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 건강을 지키기 위해 양치질은 기본 중 기본이다. 하루 3번 이상, 올바른 방법으로 닦고 치실까지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충치 예방에 대한 의식은 높아졌다. 그런데도 정기 검진에서 치아 마모, 잇몸 염증, 미세 충치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단순하다. 치아는 단지 청결만으로 지켜지는 기관이 아니다. 특정 음식이 입안에 들어오는 순간, 치아는 화학적으로 녹기 시작한다.
문제는 이 과정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며, 설령 이후에 양치를 해도 이미 손상된 부분은 복구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특히 ‘피자, 탄산음료, 캔디’ 세 가지는 치아 손상을 유발하는 대표적 음식으로 꼽히는데, 단순히 당 함량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숨어 있는 ‘산도 조절 메커니즘’과 ‘점착성 유지 시스템’이 치아 표면을 강하게 부식시키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이 세 가지 음식이 왜 치아에 치명적인지를 치아 구조, 산-염기 반응, 세균 대사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1. 피자 – 산-염기 균형을 무너뜨리는 ‘숨은 산성 식품’
피자는 많은 사람들이 고지방 고탄수화물 식단으로 분류하지만, 치아 건강 측면에서는 ‘산성 폭탄’에 가깝다. 치즈, 토마토소스, 도우는 각각은 중성에 가까워 보이지만, 이 조합은 입안에서 산도(pH)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특징을 갖는다. 특히 토마토소스는 pH 4.2~4.5 정도의 강산성 식품이며, 구강 내 환경을 산성으로 만들면서 법랑질을 연화시킨다. 이 상태에서 도우와 치즈에 포함된 단당류가 세균의 먹이가 되면, Streptococcus mutans와 같은 충치 유발균이 산을 추가로 생성하면서 치아 표면은 2중의 공격을 받게 된다.
한 번 무너진 법랑질은 스스로 회복되지 않으며, 양치질을 한다고 해도 이미 연화된 표면은 칫솔 마찰에 의해 더 빠르게 마모될 수 있다. 게다가 피자는 입 안에서 씹는 시간이 길고, 남는 잔여물이 구강 내에 오랜 시간 머물기 때문에 점진적인 침식 손상을 유도하게 된다. 결국 피자는 겉으로 보기에 단맛이 없다고 안심할 수 없는, 산성 작용과 탄수화물 발효가 동시에 일어나는 치아 부식 유발 식품이다.
2. 탄산음료 – 법랑질을 직접 녹이는 ‘무기산 공격’
탄산음료는 설탕 때문이 아니라, ‘산’ 자체 때문에 치아에 가장 치명적인 식품이다. 대부분의 탄산음료는 pH 2.5~3.5로, 이는 식초나 위산과 유사한 수준의 산성이다. 특히 콜라와 사이다에는 인산, 구연산 같은 무기산이 들어 있는데, 이들은 치아 법랑질의 주요 성분인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를 직접적으로 침식시킨다. 이 작용은 단 몇 분 만에 시작되며, 입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파괴는 가속된다.
탄산음료를 마신 직후에 양치를 하는 것도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이미 연화된 법랑질 위에 칫솔질을 가하면 물리적 마모가 가속되기 때문이다. 탄산을 마셨다면 즉시 양치하는 것보다는 물로 충분히 헹군 후 30분 이상 지난 뒤 부드러운 칫솔로 세척하는 것이 권장된다. 또 탄산음료는 단순히 당분과 산도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섭취 패턴’이 문제다. 하루에 한 잔씩만 마셔도 그 패턴이 반복되면 법랑질 손상은 서서히 누적되고, 어느 순간 찬물에도 이가 시린 상태로 발전하게 된다.
3. 캔디류 – 점착성과 산성 작용이 결합된 ‘이중 파괴자’
어릴 때부터 충치 원인으로 지목된 캔디는 단지 단맛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그 점착성과 산화성에 있다. 대부분의 하드 캔디나 젤리류는 산성 착향료를 포함하고 있어 입에 넣는 순간부터 치아 표면에 산성 환경을 조성한다. 이때 캔디가 치아에 달라붙는 점착성이 강할수록 그 산이 치아에 오래 머물며 법랑질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킨다. 더불어 캔디의 당분은 구강 세균의 주요 대사원이 되고, 이 과정에서 젖산이 생성돼 치아 표면을 한층 더 부식시킨다.
특히 젤리류는 당이 아닌 ‘고과당 옥수수 시럽’ 같은 인공 감미료가 들어 있어 점도가 더 높고, 입 안에서 물로 헹구는 것만으로는 잘 제거되지 않는다. 이 상태에서 양치를 한다고 해도, 이미 표면 침식은 진행된 상태이고 세균막(플라그)은 쉽게 제거되지 않는다. 또 캔디를 자주 먹는 사람일수록 구강 내 산-염기 균형이 무너져, 침의 완충작용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입안 자체가 만성적인 산성 상태에 노출된다.
4. 양치만으로는 복구되지 않는 ‘치아 산화’의 속도
많은 사람들이 충치를 막기 위해 양치에 집중하지만, 실상 문제는 ‘치아가 녹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데 있다. 앞서 말한 피자, 탄산음료, 캔디는 공통적으로 치아를 ‘화학적 산화’ 상태에 빠뜨리는 음식을 넘어서, 침식된 부위를 물리적으로 더 취약하게 만든다. 그리고 한 번 무너진 법랑질은 어떠한 치약이나 칫솔질로도 재생되지 않는다. 불소가 포함된 제품을 사용하더라도, 그것은 침식 방지에 도움을 줄 뿐, 이미 손상된 조직을 복원하진 못한다.
결국 진짜 중요한 건 ‘무엇을 피하느냐’이며, 입 안에서 pH가 5.5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을 자주 만드는 식습관 자체를 조절하지 않으면 양치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루 세 번 칫솔질보다 더 중요한 건, 하루 몇 번 치아에 산을 부어넣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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