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화를 늦추는 단백질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1997년 미국 텍사스 대학에 의해 발견된 효소 ‘클로토(Klotho)’에 관한 이야기다. 체내 클로토 단백질 수치가 증가하면 노화에 따른 신체적, 인지적 건강이 모두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제기됐다.
노화를 늦추는 단백질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근육량과 골밀도가 감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 때문에 노화가 진행되면 일상생활 중 단순한 넘어짐이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위험이 생긴다.
인지적 기능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뇌의 신경세포(뉴런)는 점진적으로 퇴화하고, 서로 연결돼 있던 시냅스가 끊어진다. 시냅스는 뇌에서 신호 및 정보 전달의 주축이기 때문에, 시냅스가 끊어지기 시작하면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생각하는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알츠하이머나 파킨슨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 위험이 증가하는 메커니즘이기도 하다.
인구 고령화는 전 세계가 비슷하게 맞이하고 있는 숙제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부 국가에서는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예방·해결하는 것이 주요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치대학교(UAB)의 신경과학 연구소(INc-UAB)가 주도한 국제 연구에서는, 쥐 모델에서 ‘클로토 단백질(s-KL) 수치’가 증가할 경우의 이점을 보고하고 있다. 노화로 인해 발생한 신체적, 인지적 저하가 개선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클로토(Klotho)’는 인간의 KL 유전자에 의해 생성되는 효소의 일종이다. 이 단백질은 ‘항노화 호르몬’ 또는 ‘장수 단백질’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노화를 늦추는 단백질’로 주목받고 있다. 클로토 단백질은 체내에서 다양한 호르몬을 활성화시키고, 인슐린 민감성을 높이는 기능을 한다. 특히 인슐린 민감성은 혈당 조절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요인으로, 당뇨 예방 및 관리에 중요하다.
보통은 나이가 들면서 클로토 단백질의 양도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인위적인 투여를 통해 그 양을 늘릴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된 바 있다. 늙은 원숭이에게 클로토 단백질을 인위적으로 투여했을 때, 인지 기능이 향상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클로토 단백질 투여 효과
INc-UAB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도 맥락 면에서는 비슷하다. 연구팀은 클로토 단백질이 신경퇴행성 질환을 치료하는 데 잠재력이 있다는 기존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오랜 기간에 걸쳐 클로토 단백질을 연구해왔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노화와 관련된 다양한 지표들을 조사해, 클로토 단백질이 노화를 늦추는 단백질로서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을 하는지, ‘건강한 노화’에 도움이 되는지를 알아보는 데 목표를 두었다.
연구팀은 쥐 모델에게 클로토 단백질을 투여하고, 그 전에 비해 개선된 부분들을 확인했다. 먼저 투여 후 수명이 15~20% 더 늘었고, 신체 활동 능력이 향상됐다. 또한, 근섬유 하나하나가 더 튼튼하고 커졌으며, 근육 조직이 딱딱해져 유연성이 떨어지는 ‘근섬유화’ 현상이 적게 나타났다. 즉, 근육의 힘과 유연성이 모두 향상됐다는 의미다.
암컷 쥐의 경우 뼈 건강이 개선되는 효과가 두드러졌다. 특히 뼈 내부 구조가 더 잘 보존됐다. 이는 골다공증 위험을 줄이는 요인이라 볼 수 있다. 근육 감소와 뼈 약화는 노화에 따른 대표적인 증상이다. 이를 개선하는 효과를 나타냄으로써, 노화를 늦추는 단백질로서 기능을 증명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뇌에서는 클로토 단백질 투여 이후 해마(Hippocampus)에서 변화가 돋보였다. 새로운 신경세포 생성이 촉진됐으며, 뇌내 면역 활동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지적 건강 측면에서 분명한 이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스스로 생성하는 방법’ 연구
노화를 늦추는 단백질로서 클로토의 이점은 상당 부분 입증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핵심은 지속성이다. 자연 상태에서 클로토 단백질은 노화와 함께 점차 줄어든다. 그렇다고 해서 지속적으로 투여 시술을 받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에 연구팀은 ‘바이러스 벡터 치료법’을 활용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도 함께 점검했다. 바이러스 벡터 치료법이란, 특정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를 세포에 도입해, 세포가 스스로 해당 단백질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치료법이다. 쥐의 정맥에 벡터를 주사함으로써, 뇌세포에서 클로토 단백질을 생성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정맥을 통해 투여함으로써 뇌에 도달할 수 있는 바이러스 벡터가 개발돼, 인간에게 안전하게 적용하는 것도 더 쉬워질 것”이라며 “약물을 직접 주사하는 방식로 클로토 단백질을 투여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전달 효율성 면에서 여전히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INc-UAB 연구팀은 이미 클로토 단백질을 활용한 인지 기능 장애 치료에 대해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연구 이후에도 관련된 특허 3건을 새롭게 출원한 바 있다. 뼈 및 근육 기능 치료, 수명 연장을 위한 치료법 등에서 클로토 단백질 사용을 보호하는 내용의 특허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고령화 사회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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