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넘어가는 시기, 갑자기 훌쩍 크거나 체격이 달라지는 시기가 있다. 이 급격한 성장기에 보통 ‘사춘기’가 맞물린다. 보통 중학생부터 고등학생 나이대에 해당하는 이 시기에는 유독 금세 ‘배가 고프다’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배고픔과 사춘기(성장기)의 시작 사이에 실질적인 연결고리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기됐다. 사춘기와 영양 섭취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본다.
뇌의 ‘배고픔 신호’의 의미
‘배가 고프다’라는 것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음식을 먹고 싶다는 뇌의 신호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보자. 뇌는 아무런 이유 없이 배고픔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현재 몸의 에너지 상태, 영양 상태를 바탕으로 신호를 보낸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의 신경과학자들은 급격한 성장이 이루어지는 사춘기의 배고픔 신호는 성인기의 것과 다를 거라는 의문을 갖고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이 시기의 배고픔 신호가 ‘사춘기의 시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AgRP 뉴런’이라는 신경세포가 배고픔 호르몬인 그렐린에 반응하고, ‘키스펩틴’이라는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키스펩틴이라는 호르몬은 성 호르몬 분비의 상위 조절자 역할로 알려져 있으며, 사춘기를 시작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사춘기에 해당하는 연령의 쥐 모델을 활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사춘기의 쥐는 그 이전에 비해 배고픔 신호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으며, 키스펩틴 호르몬 분비를 더 강하게 유도했다. 뇌가 영양 상태를 직접 감지하고 호르몬 시스템에 신호를 전달하는 기능이 존재하며, 사춘기 즈음에는 이 기능이 더욱 강화된다는 의미다.

사춘기와 영양 섭취의 연결고리
물론,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가 인간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춘기 시작 즈음에 맞춰 영양 상태를 감지하고 배고픔 신호를 보내는 기능이 강화된다는 것은 보다 깊게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실제 알려진 바로도 사춘기와 영양 섭취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청소년의 성장기는 단순히 키를 키우고 체중을 늘리는 것을 넘어, 건강한 신체 조직과 시스템을 갖춰가는 과정이다. 아동에서 성인으로 변화하는 과정으로, 호르몬 분비가 활발해지고 다양한 신체적·정신적 변화를 겪는다. 급격한 성장과 변화만큼이나 많은 에너지와 충분한 영양소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춘기와 영양 섭취의 관계를 반대로 해석할 수 있다. ‘충분한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춘기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이화학연구소 연구팀의 설명에 따르면, 영양 섭취가 부족한 쥐는 사춘기 시작이 늦어질 수 있으며, 반대로 과잉 섭취가 이루어질 경우 사춘기가 더 빨리 시작될 수 있다.
기존의 상식에 비추어보면, 사춘기와 영양 섭취는 ‘성장과 발달의 속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연구팀이 내놓은 연구 결과를 덧씌워보면, ‘성장이 시작되는 타이밍’부터 구체적인 성장 과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성장 중인 시기’의 영양 관리
균형 잡힌 식사는 성인에게도 중요하다. 신체적으로 완성된, 심지어 조금씩 기능이 저하돼 가는 성인의 몸도 최선의 기능을 유지하고 발휘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영양소와 에너지를 소비한다. 하물며 성장세를 그리고 있는 청소년의 몸은 어떨까. 하루가 다르게 기능이 강화되고 향상돼 가는 시기이므로 더 많은 영양소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청소년들이 하루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먹더라도 수시로 배고픔을 느끼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성인보다 훨씬 활발하게 에너지와 영양소를 소비하므로, 다음 끼니가 되기도 전에 배고픔 신호를 보내오는 것이다.
청소년의 건강한 발달을 위해서는 사춘기와 영양 섭취의 관계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시기의 영양 섭취는 성인과 판이하게 다를 수 있으므로, 필요하다면 의사나 영양사와의 상담을 통해 개인 맞춤형 영양 관리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평생을 가져갈 몸의 기틀을 다지는 시기라고 생각하면, 그 중요성을 더 강조하지 않아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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