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 아픈 기생식물이 스스로 죽도록 만드는 연구에 학계의 시선이 쏠렸다. 기생식물은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주며, 식량난에 시달리는 국가에서는 사람들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UC 리버사이드) 식물학자 얀란 리 교수 연구팀은 최근 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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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치 아픈 기생식물이 스스로 죽도록 만드는 연구에 학계의 시선이 쏠렸다. 기생식물은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주며, 식량난에 시달리는 국가에서는 사람들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UC 리버사이드) 식물학자 얀란 리 교수 연구팀은 최근 낸 조사 보고서에서 기생식물의 자살을 유도해 고사하게 만드는 방법을 소개했다.
연구팀은 스트리골락톤(strigolactone)이라는 물질에 주목했다. 스트리골락톤은 락톤 구조체를 갖는 동식물 색소 카로티노이드 유도체로 물 부족 등 스트레스에 대한 식물의 반응을 조절한다. 특히 식물의 뿌리 성장에 관해 흙 속 균류를 끌어당기는 역할을 한다.
얀란 리 교수는 “많은 기생식물은 스트리골락톤을 이용하도록 진화했다”며 “기생식물이 일단 이 물질을 감지하면 발아해 작물의 뿌리에 엉켜 필요한 영양소를 빼앗아 버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리골락톤을 이용해 기생식물을 퇴치하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사진=UC 리버사이드 공식 홈페이지」
교수는 “이 성질을 역이용하는 것이 우리가 개발하는 방법의 핵심”이라며 “숙주가 전혀 없는 곳에 일부러 스트리골락톤을 뿌리면 발아한 기생식물들은 영양부족으로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스르티골락톤으로 기생식물을 퇴치하는 시도는 전에도 있었다. 일본 나고야대학교 연구팀은 2018년 특정 기생식물에만 작용하는 스트리골락톤을 합성해 기생식물 발아를 자극, 작물을 지키는 실험에 성공했다.
UC 리버사이드 연구팀은 박테리아와 효모를 사용해 보다 광범위하고 빠른 기생식물 고사 방법을 고안했다. 대장균과 효모 세포를 동원해 스트리골락톤을 빠르게 대량 생산하는 일종의 화학공장을 설계했다.
약용으로 쓰는 기생식물 겨우살이의 열매 「사진=pixabay」
얀란 리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으로 지금까지 연구된 적이 없는 유전자의 특징을 밝혀냈다. 이를 조작해 스트리골락톤에 어떤 영향을 부여할 수 있었다”며 “스트리골락톤이 내는 신호를 미세 조정하자 기생식물 고사 속도나 효과가 달라지는 것도 알아냈다”고 말했다.
교수는 “이 방법은 아직 실험 단계로, 실제 농지에서 효과를 발휘할지는 의문”이라면서도 “보다 효과적으로 기생식물을 말려 죽이기 위해 스트리골락톤이 발신하는 신호를 어떻게 미세 조정하는지는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학계는 이번 연구 결과를 농업 외에 의료나 환경 분야에서 충분히 응용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실제로 선행 연구에서는 스트리골락톤을 항암제나 항바이러스제로 쓸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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