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팀이 식물 유래 천연 물질을 기반으로 ‘탈모 치료용 크림’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나노 분야 국제 학술지인 「스몰(Small, IF=13.0)」에 지난 4월 28일 게재됐다.
기존 탈모 치료제와 그 한계
현재 탈모 치료제로는 ‘미녹시딜(Minoxidil)’과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가 널리 사용된다. 미녹시딜은 혈관을 확장시키는 기전으로 본래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된 약물이다. 하지만 혈관 확장으로 두피 혈류를 증가시켜, 모발의 성장 주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돼 탈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피나스테리드는 남성형 탈모(안드로겐 탈모)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디하이드로 테스토스테론(DHT)’의 생성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DHT는 모낭을 위축시켜 탈모를 유발하므로, 피나스테리드를 사용해 이를 감소시킴으로써 탈모 진행을 늦추는 원리다.
다만, 미녹시딜과 피나스테리드 모두 부작용 및 안전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두피 자극이나 피부 가려움 등 비교적 가벼운 부작용부터, 원치 않는 부위에서 털이 과도하게 자라난다거나, 성 기능이 저하되는 등 다소 심각한 부작용 사례까지 보고된 바 있다.
특히 오랫동안 반복 사용했을 경우 효과 지속성이 떨어지고, 치료제 사용을 중단하면 다시 탈모가 진행되는 등의 구조적 한계도 지적을 받았다.
자연 유래 성분 탈모 치료제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 신용 교수와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박창욱 교수 공동 연구팀은 기존 탈모 치료제의 한계점을 인식해, 비침습적이고 안전한 탈모 치료제 개발에 주안점을 두었다. 연구팀은 식물 기반 치아씨드 점액질(Chia Seed Mucilage, CSM)에서 추출해낸 천연 다당류와 오일을 활용해 탈모 치료용 크림 ‘CSMi’를 개발했다.
CSMi는 치아씨드 점액질의 천연 다당류로 만든 CSM 겔(gel)을 기반으로, 치아씨드 오일(CSO)을 자가 포집할 수 있는 미세캡슐 형태의 크림이다.
효능 테스트를 위해 털을 제거한 쥐 모델에 21일간 CSMi를 도포했다. 크림을 바르지 않은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모발 재생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 치료제인 미녹시딜과 비교했을 때, 모발 재생 속도와 모발 밀도도 더 우수했다.

세포 대사 과정 활성화 원리
메커니즘 분석 결과, CSMi 크림은 세포의 에너지 대사 과정인 ‘해당과정(Glycolysis)’과 세포 스스로 손상을 처리하는 ‘자가포식(Autophagy)’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아씨드 점액질에서 유래한 천연 물질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기존 약물에서 나타났던 부작용 사례도 일절 나타나지 않았다.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 신용 교수는 “기존 제품의 부작용과 제한적 효과를 극복할 천연 성분 기반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시했다”라며 “향후 임상시험과 상용화를 통해 탈모 치료 시장에 실질적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박창욱 교수는 “자연 유래 성분을 기반으로 안정성과 효과를 모두 갖춘 치료제로, 향후 탈모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와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을 통해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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