다, 소분하여 1~2주 분량씩 나눠 보관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는 점이다. 공기 접촉을 최소화하는 구조 자체가 곰팡이 예방의 첫 번째 조건이다.

2. 고춧가루는 냉장보다 ‘냉동’이 안전하다
고춧가루를 냉장 보관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의외로 곰팡이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선택일 수 있다. 냉장고는 문을 열고 닫는 과정에서 온도 변화가 심하고, 내부의 습기가 자주 발생하는 구조다. 고춧가루가 이 습기를 흡수하면 표면이 축축해지며 곰팡이균이 번식할 조건이 만들어진다. 반면 냉동 보관은 온도 변화가 적고 습도도 낮아 장기 보관에 더 유리하다.
고춧가루를 밀봉해 냉동실에 넣어두면 색, 향, 매운맛이 오랜 시간 유지된다. 걱정되는 건 냉동했다가 꺼냈을 때 뭉침 현상인데, 이건 사용량만큼 소분해서 얇게 눌러 넣어두면 쉽게 해결된다. 냉동한 고춧가루는 해동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으며, 요리 시에도 품질 저하가 없다. 냉장보다 냉동, 이 구조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곰팡이 발생률을 확실히 줄일 수 있다.

3. 용기 바닥에 ‘이것’ 하나 넣으면 곰팡이 막는다
고춧가루를 보관할 때 용기 내부 습기를 잡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별도의 제습제를 넣는 사람도 있지만, 식재료와 닿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럴 땐 식품용 키친타월 한 장을 네 겹 정도로 접어 용기 바닥에 깔아두는 방법이 있다. 키친타월은 내부 습기를 흡수해 고춧가루가 축축해지는 것을 막아주며, 교체도 간단하고 안전하다. 또 다른 방법은 ‘굵은소금’을 작은 면포에 싸서 함께 넣는 것이다.
소금은 강력한 흡습 효과가 있어 용기 내부 수분을 잡아주고, 동시에 항균 작용도 해 곰팡이 생성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단, 소금은 반드시 고춧가루와 직접 닿지 않도록 별도 천이나 필터로 감싸야 한다. 이처럼 간단한 조치 하나만으로도 고춧가루의 유통기한은 눈에 띄게 늘어난다.

4. 사용 도구 하나로도 곰팡이를 막을 수 있다
고춧가루를 꺼낼 때 사용하는 숟가락이나 손이 오염되어 있으면 아무리 잘 보관해도 곰팡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물기가 살짝 묻은 숟가락으로 떠내거나, 젖은 손으로 살짝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고춧가루 내부에 수분과 미생물이 유입된다. 이때부터 곰팡이균은 빠르게 퍼지기 시작하고, 표면은 괜찮아 보여도 내부가 점차 변질된다.
따라서 고춧가루를 꺼낼 때는 항상 완전히 마른 전용 숟가락을 사용해야 하며, 스테인리스보다는 수분 잔류가 적은 나무 재질 도구가 좋다. 또 한 가지, 요리 중 젓가락이나 숟가락을 넣지 말고, 건조한 환경에서만 고춧가루를 다뤄야 한다. 이 간단한 도구 관리만 지켜도 곰팡이 발생 확률은 훨씬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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