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병원의 월머 안(眼) 연구소(이하 월머 연구소)에서 저혈당으로 인해 혈액-망막 장벽(Blood-Retinal Barrier, BRB) 손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지난 4월 30일
혈액-뇌 장벽과 혈액-망막 장벽
BRB는 혈액을 통해 몸 속을 순환하는 여러 물질로부터 망막을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망막 안팎의 영양소, 노폐물, 수분 등의 흐름을 조절하는 중요한 경계선 역할을 하며, 독소나 병원균, 염증 유발 물질과 같은 해로운 물질 및 크기가 큰 분자의 유입을 차단하는 방어선 역할도 한다.
BRB의 구조는 쉽게 말해 ‘망막 혈관 내피세포들의 촘촘한 결합’이다. 세포들끼리 단단하게 결합돼 그 사이 공간이 매우 작아지기 때문에, 그보다 크기가 큰 분자들은 쉽게 통과할 수 없게 되는 원리다.
BRB는 익히 듣곤 하는 ‘혈액-뇌 장벽(Blood-Brain Barrier, BBB)’과 이름이 비슷하다. 실제로 두 시스템은 구조와 기능도 유사하다. 앞서 설명했듯, BRB는 ‘내피세포의 촘촘한 연결’로 이루어져 있다. 이 부분은 BBB의 구조와 유사하다. 뇌와 망막 모두 중요하고 민감한 신경조직이기 때문에, 혈액 속 물질을 선택적으로 차단함으로써 통제된 내부 환경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저혈당으로 망막 장벽 손상
월머 연구소 연구팀은 이번 발표한 연구를 통해 저혈당과 눈 건강 사이의 연관성을 입증했다. 저혈당으로 인해 BRB가 손상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밝혀낸 것이다.
연구팀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저혈당 상태에 있을 때 망막의 특정 세포에는 ‘저산소 유도 인자(Hypoxia-Inducible Factor, HIF)’라는 단백질이 축적된다. HIF는 기존에 당뇨병성 망막증을 비롯한 안과 질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당뇨병이 있는 쥐 모델과 건강한 쥐 모델에 저혈당 상태를 유도한 다음, 일정 기간을 두고 HIF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살폈다. 실험 결과, 당뇨병이 있는 쥐의 경우 HIF 수치가 매우 높아 BRB 파괴를 촉진했다. 반면, 당뇨병이 없는 쥐는 저혈당 상태가 되더라도 HIF 수치가 그다지 높지 않게 나왔다.
연구팀은 저혈당으로 인한 HIF 단백질 축적을 억제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 연구를 진행했다. 먼저 당뇨병이 있는 쥐들 중 일부에게, 실험용 약물 32-134D를 사전에 투여했다. 그런 다음 저혈당 상태를 유도하자, 약물 투여 없이 저혈당을 유도한 것과 달리 HIF 수치가 낮아지는 결과를 보였다. 즉, BRB 파괴를 촉진하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저혈당과 눈 건강의 연관성
당뇨병으로 인해 눈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고혈당 상태가 지속될 경우, 눈과 연결된 미세혈관에 손상이 발생해 당뇨병성 망막증과 같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시력 저하를 넘어 실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질환이다.
한편, 월머 연구소가 내놓은 이번 연구는 고혈당으로 인한 눈 건강 악화에 이어 저혈당과 눈 건강의 관련성을 밝혀낸 사례다. 당뇨병이 발생하면 기본적으로 엄격한 혈당 조절이 필요하다. 그런데 연구팀에 따르면 엄격한 혈당 조절을 처음 시작한 환자 또는 혈당 수치의 변동성이 높은 환자에게서 종종 당뇨병성 안과 질환이 악화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당뇨병 관리 과정에서 눈 건강이 악화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게 됐다는 입장이다. 또한, 저혈당으로 인한 망막 손상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실험에 사용한 약물 32-134D는 보다 철저한 연구와 임상실험을 거쳐야 하지만,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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