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경색, 뇌졸중, 고혈압. 이 모든 질환의 시작점은 결국 하나로 수렴된다. 바로 ‘혈관’이다. 혈관 내벽이 좁아지고, 딱딱해지며, 결국 혈류가 막히는 순간 심장과 뇌로 가는 산소 공급은 중단되고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기름진 음식이나 짠 음식이 혈관에 안 좋다고 막연하게 알고 있지만, 실제로 더 문제인 건 ‘잘못 알려졌거나 무심코 반복되는 식습관 속 음식’들이다.
단순히 콜레스테롤 수치만을 높이는 게 아니라, 혈관 내벽의 염증을 유도하고, 혈전 형성 환경을 만들며, 산화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복합적인 작용을 가진 음식들이 존재한다. 지금부터 평소 자주 먹지만 혈관 건강을 망치는 대표적인 음식 4가지를, 그 작용 메커니즘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1. 마가린과 쇼트닝이 들어간 디저트
트랜스지방은 식품업계에서 ‘고체 지방’으로 널리 활용돼 왔고, 대표적으로 마가린, 쇼트닝, 크림류 디저트, 파이, 제과류에 다량 포함돼 있다. 문제는 이 트랜스지방이 단순히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수준을 넘어, 혈관 내피세포에 직접적인 손상을 유도한다는 점이다. 내피세포는 혈관 안쪽을 감싸는 보호막 같은 존재인데, 트랜스지방이 체내에 들어오면 이 세포의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점차 세포 구조 자체를 무너뜨린다.
이 상태가 반복되면 혈관 내벽은 미세하게 찢기고, 그 틈 사이로 면역세포와 지방산이 침투하면서 염증 반응과 함께 플라크(죽상경화물)가 형성된다. 이 플라크가 쌓이면서 혈관이 서서히 좁아지며 막힘 현상이 시작되는 것이다. 마가린이 바른 빵이나 쇼트닝이 들어간 과자는 단순 간식이 아니라, 혈관 손상을 가속화하는 트리거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2. 가공육 – 염분과 아질산염이 혈관 내 염증과 경화를 동시에 유도한다
햄, 소시지, 베이컨 같은 가공육은 단백질 공급원으로 자주 선택되지만, 이 안에는 혈관을 망치는 두 가지 핵심 물질이 숨어 있다. 첫째는 ‘아질산나트륨’ 같은 보존제다. 이 물질은 체내에서 니트로사민으로 전환될 수 있으며, 이는 강한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해 혈관 내피세포를 공격한다. 둘째는 과도한 나트륨 함량이다.
소금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가공육처럼 ‘단백질과 나트륨이 함께 고농도로 들어있는 음식’은 혈압을 급격히 올리고, 동시에 신장을 자극해 레닌-안지오텐신계 호르몬을 과도하게 활성화시킨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혈관 벽이 점점 두꺼워지고, 유연성이 떨어지며, 결국 혈류 흐름을 방해하는 경화 상태로 진행된다. 더구나 가공육에는 포화지방까지 함께 들어 있어, 혈중 지방 수치도 동시에 상승하게 되는 ‘삼중 공격’을 가하는 식품이다.
3. 튀김류와 기름 재사용 음식 – 산화된 기름은 혈전 형성까지 유도한다
튀김 음식이 왜 혈관에 나쁜지 단순히 ‘기름기 많아서’라고 말하면 설명이 부족하다. 실질적인 문제는 이 음식들이 조리되는 방식, 특히 ‘기름의 반복 사용’에 있다. 기름은 고온에서 산화되기 쉬운데, 재사용할수록 산화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지방산 과산화물’과 ‘폴리머’가 생성된다. 이 물질들은 체내에서 염증 반응을 유도하고, 혈소판 응집을 촉진시켜 혈전 형성 가능성을 높인다.
특히 이 산화된 지방은 간에서 중성지방으로 전환되는 속도도 빠르고, 혈액 내 고지혈증 상태를 가속화하게 만든다. 염증, 응고, 지질 불균형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결국 혈관 내막에 혈전이 자리 잡기 쉬운 조건이 형성되는 것이다. 단순한 감자튀김이나 치킨 한 조각이라도, 조리된 환경이 반복 기름이었다면 그 속에 든 산화지방은 혈관 건강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4. 설탕과 프럭토오스 과다 음료 – 혈관 탄성을 무너뜨리는 ‘당화 스트레스’
혈관 건강에서 간과되기 쉬운 것이 바로 ‘설탕’과 ‘액상과당(프럭토오스)’이다. 달달한 음료, 아이스커피, 시리얼에 첨가된 감미료 등은 체내에서 빠르게 흡수돼 혈당을 급격히 올린다. 이때 혈중에 남은 당은 단백질과 결합해 ‘당화 최종산물(AGEs)’를 형성하는데, 이 물질은 혈관 내피세포의 콜라겐과 엘라스틴을 변형시켜 탄성을 잃게 만든다.
쉽게 말하면 혈관이 더 이상 유연하게 수축·이완하지 못하고, 점차 경직된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이 상태가 반복되면 작은 자극에도 혈관 파열 위험이 커지고, 미세혈관에서는 손상 회복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특히 액상과당은 간에서 대사되면서 중성지방 생성을 촉진하고, 이는 다시 간접적으로 고지혈증과 동맥경화를 유도하게 된다. 당분은 단순히 살을 찌우는 게 아니라, 혈관의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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